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수) 관악캠퍼스 220동에서 K-음악팀의 현대 한국 음악 연구 네트워크 세미나가 처음으로 개최됐다. K-음악팀이 소속된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은 2024년 본교에서 출범한 프로젝트 음악팀으로 국제적인 학술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를 여러모로 바라보고자 했다. 문화, 예술, 종교, 역사, 정치, 사회, 기술 등 각 팀에서는 해마다 연구 내용을 책으로 엮어내고 있으며 올해 음악팀에서는 필자 11명의 저술이 공개된다. 안나 예이츠 교수(국악과)는 “세미나는 ‘한국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아래 클래식 음악, 현대 음악, 전통음악, 대중음악 등 따로 진행되던 연구를 함께 살펴보고, 한국 음악과 세계의 만남에 대해서도 교류하는 장으로 준비됐다”라고 전했다. 발표 후에는 안나 예이츠(국악과), 지형주(연세대학교), 장유라(음악학과), 박유미(음악학과) 지정 토론자가 추가적인 논의를 이끌었다.
환영사를 전하는 안나 예이츠 교수
한국 전통 악기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의미
강연에는 이지영 교수(국악과)가 ‘한국 전통악기 가야금의 연주법과 그 현대적 의미’라는 제목으로 발표와 연주 시연을 선보였다. 그는 “가야금이 여러 시대의 음악가들을 거치면서 연주법이 확장되고 변화했다”라고 설명했다. 가야금 연주는 기본적으로 오른손의 뜯기 및 튕기기 주법과 왼손의 농현(弄絃)*이 결합 된 형태인데, 화려해진 선율과 박자, 팔꿈치나 손바닥을 이용한 농현, 왼손 화음연주, 현 문지르기와 같이 실험적인 주법이 1960년대 이후로 다수 고안됐다. 전통적인 가야금 산조에 현대적인 주법들을 도입한 사례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이 교수는 “가야금은 다양한 발전을 통해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악기, 이 시대의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가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노은아 교수(국악과)는 발표에 앞서 신주원 기타리스트와 함께 ‘적념(寂念)’이라는 곡을 연주했는데, 인생의 희노애락으로 비유되는 여러 장단을 넘나들며 청중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해금의 세계’ 강연에서는 악기의 재료와 구성, 과거와 현재를 조명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제례악, 연례악뿐 아니라 민간의 풍류 음악에서도 널리 연주되었던 해금은 19~20세기에 형성된 산조 음악에도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21세기에는 해금의 세계적 보급화가 기대된다. 노 교수는 “해금은 서양 현악기의 보편적인 연주법이 모두 가능해서 수많은 외국 작곡가들이 창작 음악에 활용하고 있다”라며 “전통음악에서 살아나는 에너지가 현대 음악에도 이어지고, 해금의 음향을 확장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흐름에 힘입어 그는 음(陰)과 양(陽), 눈물과 웃음을 모두 담아낸 해금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강연하는 이지영 교수(좌), 연주를 선보이기 전에 음악 설명을 하는 노은아 교수 팀(우)
토론에서는 국악 연주의 현대화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지영 교수는 “새로운 주법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결국 가야금만이 낼 수 있는 풍성한 여운을 담아낸 곡이 가야금에 맞는 곡이다”라고 짚었고, 노은아 교수 또한 “전 세계가 한국 전통음악의 가치를 인정하는 좋은 시대가 열렸다”라며 “해금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데에 가장 큰 의미를 느낀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한국 음악의 역사적 의미
후반부 행사에서는 본교 음악대학 동문인 김희선 교수(국민대학교)와 김호정 기자(중앙일보)의 발표를 통해 한국 음악의 국제적 의미를 고찰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한국 음악의 기원: 냉전기 남한 전통음악의 해외공연’ 연구를 소개했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 전통음악 공연을 하면 왜 항상 부채춤을 추고 사물놀이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1950~70년대 음악 공연의 맥락과 성격에 대해 입체적인 해석을 제시했다. 당시 활동했던 무용가 김백봉 선생, 서울시립교향악단, 아리랑 가무단을 비롯한 주요 예술가와 기관들이 사진으로 생생하게 소개됐다. 예술의 프로파간다적 성격에 대한 질문에 김 교수는 “해외 진출은 예술가들이 사회적 명분을 획득하는 방편으로 강하게 요청해 온 측면도 있어서 반드시 입체적 분석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마지막 순서로 김호정 기자는 ‘한국의 음악가들은 경쟁심이 심한가? - 국제 콩쿠르 참가 역사와 새로운 길’을 주제로 오랜 취재에서 얻은 통찰을 공유했다. “2021~2023년 국제 콩쿠르 수상자 164명 중 17%가 한국인이었다”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은 콩쿠르에 활발히 진출해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다. 그 배경으로는 기업과 교육 기관의 지원, 온 국민이 음악가를 응원하는 독특한 문화, 남성 음악가의 병역 특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음악인 당사자들은 주로 “연주 기회를 얻고 싶다”라는 절박함을 이야기했는데, 이는 무대가 부족했던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콩쿠르 쇼핑’ 현상과도 연관된다. 김 기자는 최근 청중이 스스로 취향을 발견해 연주자의 개성에 몰입하고 음악가들 역시 독주(獨奏) 활동에 갇히지 않고 여러 가지 길을 모색하고 있음에 주목하며 “새로운 세대가 시작된 가운데, 클래식 음악 시장을 넓히고 청중 교육과 같은 질적 확대에도 투자가 필요하다”라는 제언을 남겼다.
발표하는 김희선 교수(좌), 김호정 기자(우)
좌장 오희숙 교수(음악학과)는 “이번 발표와 토론을 통해 전통 악기가 현재 한국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의 한국을 구성하는 요소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느끼게 되었다”라며 K-음악팀의 활동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장원상 학생(전기정보공학부)은 “비전공자 입장에서 음악은 직접 듣고 느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분야인데, 오늘은 가야금과 해금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었다”라며 “개인과 사회, 한국의 정체성을 사유하는 데에도 유익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문서원 학생(음악학과)은 “비록 클래식 음악을 위주로 공부하고 있지만, 현대를 살아가고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현재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음악 생태계 전반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들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K-음악팀을 비롯한 현대한국종합연구단의 저술 및 강연 활동이 한국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데에 많은 결실을 맺으리라 기대한다.
K-음악팀의 토론 모습
*농현: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등 악기에서 줄을 왼손으로 떨어 음을 장식하는 기법.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최하영(언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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