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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펜을 잡은 국문학 거장의 삶, 규장각 특별전시 ‘혼신의 글쓰기’

2024. 11. 19.

특별전 ‘혼신의 글쓰기 : 김윤식의 한국현대문학사’ 특별전 개막식
특별전 ‘혼신의 글쓰기 : 김윤식의 한국현대문학사’ 특별전 개막식

‘연구자로, 비평가로
제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성실했다면
그것이 사라져 없어진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남아서 힘이 되어
시방 저녁놀 빛, 몽매함에 놓인 제게 되돌아오고 있지 않겠는가.
제가 그토록 갈망하는 표현자의 세계로 나아가게끔
힘이 되어 밀어주고 있지 않겠는가’
(김윤식, 「갈 수 있고, 가야 할 길, 가버린 길」)

故김윤식 명예교수 (1936~2018)

2018년 10월 25일, 한국 국문학계의 큰 별이 졌다. 한국 문학연구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故김윤식(1936~2018)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명예교수는 1968년 서울대 교양과정부 전임강사로 임용된 이래 2001년까지 본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현재 한국 국문학계를 이끌어 가는 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김윤식 교수는 한평생 몰두한 성실하고 치열한 글쓰기를 통해 한국 현대문학 연구사에 큰 획을 긋는 학문적 업적을 남겼다. 故 김윤식 명예교수 특별전 ‘혼신의 글쓰기 : 김윤식의 한국현대문학사’ 전시는 10월 1일(화)~12월 31일(화)까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지하 1층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거장의 학문적 궤적을 따라 걷다

김윤식의 한국현대문학사’ 전시는 10월 1일(화)~12월 31일(화)까지 열린다
김윤식의 한국현대문학사’ 전시는 10월 1일(화)~12월 31일(화)까지 열린다

전시는 1부 ‘시간 – 책의 연대기’, 2부 ‘행위 – 읽고, 쓰고, 가르치기’ 그리고 3부 ‘공간-서재’로 이루어진다. 전시관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1부 ‘시간 – 책의 연대기’에는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김윤식 교수의 저서들이 출간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다. 김 교수가 일평생 집필에 참여한 저작은 200권이 넘는다. 관람객들은 각 시기별 저서의 서문과 목차를 읽으면서 김윤식 교수의 폭넓은 학문적 성과를 체감하고, 다양한 형식과 다양한 문체의 글쓰기를 시도했던 그의 글쓰기 인생을 마주하게 된다.

이날 전시를 관람한 김윤식 교수의 부인 가정혜 씨는 “밤이든 낮이든 항상 글을 썼다. 쉬는 시간에 일어서서도 메모지에 글을 쓰고 읽었다. 옷의 시보리가 글쓰기에 불편하다고 다 잘라버린 적도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남편의 ‘혼신의 글쓰기’를 회고했다.

전시관 복도에 진열된 김윤식 교수의 원고뭉치.
전시관 복도에 진열된 김윤식 교수의 원고뭉치.

2부 ‘행위- 읽고, 쓰고, 가르치기’는 ‘제 1장 쓰다’, ‘제 2장 만나다’, ‘제 3장 가르치다’, ‘제 4장 남기다’ 등 총 4개의 세부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영역은 외롭고도 치열한 글쓰기에 전념하고, 다양한 문인과 해외 연구자와의 만남으로 학문과 비평의 깊이를 더한 국문학자이자, 한평생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해온 김윤식 교수의 삶을 비춘다. 전시관 복도 가운데에는 김윤식 교수의 ‘혼신의’ 글쓰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200자 원고지와 공책을 비롯한 기록자료가 진열되어 있다. 1부에서 만나 본 수많은 저서가 어떻게 집필된 것인지 직접 살펴봄으로써 김윤식 교수의 초인적인 글쓰기가 이루어진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3부 ‘공간-서재’는 김윤식 교수의 실제 저술이 이루어진 서대문구 냉천동 2층 서재와 용산구 서빙고동의 13층 서재를 전시관 안으로 옮겨 놓은 공간이다. 서재는 연구자의 공간일 뿐 아니라 개인의 생각과 질서가 담긴 작은 우주이자 사유와 집필로 분투한 현장이며, 김윤식 교수는 이 작은 서재 공간에서 47년(1971-2018) 동안 외로운 문학 일로를 걸어왔다. 빼곡하게 꽂힌 연구서적들 사이에서 성실하고도 치열한 글쓰기를 지속해온 학자의 세월이 고스란히 반영된 시공간적 전시물인 셈이다.

김윤식 교수를 기억하며

유승환 교수의 열띤 강연 모습
유승환 교수의 열띤 강연 모습

규장각은 전시 기간 중, 매주 금요일 오후 3시에 김미지, 장문석, 권성우, 유승환 등 김윤식 교수의 제자들이 진행하는 전시 연계 강연을 진행한다. 기자가 전시관을 찾은 11월 1일 강연에서는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유승환 교수가 ‘김윤식과 냉전 - 1987~89년 전후의 김윤식’을 주제로 김윤식 교수의 글쓰기가 역사적 변동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고 변화하였는지 강연을 통해 이야기했다. 본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김 교수의 강의를 수강했던 유 교수는 “부족하지만 김윤식 선생님에 대해서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게 된 것이 매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강연에 참여한 감회를 밝혔다.

김윤식 교수의 제자이자 이번 전시를 기획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윤대석 교수는 “김윤식 선생님의 전 연구 영역과 연구자로서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서울대학교의 학문 활동을 자극하고 모범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또한 “김윤식 교수의 저서를 비롯한 많은 학문적 결과물들이 나오기까지 굉장한 노력이 뒤에 있었으며,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그의 글쓰기가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작업인지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남은 전시 기간에 예정된 전시 연계 강연으로는 박상준 교수의 ‘김윤식과 현대시 연구’, 조영복 교수의 ‘김윤식과 현대시 연구’, 정홍수 교수의 ‘김윤식과 그의 시대’, 신수정 교수의 ‘김윤식과 박완서’, 손정수 교수의 ‘김윤식과 루카치’, 방민호 교수의 ‘김윤식과 카프 연구’가 있다.

강연 후 오후 4시에는 특별 도슨트와 함께 하는 전시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혼신의 글쓰기’로 회상되는 거장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한국학의 발자취와 열정의 순간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정예진(인류학과)
yejane1228@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