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실인 작곡자(좌) / 나실인 작곡, ‘맥베스: 백가의 난’ 공식 포스터(우)
서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한 나실인 작곡가는 창작과 도전을 통해 음악과 극이 어우러진 무대를 꾸준히 선보이며 국내외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국립오페라단,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등과 협업했으며, 오페라 〈나비의 꿈〉, 〈빨간바지〉, 발레 〈처용〉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최근 작품 창극 〈맥베스〉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백제의 역사와 결합한 작품으로, 백가의 난과 부여왕 즉위를 소재로 삼아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소리꾼들이 판소리로 표현하는 방법을 작곡가가 배워서 드라마로 재창조하는 과정은 배우는 기쁨으로 가득하다”라고 말했다. 나 작곡가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새로운 창작의 지평을 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현재 작곡가, 지휘자,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예술고등학교 강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나실인 작곡가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나실인 작곡가의 극음악 여정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나실인 작곡가
나실인 작곡 ‘가가멜의 밤’
나실인 작곡가의 극음악 여정은 대학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와 ‘인어공주’,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등에서 받은 감동은 그에게 “언젠가 저런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을 심어주었다. 국내에서는 극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어려웠던 당시, 그는 독일 유학을 통해 작곡가와 연출가가 함께 오페라를 기획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나 작곡가는 “오페라 작곡가는 자신의 음악이 어떤 부분에서 노래로 표현될 수 있을지를 연출가와 협업하며 끊임없이 탐구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이 경험이 자신의 창작 세계를 넓히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대학 졸업 작품으로 만든 〈에코와 나르시소스의 사랑〉는 신화적 주제로 극을 음악으로 승화했다. 이후 범음악제에 초청받아 〈가가멜의 밤〉이라는 독창적인 작품을 초연하며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실인 작곡가는 작곡가로서 음악과 극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가 추구하는 음악적 철학은 단순히 무대 위에서 관객을 감동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음악과 극이 완벽히 결합했을 때 느껴지는 감동은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선다”라며, 음악이 무대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관객과 연주자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오페라와 같은 무대 예술에서 작곡가는 단순히 음악을 만드는 것을 넘어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달하고 무대의 정서적 깊이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작업은 이러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서울대학교 졸업생, 작곡가,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삶
나실인, 이지현의 ‘노래서점’ 유튜브 채널
나실인 작곡가는 ‘작곡가로서의 삶’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임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나 작곡가는 “유튜브 채널 ‘노래서점’을 운영하며 음악이 단순히 생계의 수단이 아닌, 삶의 일부분이자 목적이 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단순한 공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는 “영화나 방송에 비해 무대 예술에서는 음악이 더욱 독립적으로 무대를 이끌어가는 힘을 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무대와 음악이 서로상호작용 하며 하나의 예술로 결합될 때, 관객은 새로운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은 바로 이러한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하기 위한 노력이 깃들어 있다.
나실인 작곡가는 음악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그는 “요즘 학생들은 이미 많은 재능과 사회적 지원을 갖추고 있지만, 그에 비해 기회의 부족으로 압박을 느낀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경쟁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자신의 강점을 조화롭게 발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키워야 한다”라고 조언하며,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성공의 시작임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경험이 작곡가로서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대학에서 배운 교양과 다양한 경험은 지금도 나의 작업에 큰 영향을 준다”라고 언급한 그는, 대학이 단지 학문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에 나아갈 힘을 기르는 장소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는 단순한 조언을 넘어 삶과 예술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었다. 앞으로도 그의 ‘노래서점’ 활동과 극음악, 개인 앨범을 비롯하여 작곡, 지휘, 프로듀싱 활동은 여전히 지속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이 기대된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김진영(작곡과)
young716@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