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목), 서울대학교 여교수회가 관악캠퍼스 38동 연회장에서 정기총회를 가졌다. 1989년에 창립된 여교수회는 본교 인권센터와 다양성위원회의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대학 발전에 기여해왔다. 이날 축사에서 유홍림 총장은 “우리 대학은 국가 공동체의 축소판으로서, 학생들이 사회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장이다”라며 “교육과 연구에 있어 다양성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여교수회가 큰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임정묵 교수협의회 회장(식품동물생명공학부)도 “여교수님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어서 기쁘고, 여교수회를 중심으로 학교의 여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서울대에서 여교수는 전체 전임 교원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따뜻한 응원이 담긴 글로벌 여성 리더십 장학금
여교수회는 ‘글로벌 여성 리더십 장학금’을 운영하며 차세대 여성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2014년부터 외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장학생을 선발하다가 최근에 범위를 확대해, 올해는 외국 국적 대학원 재학생 6명 및 육아 병행 대학원 재학생 5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장학금은 여교수회 회비, 서울대학교 발전기금과 (재)종하장학회에서 함께 지원하고 있다.
장학금 수여식이 시작되고, 학생들은 한 명씩 단상에 올라 열렬한 박수와 축하를 받았다. 이어 장학생 2인의 소감 발표가 있었다. 나츠미 미즈구치 학생(국어국문학과)은 “한국 문학이 일본에서 활발히 번역되는 것을 보며 공부를 시작했고, 2021년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라고 유학의 계기를 소개했다. “언어 장벽이 큰 도전이었지만, 학교에서 여러 기회를 제공하고 주변 선생님들께서 좋은 연구자의 길을 보여주신 덕분에 오늘까지 이르렀다”라고 밝히며 이번 장학금을 통해 따뜻한 격려를 얻었다고 전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이하나 학생(간호학과)은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던 시기, 학업을 놓지 말라는 교수님의 권유로 자녀 육아와 공부를 병행했었다”라며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한 학기 휴학했지만, 다시 돌아와 어느덧 박사과정 수료를 앞두고 있다”라고 지금까지 걸어온 과정을 이야기했다. 또 “나는 대학원생인 엄마인가, 아니면 엄마인 대학원생인가 스스로 질문하면서 좌절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번 장학금에 힘입어 자긍심을 가지고 학업에 매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개인과 공동체의 미래에 희망과 건강을 심다
이후에는 2024년도 활동 및 감사 보고가 있었다. 올해 여교수회는 신임 교수 환영회, 봄 소풍, 가을 문화 답사와 건강 스포츠 소모임 등 친목 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학내 디지털 성범죄 관련 건의를 취합해서 본부에 전달하고, 육아휴직 제도개선, 노부모 돌봄 지원, 보직할당제 등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며 본교 여성 구성원의 권익 증진·보호에 힘을 실었다.
다음으로 차기 회장 선출이 이어졌는데, 올해 부회장단으로 활동하던 송미정 교수(영어영문학과)가 현장 내 추천과 동의를 거쳐 리더의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송 교수는 “올해 에너지가 넘치는 여교수회를 만들어주신 집행부에 감사하다”라며 “따뜻한 밥을 지어주셨으니, 맛있는 반찬과 요리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겠다”라고 여교수회의 활기찬 발전을 예고했다. 한편 회장 임기를 마치고 감사를 맡게 된 김은미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여교수회가 플랫폼으로서 갖는 기능이 많다”라며 “다른 교수님들과 넓게 교류하면서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고, 학교생활이 더 윤택하고 재미있어졌다”라고 회고했다. 더불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도모할 여교수회의 일들에 열심히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총회의 마지막 순서로 정희원 교수(서울아산병원)의 특강이 진행됐다. 정 교수는 “소위 ‘갓생’*이든 ‘욜로’**든, 자기돌봄과 건강이 갖춰져야 누릴 수 있는 것이다”라고 운을 떼며, 오래 성장하고 느리게 나이 드는 최선의 궤적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사 노화를 늦추기 위해 콩과 채소, 잡곡밥을 섭취하고, 인지·신체활동, 사회활동, 스트레스와 수면도 건강과 깊이 엮여있으므로 전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잘 관리하라고 권유했다. 교수들은 객석에서 그의 연구 내용을 집중해서 듣고, 강의 후에는 정 교수의 설명을 어떻게 실천할지 서로 대화하기도 했다.
여교수회는 확실한 사명감을 품고, 그러나 동시에 다채로운 즐거움을 누리고 나누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학금을 비롯해 여러 방법으로 동료·후배들, 제자들을 위해 더 나은 길을 모색하고 마련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소중한 의미를 남기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허지원 장학생(협동과정 미술경영)은 “결혼하고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는데, 그 과정을 먼저 겪으신 분들과 함께하는 이 자리가 힘이 됐다”라며 “격려를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여교수회의 연대와 성장이 대학 전체에 좋은 본보기이자 선한 동력으로서, 오래도록 화기애애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갓생: 신을 의미하는 ‘God’과 삶을 의미하는 ‘생(生)’을 합친 신조어로, 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가리킨다.
**욜로: ‘You only live once’를 줄여 부르는 말로, 한 번뿐인 인생을 후회 없이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가리킨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최하영(언어학과)
haronge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