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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다움'을 발견하고 실현할 때

2010.01.04.

2010 신년사

친애하는 서울대학교 교직원과 학생 여러분, 그리고 모교를 늘 격려해 주시는 동문 여러분!

희망찬 2010년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합심, 노력하여 전 세계에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의 저개발국들을 지원해주는 국가로 성장하였으며, 새해에는 G20의 의장국 역할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세계 경제상황이 여전히 불안하고, 남북 관계를 포함한 국제 정세도 낙관할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 사회 내부의 이념적, 사회경제적 분열과 양극화 문제도 우리 모두가 노력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듯 순탄치만은 않은 가운데에서도 우리 서울대학교는 '세계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자세로 꿋꿋이 매진하고 있습니다. 국제협력 강화, 해외석학 초빙, 외국인 전임교수 채용, 외국인 학생 유치 확대 등을 통해 연구와 교육의 국제화 수준을 적극적으로 높이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융ㆍ복합 학문의 발전을 위해 도입한 전공이수제도 다양화,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 자유전공학부의 설립 등 새로운 교육 시스템도 빠르게 안착되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아시아 연구소, 아시아 환경에너지 지속가능발전 연구소, 종합교육연구동, 기숙사 등 교육, 연구 및 복지 시설도 대폭 확충되었고, 평창 그린바이오 연구단지, 인천 청라의 BT 및 IT 복합연구단지, 국제캠퍼스 등 세계적 수준의 멀티 캠퍼스를 지향하는 노력도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학문적 자유와 여유가 넘치는 대학, 세계 인류에 기여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할 기반을 착실히 다지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 기관들도 서울대학교의 이러한 노력과 발전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가 이처럼 교육, 연구, 봉사 모든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교수와 직원 여러분께서 열과 성으로 헌신적 노력을 다하고 학생 여러분 또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업에 매진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의 새해를 맞는 이 자리를 빌려 우리 학교 모든 구성원의 노고에 대해 심심한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친애하는 서울대학교 구성원 여러분!

경인년 새해는 법인화 등으로 서울대학교가 대전환을 맞는 역사적인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의 미래는 이 대전환을 계기로 우리 스스로가 '서울대다움'을 어떻게 발견하고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민족의 대학'입니다. 서울대학교는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타민족의 강점과 동족간의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한 나라를 일으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첨단 과학기술과 선진문화를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도록 만든,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경험을 보유한 대학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학교는 세계의 선진대학들을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지금 우리는 '세계의 대학', '인류의 대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모방을 넘어 서울대학교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확립하여야 합니다. 세계 대학평가에서 순위가 상승했다고 해서 세계의 대학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의 소명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세계인류를 위해 우리가 기여할 바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우리가 교육과 연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학교가 '세계의 대학'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여 서울대학교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일입니다.

서울대학교가 '세계의 대학'이 되려면 교육과 연구 역량 모두에 있어서 세계의 다른 대학들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연구 역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까이 왔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발휘하려면 우리 스스로 세계적 석학을 길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하여 창의적 지식과 실천적 지혜, 인본적 덕성을 겸비한 인재들로 키워낼 수 있어야 합니다. 수업의 질을 제고하고, 교과과정, 학사지도 및 학생관리 체계를 더욱 선진화하여 교수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즐거움'을 만끼학고 학생은 '배우고 때맞추어 익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대학의 기본'을 생각해야 됩니다. '대학의 기본'이 무엇입니까? 저는 장와 개방성이야말로 대학의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문과 사상이 자유, 대학인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대학이 창의적 지식 창출, 실천적 지성의 배양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습니다. 교수 뿐 아니라 학생도 자기주도적으로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장기적 안목에서 과감히 새로운 문제에 도전할 수 있게 하는 대학을 구현해야 합니다. 이러한 학문적 자유와 도전, 지성인에게 필요한 긴 호흡과 여유를 제도적, 재정적으로 견실히 뒷받침할 대학을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법인화는 '서울대다움'을 구현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는 법인화를 통하여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통합, 교육과 연구의 통합, 학문간 융합, 지식과 실천의 통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자유와 개방, 융합을 통해 창의적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봉사하고 세계와의 소통 속에 우리의 가치를 보편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서울대학교 교직원, 학생 그리고 동문 여러분!

대학의 자율성이 경쟁력 확보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더욱 성실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불가결한 토대입니다. 서울대학교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인 책무는 창의적 사과와 실천적 지혜 모두를 갖춘 지성의 공동체를 이루어 세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인본성과 지속가능성과 같이 인류가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서울대학교는 경제위기와 사회양극화 극복을 위해 '동반자사회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여 왔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사회봉사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수님들께서도 소외 지역과 계층에 희망을 심어주는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학교는 소외 계층과 지역을 배려하고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는 방향에서 입학 제도를 개선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려은 인간성과 공동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실천하는 '서울대다움'의 가장 중요한 표상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이 따뜻한 지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초교육과 인성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학교의 제반 정책도 우리 사회와 인류를 위해 서울대학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관점에서 수립해 나아갈 것입니다.

사랑하는 서울대학교 가족 여러분!

용맹과 신념의 해인 경인년 새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서울대인들의 의연하고 당당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큰 변화와 도전을 맞아 고연 어떻게 하는 것이 서울대다운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활발히 소통함으로써 구성원들 사이에 장기적 비전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의 창을 적극 활용하여 미래의 도전에 과감히 임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서울대다움'을 실현하고자 하는 각오를 새로이 하고 단합된 의지로 힘차게 전진합시다.

새해에도 여러분 모두 늘 건강하시고, 여러분 가정에도 행운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1월 4일
서울대학교 총장 이장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