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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함께한 3개월, 조선해양공학도의 국제적 도전

2025. 1. 7.

유엔 산하 전문 기구인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1959년 출범 이래 해상 사고 예방, 선박 오염 방지, 자율운항선박 도입 등 국제 해운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IMO는 첨단 기술 규제 마련을 통해 회원국 간 협력을 조율하며 해운 및 조선 분야의 국제 기준을 형성해왔다. 이러한 국제적 무대에서 조선해양공학과 3학년 진채송 학생은 지난 여름 약 3개월간 런던에 위치한 IMO 해사 안전국(Maritime Safety Division)에서 엑스턴십(Externship)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부 2학년에 재학하면서 대한조선학회 학생기자단으로 활동하며 학문 동향을 탐구하던 진채송 학생은 영국 여행 중, 당시 IMO(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이었던 임기택 전 총장과 인터뷰하고자 무작정 IMO 본부를 찾아간 바 있다. 이때 인터뷰는 성사되지 못했으나, 올해 3월, 임 전 총장이 관정도서관에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학과와 대한조선학회에 특별히 요청해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IMO의 역할과 활동에 깊은 흥미를 느낀 진채송 학생은 지도교수의 추천을 받아 IMO 엑스턴십 프로그램에 지원, 선발되어 지난 3개월간 글로벌 해양 문제를 다루는 현장에서 값진 경험을 쌓았다.

IMO 엑스턴십 프로그램
IMO 엑스턴십 프로그램

자율운항선박 규범의 탄생 과정을 목격하다

진채송 학생은 2024년 9월 9일(월)부터 9월 13일(금)까지 런던의 IMO 본부에서 열린 국제해사기구(IMO) 회의를 참관하며, 자율운항선박(MASS, 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 관련 국제 규정 개정 과정을 직접 확인했다. 회의에서는 자율운항시스템(ANS)의 적용 대상을 기존 자율항해시스템에서 자율항해시스템 또는 원격항해시스템으로 확장하는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모든 자율운항선박이 기계 판독이 가능한 전자 항해데이터(차트, 출판물 등)를 반드시 갖추도록 규정을 명확히 하는 개정안이 검토되었다. 이는 MASS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적 요구를 국제 규범에 통합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진채송 학생은 이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국제 규범이 설계되고 결정되는 과정을 생생히 경험했다. 이에 대해 진채송 학생은 “국제 규범의 탄생 과정을 가까이에서 목격하며, 조선해양공학도의 관점에서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깊이 체감했다”라며 “특히 다양한 국가에서 온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기술적 전문성뿐 아니라 국제적 시각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IMO 회의에 참관중인 모습
IMO 회의에 참관중인 모습

진채송 학생은 이번 엑스턴십에서 MASS 규정 설계를 담당하는 슈퍼바이저(Supervisor)의 업무를 보조하며, 기술적 도전과 국제적 합의 과정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MASS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항로를 설정하고 운항하는 선박으로, 기존 해운 방식과는 다른 기술적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실제 회의 자료에 등장하고, 그것이 전 세계가 준수해야 할 규범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한 문장, 한 단어를 결정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하루 종일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보며, 작은 결정에도 엄청난 책임과 노력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됐다”라고 전했다. 특히 기술 전문가와 국제협력 전문가들이 각자의 시각을 조율하며 협력해야만 규범이 완성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이며,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객선 안전 개선의 해법을 제안하다

진채송 학생은 IMO 엑스턴십 활동 중 국내 여객선 안전 문제를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쿠알라룸푸르 협정을 비롯한 국제 해사 협정을 분석하며, 이러한 규범들이 각국의 정책과 기술로 실행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조사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개발도상국들이 Recognised Organisations(RO)와 협력해 기술적 부족을 보완하고 국제 기준을 준수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또한, Port State Control(PSC)이 국제적으로 여객선 안전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국내 여객선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을 확인하며 자국 내 규제가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될 필요성을 논의했다. 진채송 학생은 이 작업에 대해 “각국의 정책과 기술이 안전 기준에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고 운영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진채송 학생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국내 여객선 안전 정책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며, 참사 이후 규제와 제도 개선 과정을 분석했다. 화물 적재 규정 강화, AIS 설치 의무화, 정기적 안전 점검 제도 도입 등 한국 정부가 시행한 구체적인 조치를 중심으로, 사고 이후 안전 관리 시스템의 발전 과정을 보고서에 담았다. 특히, 승무원 훈련과 자격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안전성을 높인 사례는 개발도상국들에 적용 가능한 방안으로 다뤘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동안 국제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의 피드백은 문서의 체계와 논리를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진채송 학생은 이 과정에서 “국제 해사 협정과 국내 정책이 어떻게 연계되고 상호 작용하는지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국제 협력의 관점에서 안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넓어졌다”라고 전했다.

진채송 학생과 IMO 동료들
진채송 학생과 IMO 동료들

진채송 학생은 “국제 회의에서 한국이 제안한 문서가 채택되고, 한국 연구진들이 각국 대표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발표하며 전문성을 알리는 모습에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IMO 엑스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조선해양공학 분야의 미래를 탐구하며, 해양 환경과 안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전 세계가 협력하는 모습의 중요성을 배웠다. 나아가 조선해양공학이 단순히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을 넘어, 국제적 협력을 통해 인류 전체의 안전과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진채송 학생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해양공학 전공자로서 기술적 역량에 더해 국제적 소통 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해 글로벌 조선 해양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이끌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진채송 학생은 “이번 경험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준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와 교수진, IMO의 동료들, 그리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학생들이 국제적인 무대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라는 바람도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역량을 알리고, 조선해양공학 분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하며, 자신과 같은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전송배(간호학과)
thrxprcs@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