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소장 전원열)가 주최하는 ‘제15회 서울대학교 법학 신진예비연구자 학술대회’가 3월 7일(금)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7동 서암홀에서 열렸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학술대회는 법학을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자신의 연구를 점검하고 학문적 토론을 나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학술대회는 전원열 법학연구소장의 개회사와 이재민 법학전문대학원장의 축사로 막을 열었다. 1세션에서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 3명이, 2세션에서는 박사과정 수료자 3명이 각자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각 발표자의 지도교수와 졸업생들의 논평과 함께 열띤 토론이 이어지며 연구 내용을 심화하고 확장하는 학술적 교류의 장이 펼쳐졌다.
제 15회 서울대학교 법학 신진예비연구자 학술대회
신진연구자, 완성된 연구 발표와 법학적 기여 모색
1세션에서는 행정법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준섭 박사와 이태정 박사, 그리고 지적재산권법 분야에서 전문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유진 전문박사가 발표했다. 신준섭 박사는 토지보상법상 수용재결 전치주의에 대해 연구했으며, 이태정 박사는 독일 행정법상 규제재량 이론을 조명했다. 이유진 전문박사는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의 해석과 적용을 분석하며 관련 논의를 전개했다.
발표 중인 신준섭 박사(좌)와 논평 중인 김종보 교수(우)
신준섭 박사(법학과)는 “토지보상법상 수용재결 전치주의에 관한 연구 – 판례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수용재결 전치주의*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본래 보상 절차의 체계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했던 이 제도의 적용 범위가 확장되면서 오히려 피보상자의 권리 구제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다 유연한 제도를 운영하고 피보상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지도교수인 김종보 교수(법학과)는 신 박사의 연구가 수용재결 전치주의의 실무적 문제를 정리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발표 중인 이태정 박사(좌)와 논평 중인 최계영 교수(우)
이태정 박사(법학과)는 “독일 행정법상 규제재량 이론에 관한 연구”를 통해 규제재량 이론**이 우리나라 행정법 체계에서 가지는 의미를 조명했다. 그는 행정의 독자성과 효율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위법한 행정행위에 대한 사법심사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독일의 재량 이론과 엄격한 심사강도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심사 강도 완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법원과 행정이 균형을 이루는 법리가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교수인 최계영 교수(법학과)는 이 박사의 연구가 독일 규제재량 이론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국내 법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발표 중인 이유진 전문박사(좌)와 토론 중인 금범수 박사(우)
이유진 전문박사(법학과)는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의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통해 한·미 FTA 이후 도입된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석론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이 법리적 검토 없이 입법되어 해석과 적용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하여 지난 10여 년간 입법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저작권법 제35조의5가 다른 조항들과 체계적으로 정합성을 이루도록 보완해야 하며 다각적인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제조약, 헌법적 검토, 법사회학적 연구 등의 후속 연구를 통해 실질적인 조항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법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여 선배 연구자로서 토론에 참석한 금범수 박사는 이유진 전문박사의 연구가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의 해석을 명확히 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비례성 심사의 실효성과 저작권법 조항 간 관계 정립에 대한 추가 연구를 제안했다.
예비연구자, 학위논문을 향한 중간 점검과 학문적 탐색
2세션에서는 형법을 전공하는 석향성 박사과정 수료생, 민법을 전공하는 김은비 박사과정 수료생, 법사회학을 전공하는 김수영 박사과정 수료생이 각각 발표를 진행하며 다양한 법학적 시각을 공유했다. 각 발표 후에는 지도교수의 논평과 함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으며 발표자들은 제기된 논점을 반영해 연구를 더욱 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학술대회가 단순한 연구 발표의 장을 넘어 학문적 교류와 발전을 촉진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자리매김했다.
