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달려온 2024년의 끝자락,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Lost & Found 다시–찾기’ 특별전이 열렸다. 12월 20일(금)부터 1월 5일(일)까지 진행된 전시에는 미술대학 각 학과(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공예과, 디자인과)에서 추천 받은 신진작가 16명의 작품이 소개됐다. 함께 발간된 ‘SNU Art&Design Magazine’ 제2호에서는 미술대학 출신의 기획자와 평론가 15명이 맥락과 해석을 제공해 전시의 해상도를 한껏 높였다. 상세한 내용은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lostandfoundsnu.imweb.me).
이번 특별전은 미술대학에서 학문 후속 세대인 신진작가를 양성하고 미술대학의 교육을 다각도에서 살펴보고자 작품 창작, 비평, 기획 분야를 아우르는 방식으로 추진되었으며, 이를 위해 미술경영 전공의 ‘전시기획실습’ 수업이 전시 기획과 비평문 편집을 맡았다. 기획의 글에서는 전시가 대학을 구심점으로 뒀기에 “연구 기반의 창작 행위”에 주목했고,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를 ‘잇기’, ‘흐리기’, ‘뒤집기’라는 소주제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미술대학이라는 조직적이고도 유연한, 거대하고도 좁은 울타리 안과 밖을 넘나들며 서로를 찾는 과정”이자 “동시대 미술계를 구축하는 창작, 기획, 비평 분야와 그 안에서 전개되고 있는 개개인의 실천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이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잇기, 여러 가지 생각을 엮어낸 작업
전시 관람은 미술관 2층에서 시작된다. 이용재 작가는 크기가 다른 그림들을 나열해 이미지의 역학과 역사를 성찰했고, 임채린 작가는 애니메이션 ‘나는 말이다(I Am a Horse)’에서 태몽을 소재로 전투적인 운동성을 표현했다. 3층 중앙에는 설고은, 유문선 작가의 그림이 있다. 각각 디지털 경험의 다층적인 잔상, 현실과 환상 사이의 미묘한 공간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홍예준 작가는 가벼운 필라멘트 조각들을 커다랗게 이어 붙였고, 지하에 위치한 이원섭 작가의 ‘콘탁트포이에(kontaaktpoie)’는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수용자를 연결하는 작업물을 차곡차곡 담아냈다. 이 작가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름인 ‘콘탁트’는 ‘접촉’을 의미하며, ‘포이에’는 ‘만들다, 짓다, 제작하다’라는 뜻이다.
흐리기, 무너진 경계에서 피어난 통찰
3층 우측 전시 공간에서는 영상 작품이 마련되어 있었다. gxu(김지수) 작가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스포츠카의 콜라주로 성공을 형상화했고, 이희단 작가는 반복되는 대화와 중첩된 화면으로 시공간을 파편화했다. 같은 공간에 설치된 회화 연작 ‘부서진 기둥의 조각’, ‘낯선 사막’을 선보인 박소은 작가는 쓸모를 잃어버린 사물에 주목하고, 이질적인 연출과 배치로 비현실적인 감각을 일으킨다. 문한알 에듀케이터(국립현대미술관)는 평론에서 박 작가의 “인식의 줄다리기와 같은 관계 설정”이 “어떻게 보편적 읽기라는 중력으로부터 우리를 끊어내려 시도하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예와 조소 분야에서도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김희선 작가는 금속 장신구를 통해 액세서리 또는 오브제의 정체성을 고민했고, 신종훈 작가는 연약한 재료들로 사람의 형상을 구현함으로써 소실되는 순간의 여운을 전달했다. 박다희 작가는 옻칠과 3D 프린팅의 조합으로 전통과 디지털의 충돌하는 질감을 보여줬다. 권제희 석사(미술경영)는 해당 작품들이 “새로운 차원의 저항들을 통해 만들어졌다”라고 짚으며 “이러한 작업 방식은 산업화 이후 빠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잃어버린 물질과 재료에 대한 감각, 제작의 범위에 대해 재고를 촉구한다”라고 서술했다.
뒤집기, 새로운 각도에서 발견한 감각과 의미
복도를 건너 마지막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작가들의 손길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김소연 작가는 흙과 유약으로, 배인규 작가는 유리질 점토로 연구와 실험을 수없이 거듭해 자신만의 고유한 질감과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공예에는 일상의 특성으로 대변되는 반복을 통한 ‘지속’과 축적에서 추동된 ‘변화’라는 힘이 깃들어 있다”라는 이동은 강사(공예과)의 글처럼, 이들의 작품에는 성실하고도 자유로운 만들기의 과정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정성윤 작가는 먹과 장지를 조합해 평면적이면서도 분석적인 풍경화를 완성했고, 나희연 작가는 나선형의 의자 ‘DZ’로 재치 있는 탄성감을 선사했다.
‘Lost & Found 다시-찾기’의 평론 필진으로 참여한 이준영 큐레이터(미술경영)는 “신진작가에게서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높은 완성도와 깊이 있는 작업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 많았다”라며 “이번에 협업한 홍예준 작가의 작업실에 방문했는데, 자신만의 세계를 계속 구축해나가는 과정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어 큰 자극이 되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전시에서는 신진작가 작품을 구매할 기회도 열려있었다. 특별전을 총괄한 임수영 강사(미술경영)는 “작가의 창작과 이를 분석적으로 바라보는 평론가의 글, 그리고 작품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컬렉터의 역할까지, 각기 다른 주체와 요소가 서로 맞물려서 미술계가 작동한다”라고 설명했다.
대학은 구성원들의 상호 발전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공동체이다. 이 큐레이터는 “프로젝트를 매개로 다른 학생들을 한 명의 전문가로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고, 임 강사는 “이와 같은 예술인 네트워크가 미술대학을 넘어 학제 간의 네트워크로 확장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막을 내렸지만, 보석 같은 작품과 동료를 발견해가는 이들의 여정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사진 제공: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촬영 윤호준)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최하영(언어학과)
haronge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