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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을 향한 학생들의 진심을 전하다, 인문대·사회대 학생회 ‘기억하고 싶은 바람’ 행사

2025. 4. 11.

‘기억하고 싶은 바람’ 행사 포스터
‘기억하고 싶은 바람’ 행사 포스터

올해는 제주 4·3 사건이 발생한 지 77주년이 되는 해이다. 제주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에 시작되어 약 7년 7개월간 이어졌으며 이로 인해 2만 5천에서 3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고 4만여 동의 가옥이 소각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슴 아픈 역사를 기리기 위한 사회 각계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학생회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는 지난 3일(목) 자하연 일대에서 제주 4·3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추모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부스 행사를 진행하였다.

제주 4·3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

3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행사는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현장에서는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문구를 작성하는 프로그램, 제주 4·3 사건과 관련된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SNS에 행사 진행 사실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열었다. 행사 진행자들은 동백꽃 모양의 메모지에 제주 4·3 사건을 추모하는 글을 써서 게시판에 붙인 학생들에게 동백꽃 모양 배지를 배부하였다. 배지에는 동백꽃이 제주 4·3 사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가연 학생(불어불문학과)은 “붉은 동백꽃처럼 영혼들이 소리 없이 스러져 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문구를 보니까 얼마나 참혹한 사건이었는지 피부에 와닿는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추모 문구를 남기기 위한 메모지(좌)와 학생들에게 배부된 배지(우)
추모 문구를 남기기 위한 메모지(좌)와 학생들에게 배부된 배지(우)

부스에서 메모지에 추모 문구를 작성하고 있는 참여자
부스에서 메모지에 추모 문구를 작성하고 있는 참여자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한 학생들에게 제주 4·3 사건을 기리는 의미의 USB와 수첩을 배부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순이 삼촌」이나 「작별하지 않는다」와 같이 학생들이 제주 4·3 사건을 다룬 문학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현장을 찾은 박선우 학생(경제학부)은 비치되어 있던 소설 「순이 삼촌」을 읽고 “희생자분들의 죽음에 애도하면서도 사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그들에게 마땅한 위로가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특히 안타까웠다”라는 감상을 전했다. 또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함께 「작별하지 않는다」가 더 많은 관심을 얻게 되면서 제주 4·3 사건이 재차 조명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도 덧붙였다.

부스에 비치된 4·3 사건 관련 문학 작품
부스에 비치된 4·3 사건 관련 문학 작품

뜻깊은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기까지

행사는 인문대학 학생회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가 함께 진행했다. 인문대학 학생회 임근우 회장(국어국문학과)은 “12·3 비상계엄 사전 모의 정황 문건에서 제주 4·3 사건을 ‘제주 폭동’으로 규정하는 것을 보고, 제주 4·3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알릴 필요성을 절감하여 부스를 기획하게 되었다”라고 행사 진행 취지를 설명했다.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김민성 회장(정치외교학부)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선포된 계엄령과 국가 폭력 아래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이 행사 기획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인문대학 학생회장(좌)과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우)의 동백 배지. / 인터뷰 당일 4월 3일이 아니었음에도 모두 배지를 착용했다.
인문대학 학생회장(좌)과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우)의 동백 배지. / 인터뷰 당일 4월 3일이 아니었음에도 모두 배지를 착용했다.

학생회 단위나 학내외 단체의 지위에 얽매이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건을 기리기 위해 협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뜻깊은 자리였다. 김민성 회장은 “제주4·3평화재단과의 협력에 도움을 주신 총학생회 회장단과 행사 진행에 여러 도움을 주신 인문대학 학생회에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학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학외 단체인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대학교 총학생회도 뜻을 함께했다. 임근우 회장은 “제주4·3평화재단과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와 협력하여 동백 배지 등의 물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부스에 비치된 간판, 게시판,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의 추모 화환
부스에 비치된 간판, 게시판,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의 추모 화환

학생들은 문학 작품을 살펴보고 추모 문구를 적어 게시판에 부착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김민성 회장은 “동백 배지가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도 부스를 찾아와 기꺼이 추모의 한마디를 남겨주신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의 진심 어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평화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산하기를 바란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제주 4·3 사건 희생자의 유족임을 밝히며 “말로 다할 수 없는 억울함을 오랜 세월 가슴에 품고 살아온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학생 사회부터 위로의 시작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빼곡하게 채워진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의 제주 4·3 사건 추모 메모지
빼곡하게 채워진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의 제주 4·3 사건 추모 메모지

학생들은 제주 4·3 사건을 알리는 행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임했다. 최경진 학생(불어불문학과)은 “학교에서 제주 4·3 사건을 추모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상당히 좋은 취지의 행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더 많은 사람이 제주 4·3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기대한다”라고 이야기했다. 학생 사회에서는 이번 ‘기억하고 싶은 바람’ 행사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제와 역사 문제에 귀 기울이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노력이 더 많은 학생이 사회와 역사의 등불을 밝히는 길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단
권의준 기자
(gwoneuij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