발표 중인 석향성 박사과정 수료자(좌)와 논평 중인 이상원 교수(우)
석향성 박사과정 수료생(법학과)은 “중국 행정구류제도에서 경찰권 통제 연구 – 법원의 사전 개입을 중심으로”라는 발표를 통해서 중국 행정구류제도의 법적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조명했다. 그는 중국의 행정구류가 실질적으로 형벌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사법적 통제를 받지 않아 법치주의 원칙과 충돌하며 공안기관의 재량에 따른 인신구속이 절차적 정의를 훼손하고 경찰권 남용의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찰권 행사에 대한 법원의 사전 개입이 필요하며 인신구속 권한의 경찰 독점을 개혁해 과도한 형벌화와 경찰권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교수인 이상원 교수(법학과)는 석향성 연구자의 연구가 행정구류제도의 법적 문제를 명확히 지적하고 법원의 사전 개입 필요성을 강조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논리적 전개와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토론에 참여한 법학과 박사과정 졸업생 이성민 박사는 경찰권 남용을 해결하는 실질적 방안으로 현재보다 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하였다.
발표 중인 김은비 박사과정 수료자(좌)와 논평 중인 최봉경 교수(우)
김은비 박사과정 수료생(법학과)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 위약벌에 대한 제398조 제2항 유추적용 가능성에 관하여” 발표를 통해 위약벌****에 대한 법원의 직권감액***** 적용 가능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한해 법관의 재량 감액을 인정한 것은 입법자의 명확한 결단이며 이를 위약벌에 유추 적용******하는 것은 사안구조적 유사성이 부족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약벌은 손해배상제도와 본질적으로 다르며 과도한 위약벌에 대해서는 민법 제103조를 적용해 무효로 하는 것이 적절하고 직권감액을 허용하려면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지도교수인 최봉경 교수(법학과)는 김은비 연구자의 연구가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차이를 명확히 분석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실무에서의 활용 방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언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태정 박사(법학과)는 실무에서는 위약벌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유추 적용 배제의 근거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발표 중인 김수영 박사과정 수료자(좌)와 논평 중인 양현아 교수(우)
김수영 박사과정 수료생(법학과)은 진행 중인 연구 “비혼모의 재생산권과 노동권에 관한 법사회학적 고찰 -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Can the Subaltern Speak)?’ 인터뷰 조사를 중심으로”에서 비혼모의 재생산권과 노동권이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에서 어떻게 침묵 당해 왔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비혼모들이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 인해 자신의 경험을 온전히 발화하기 어려우나 연구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고 집단적 이해를 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비혼모를 단순한 요보호 대상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주체로 조명하며 결혼과 혈연 중심의 ‘정상가족’ 개념을 해체하고 법·정책에 다양한 삶의 형태를 반영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도교수인 양현아 교수(법학과)는 김수영 연구자의 연구가 기존 비혼모 연구의 범위를 확장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법적 맥락을 명확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학술대회는 신진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점검하고 학문적 논의를 더욱 깊이 있게 발전시키는 기회를 제공했다. 학문적 교류를 통해 유사한 주제를 탐구하는 연구자들과 의견을 나누며 연구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법학이 사회적·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이바지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행정법, 지적재산권법, 형법, 민법, 법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은 발표와 토론을 통해 연구의 논리적 일관성을 검토할 수 있었다. 법학연구소는 법학의 중요한 책무로서 학문 후속세대를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학술대회에 대해 “학위논문은 연구를 마무리하는 과정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연구의 출발점이 된다”라며 연구자들이 이번 경험을 통해 법학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더욱 키워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법학 연구는 단순한 이론적 탐구를 넘어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학문”이라며 법이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고 시대적 요구에 맞는 법리와 정책을 탐구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는 앞으로도 신진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소통할 수 있는 학문적 공동체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도전과 발전을 응원했다.
* 수용재결 전치주의: 토지 수용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한 경우 먼저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서 수용재결을 받아야 한다는 절차적 요건
** 규제재량 이론: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법적 규제의 틀 안에서 행정부나 규제 기관이 일정한 재량을 갖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이론
*** 공정이용: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거나 이용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어떤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것
**** 위약벌: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벌금을 내는 것
***** 직권감액: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 없이도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감액하는 것
****** 유추 적용: 법률의 흠결을 보충하는 것으로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하는 것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전송배(산림과학부)
thrxprcs@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