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목)과 11일(금), 자하연 맞은편 문화관 중강당 앞은 ‘꽃갈피’를 만들기 위해 모여든 학생들로 북적였다.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전공 집행부(이하 집행부)가 준비한 ‘FO:RESTORE, 숲을 되살리는 푸른 상점’ 부스를 찾았기 때문이다. 행사는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산불이 발생해 강풍을 타고 경북 전역으로 확산된 산불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고자 집행부가 자발적으로 기획한 캠페인이다. 부스에서는 압화를 활용한 책갈피 만들기 체험을 비롯해, 산림환경학 전공 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숲의 풍경을 담은 엽서와 정성껏 키운 소나무 묘목, 잣나무 종자 등이 판매되었다. 학우들이 기부한 물품들로 중고 장터가 함께 운영되며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는 메시지에 공감한 많은 학생이 부스를 찾아 뜻에 힘을 보탰다.
FO:RESTORE, 숲을 되살리는 푸른 상점
모든 과정을 학생 스스로
‘FO:RESTORE’라는 이름 아래 산림환경학전공 학생들이 주도한 행사는 단순한 자선 행사를 넘어 재난을 마주한 생태계와 연대하는 고민을 담았다. 행사 이름에는 숲(Forest), 복원(Restore), 상점(Store)이라는 세 단어가 하나로 엮여 있다. 잿더미로 변한 숲을 다시 생명의 공간으로 되살리고자 기획된 ‘푸른 상점’이 바로 그것이다.
경북 지역에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수많은 산림이 훼손된 이후, 집행부는 피해 주민들의 삶에 초점이 맞춰진 보도들 사이로 수천 그루의 나무들과 무너진 생태계를 향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느꼈다. 산림환경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배워온 이들은 마음을 모아 기부 캠페인을 기획하였다. 개인의 선한 의지를 어떻게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낼지 고민하던 중,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들이 하나둘 나타났고, 결국 집단의 힘으로 전환되었다.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학우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자 했다. 불타기 전 산림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되살리고자 자연의 이미지가 담긴 엽서를 제작했다. 서울대학교 학술림에서 채취한 꽃들로 직접 책갈피를 만들어보는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한편, 중고 장터를 함께 열어 기부 행위가 금전적 부담이 아니라 일상 속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기부는 거창한 행동에서 비롯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셈이다.
모든 과정은 학생들의 손으로 이루어졌다. 학생지원과와 기부처 등 각종 기관에 연락하고 매뉴얼과 행사 개요 작성, 홍보 카드뉴스와 엽서, 현수막 디자인, 책갈피에 쓰일 꽃의 압화 작업까지 자발적인 역할 분담으로 진행되었다. 꽃을 눌러 말리는 압화 제작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김동현(산림환경학전공) 집행부 회장은 “처음 건조했을 때 꽃이 눌어붙고 색이 변했다.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여서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라며 당혹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시행착오 끝에 원인을 파악하고 방식을 개선한 끝에 꽃 건조에 성공했다. 많은 학생이 자발적으로 압화 작업에 동참해 행사가 차질 없이 이어질 수 있었다. 공식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카드뉴스, 전공별 단체 채팅방과 문자 발송, 행사 당일은 대면 홍보까지 발로 뛰며 이루어졌다. 덕분에 잔디광장을 찾은 많은 사람이 부스를 찾았고 기부와 체험으로 ‘산림 복원’의 의미를 함께 되새길 수 있었다.
산림환경학전공 학생들이 직접 촬영하고 디자인한 엽서들
서울대학교 학술림에서 직접 채취한 꽃들을 말리는 모습
작은 손길들이 모여 만든 큰 울림
학생들은 책갈피 만들기 체험에 직접 참여하고 엽서나 중고 장터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했다. 산불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사 취지에 대한 공감과 참여 열기는 현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우정윤(사회교육과) 학생은 “고향이 경남이어서 산불 뉴스를 보며 늘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라며 “기부를 하려고 왔는데, 꽃갈피에 눈길이 가서 꽃을 고르고 있었다”라며 웃었다. “꽃갈피가 너무 예쁘고, 이렇게 아름다운 산림이 하루빨리 본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옥수현(환경재료과학전공) 학생은 “우거진 상록의 매력을 담아낸 엽서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라며 “좋은 취지의 부스인 만큼 더 많이 알면 좋겠다. 인스타그램 등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은서(전기정보공학부) 학생은 “산불 피해 지원 모금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이 늘 아쉬웠는데, 우연히 부스 소식을 접하고 기쁜 마음으로 찾아오게 되었다”라며 “엽서가 너무 예뻐 플래너 커버에 끼워 간직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승진(간호학과) 학생은 “좋은 취지를 공감해 시간을 내어 참여하게 됐다”라며 “학생들이 직접 따서 말린 꽃으로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꽃갈피의 완성도가 높아 매우 만족스러웠다. 정말 정성이 담긴 부스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집행부 역시 기대를 웃도는 참여에 감사 마음을 전했다. 김 회장은 “부스의 취지와 의미를 깊이 공감해주신 분들, 다른 대학 학생임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신 분들, 마지막에 재고 부족으로 책갈피나 엽서를 구매하지 못해 아쉬움을 표현하신 분들까지 모든 참여자 한 분 한 분이 인상 깊게 기억에 남는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엽서 판매와 함께 진행된 중고 장터
서울대학교 학술림 꽃으로 만드는 책갈피 체험
행사 집행부는 당초 목표였던 금액을 훌쩍 넘긴 기부금을 모아 구성원 모두가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김 회장은 “학우 여러분들의 따뜻한 참여 덕분”이라며 참여와 연대가 만들어낸 성과였다고 전했다. 행사로 조성된 기부금은 시민의 힘으로 숲을 가꾸고 보존해온 시민단체 ‘생명의 숲’에 전달될 예정이다. ‘생명의 숲’에서 기부 절차와 기부금 사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전달받아 절차에 따라 기부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현장을 찾아주신 분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산불 피해 복구에 마음을 보태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드린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문라연(산림환경학전공) 집행부 부회장도 “생태와 기후 위기 등 다양한 환경 이슈를 주제로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라며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앞으로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단
전송배 기자
(thrxprcs@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