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문화예술원과 중앙무용동아리 ‘몰핀’이 함께하는 컨택즉흥 춤 축제 ‘SNUCONFE’가 서울대학교 제1파워플랜트(68동)에서 열렸다. 컨택즉흥(Contact Improvisation)이란 신체 간의 컨택을 통해 자연스러운 동작의 흐름을 발생시키며 움직이는 즉흥 무용 방법론으로, 1972년 미국의 무용가 스티브 팩스톤(Steve Paxton)과 동료들이 창안한 신생 무용 장르이다. 문화예술원의 ‘스튜던트 스케일 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축제는 서울대학교에서 컨택즉흥을 주제로 한 첫 행사이다. 4일간 진행된 SNUCONFE는 다양한 워크숍과 오픈잼 프로그램을 통해 컨택즉흥 춤의 매력을 탐구하고, 참가자들이 서로의 움직임과 호흡을 느끼며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문화예술원의 두 가지 비전, 익스포즈와 인게이지
차세대 문화를 이끌어 갈 청년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7월 설립된 문화예술원은 익스포즈(Expose)와 인게이지(Engage)라는 두 가지 접근 방식을 통해 문화예술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익스포즈(Expose)는 다양한 경험들과 실험적인 시도들을 학내로 끌어와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공상과학(SF) 소설가 김초엽 작가와 얼트 일렉트로닉(ALT Electronic)* 듀오 ‘해파리’가 협업 프로젝트 〈다이얼로그 03: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을 들 수 있다. 김초엽 작가와 해파리는 8개월간의 대화(Dialogue)를 통해 보편성과 특수성,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Ableism)** 무가치의 쓸모 등의 주제를 탐구했다. 그 결과로 김초엽 작가는 초단편 연작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을 집필했으며, 해파리는 이를 기반으로 소설 속 세계관을 자신들의 음악으로 재해석했다. 이들은 이틀간의 공연을 통해 공감각이 통합된 독보적인 경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인게이지(Engage)는 학생들을 더 좋은 창작자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로 ‘스튜던트 스케일 업’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스튜던트 스케일 업’은 공모를 통해 학생 창작자들을 선발하고 학생으로서는 접하기 어려운 큰 공간과 이를 실현할 자금 및 멘토링을 지원함으로써, 창작자들이 대형 작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선정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기획안의 참신성, 기존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된 자기만의 목소리, 그리고 독창적인 프로그램 구성이다. 문화예술원은 ‘몰핀’이 기획한 프로젝트 ‘SNUCONFE’의 참신성을 높이 평가했다. 전형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들에서 벗어나 전시 공간에서 춤 워크숍을 진행하는 새로운 시도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며 프로젝트로 선정되었다. 이외에도 이번 학기에는 탕 콜렉티브의 〈목욕탕 게슈탈트〉, 사회대연극당의 〈pulupifpullup〉, 인뎁스의 〈Re-Plant〉프로그램들이 함께 선정되어 관객들을 만난다. 각 프로젝트는 독창적인 기획과 뛰어난 실행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컨택즉흥 춤, 몰핀이 발견한 특별한 움직임
‘SNUCONFE’는 네 번의 워크숍과 한 번의 오픈잼***으로 진행되었다. 워크숍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뤘지만, 공통적으로 ‘감각’을 매개로 자신의 몸을 느끼고, 이를 통해 타인의 몸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컨택즉흥 춤 장르의 본질을 참가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들은 춤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며 자신의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훈련에 몰입했다. 워크숍에 이어 진행된 오픈잼에서는 특정한 주제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가이드의 도움을 받으며 편안함을 느끼는 범위 내에서 주변환경, 사람, 시공간, 음악 등과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한 명의 선생님을 통해 안무와 춤 스타일을 익혀왔던 ‘몰핀’은 2024년이 되며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고자 기존의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이를 계기로 여러 아티스트를 초빙해 아티스트 특강형 워크숍 프로그램 ‘몰핀돌핀!’을 진행했으며, 즉흥 움직임, 오픈스타일 코레오그래피, 막춤 등 다양한 주제를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흥미를 느낀 컨택즉흥 춤을 더욱 깊이 탐구하기로 결정한 이들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9월 10일 제43회 정기공연을 선보였다. 또한, 컨택즉흥 춤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잘 소개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느껴, 이 장르를 알리는 취지로 ‘스튜던트 스케일 업’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중앙무용동아리 ‘몰핀’의 회장 우탁(언론정보·23)은 컨택즉흥이라는 무용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파 과감히 도전했던 프로젝트였음을 이야기했다. “촉박했던 준비 시간과 5명 정도의 적은 인력 속에서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파워플랜트라는 공간을, 몸과 몸이 순수하게 만날 수 있는 따뜻하고 친절한 장으로 만들고자 계속해서 고민하고 노력했다”라며, 순수한 접촉의 가치를 전하고자 했던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 현대사회에서 접촉에 대한 사회적 맥락이 본질을 왜곡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는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순수한 접촉의 경험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사회적 규범이 인간이 가진 직관적인 신체 인지 능력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동물들은 접촉에 대한 사회적 맥락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서로의 몸을 인지할 수 있지만, 사회화된 인간은 이러한 맥락을 해체해야만 접촉의 본질을 경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SNUCONFE'는 단순히 춤을 배우고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관계를 보다 유연하게 대할 수 있는 몸과 태도를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몸을 매개로 한 태도를 자각하고, 실제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관계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치유와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의 박지호 매니저는 “파워플랜트라는 공간은 사실 활용 난이도가 높아 학교에서도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이 공간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며 멋진 방식으로 활용해 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이 참신한 아이디어와 이를 실행할 역량을 충분히 보여준다면,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준비가 언제나 되어 있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 얼트 일렉트로닉(ALT Electronic): 해파리만의 독특한 장르로, 전통 가곡의 선율과 가사를 재해석해 엠비언트와 테크노를 기반으로 한 사운드 스케이프 속에 배치한 노래들이다.
** 능력주의(Ableism):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사회적 편견을 의미한다. 이는 비장애인이 '정상'이라는 믿음에 기반하여,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그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태도를 포함한다.
*** 오픈잼(Open Jam): 무용수와 음악가들이 즉흥적으로 모여 자유롭게 춤과 음악을 창작하고 교류하는 비공식적인 모임이다. 즉흥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며, 참여자들이 서로의 예술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전송배(간호학과)
thrxprcs@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