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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국회의장부인, 서울대교수부임

2009.08.27.

시아프노 교수와 남편이 손을 흔드는 사진

동티모르 영부인 (interim first-lady), 서울대 교수 되다

동티모르에서 현재 영부인(interim first-lady)으로 활동하고 있는 재클린 아키노 시아프노(Jacqueline Aquino Siapno-de Araujo) 교수가 서울대 국제대학원 최초의 외국인 전임교수로 임용되어 가을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한다.

시아프노 교수는 동남아시아 정치와 여성인권문제에 대한 전문가로, 런던대학 SOAS와 UC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호주 멜버른 대학에서 8년간 교수로 재직하다가 동티모르 국립대학을 거쳐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동티모르 영부인으로서 일하는 건 보람있고 매력적인 일이에요. 하지만 나라 밖에서 아시아 정치문제에 대해 연구를 계속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대 국제대학원은 제가 한국을 배우면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시아프노 교수는 필리핀 태생으로 박사과정 재학 중에 아시아 제국주의 연구를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가 현재의 남편인 페르난도 라 사마 드 아라우조 대통령대리국회의장을 만났다. 당시 드 아라우조(De Araujo) 국회의장은 인도네시아 강점기에 동티모르 독립을 위한 학생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가 9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었다. 시아프노 교수는 그가 암네스티(국제사면기구)의 도움으로 조기 출소할 때까지 5년간 서신으로 왕래하다가 2001년 동티모르가 공식적으로 독립국이 된 해에 결혼식을 올렸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라모스-호르테 대통령이 초대 대통령으로 부임했지만 부인이 없었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 국회의장의 부인인 시아프노 교수가 영부인 역할을 맡았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최초로 공식 방문한 국가가 동티모르였는데, 이 때 국가를 대표해 그를 영접하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도 시아프노 교수 부부였다. 2008년 2월 라모스-호르테 대통령이 암살시도로 부상을 당한 후에는, 남편인 드 아라우조 국회의장과 그녀가 공식적인 대통령 대리와 영부인 대리가 되었다.

그러나 시아프노 교수는 대중적인 화려한 영부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패션에는 관심도 없어요. 예산이 있다면 동티모르의 가능성을 위해 쓰는 게 당연해요.” 그녀는 동티모르가 풍부한 자원과 민주적인 정치를 기반으로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임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동티모르에 평화지원군을 파견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가 인터뷰에 동석한 남편 드 아라우조 대통령대리는"아내는 최고의 정치적 조언자"라고 강조했다.

시아프노 교수는 남편의 정치활동을 도우면서도 자신의 연구활동을 계속했다. 결혼한 해에는 극심한 이슬람 분쟁지역인 아체(Ache)의 여성문제 파헤친 논문을 책으로 엮어 발간했고, 멜버른 대학과 동티모르를 오가며 생활하던 2004년에는 동티모르와 아프가니스탄의 분쟁과 재건과정을 비교한 책을 공저로 엮어 출간했다. 이후 이슬람 여성의 인권 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6권에 달하는 '여성과 이슬람문화 백과사전(Encyclopedia of Women & Islamic Cultures)'의 집필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부인 직을 수행하기 시작한 2007년에는 호주국립대학에서의 교수직은 포기했지만, 동티모르 국립대학에서 매일 출근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영부인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무척 긴장하곤 했었다고 그녀가 전했다.

“나를 동티모르 대변자로만 보지 말아주세요. 제 전공이 동남아시아 정치사회에 대한 비교연구인데, 한 나라를 대표하다 보면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어느 나라이든 비판할 수 있는 학문적 자유의 길을 선택해서 서울대에 온 것입니다." 시아프노 교수는 서울대에서 머무는 동안 한국의 식민사와 분단문제를 연구하면서 교수로서 본분에 충실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의 필리핀 이주 여성 문제에도 관심이 많지만, 정치활동을 통하기 보다는, 직접 연구하고 논문을 냄으로써 학계에 현상을 알리고 해결방안도 모색할 계획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객관적인 학문의 방식을 통해 사회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시아프노 교수는 만나 본 서울대 학생들이 무척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동남아시아 연구를 외교관이 되기 위한 수단적인 지식으로 치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녀는 한국이 식민화, 분단, 전쟁 등 정치적 분쟁으로 인한 고통의 역사를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런 아픔을 겪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인간적 유대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망각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녀는 서울대 학생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고통의 역사에 공감하면서 진지한 자세로 수업에 임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9. 8. 27
서울대학교 홍보부 조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