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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구의 결실에 박수를, 아시아연구소 학위논문상

2024. 11. 5.

지난 10월 16일(수) 15시, 본교 아시아연구소(101동)에서 제4회 석사 및 박사학위 논문상 수상자 포럼이 열렸다. 2009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아시아연구소는 ‘지역과 주제를 결합한 아시아 연구의 세계 허브’라는 비전 아래 아시아 지역 연구의 정체성 확립, 학문 간의 융합과 교류, 국제화와 지식의 대중화를 지향하고 있다. 학문 후속세대 양성의 일환인 학위논문상은 2014년부터 아시아 관련 지역을 다룬 우수 학위논문을 선발해, 현재까지 다양한 학과의 졸업생 30여 명을 상금 및 출판지원으로 시상해왔다. 최근 수상자 3인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학문적 교류·협력을 증진하고자 개최된 이번 포럼에서, 박주용 교수(심리학과)는 “전문가들의 심사 과정을 지켜보니 정말 받기 힘든 상이더라”라며 “뛰어난 연구자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만큼, 서로 배우고 즐기면서 단단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석사 및 박사학위 논문상 시상식(좌), 수상자 포럼 단체 사진 (우)
석사 및 박사학위 논문상 시상식(좌), 수상자 포럼 단체 사진 (우)

지역에서의 삶을 세심히 관찰한 연구자들

포럼에서는 각 연구에 대한 수상자의 발표와 지정 토론자의 코멘트가 차례로 진행됐다. 먼저 정해영 박사(인류학과)가 ‘약속과 배반의 도시: 중국의 토지개발과 물질성의 정치’(2023) 논문을 소개했다. 해당 연구는 중국 톈진(天津)시에서의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신도시 개발에 따른 농민들의 재정착 경험을 사회적, 정치적으로 검토했다. 국가 차원의 토지개발 과정에서 지방 정부가 농민들에게 공급한 재정착주택은 그들에게 새로운 자산이자, 도시에서의 시민권을 주장하고 협상하는 중요한 지점으로 작용했다. 윤종석 교수(서울시립대학교)는 “시민권은 법적·제도적 문제를 넘어 실천의 측면들을 포함하는데,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화 흐름에 좋은 참조점이 되는 연구를 보여줬다”라고 평했다.

발표자 및 토론자들(좌), 박사논문을 소개하는 정해영 박사(우)
발표자 및 토론자들(좌), 박사논문을 소개하는 정해영 박사(우)

김란 박사(사회학과)의 ‘현대 한국과 중국 보육체제 변동에 관한 비교연구: 보육 공공성과 가족주의를 중심으로’(2022)에서는 방대한 양적·질적 자료를 비교 역사 사회학적 접근으로 분석했다. “동북아시아의 공통된 초저출산 위기 상황에서, 기존 연구에는 부족했던 역사적·구조적 인과성을 바탕으로 현시점을 이해하고자 했다”라는 설명이다. 논문에서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보육체제(childcare regime)를 형성기, 이행기, 저출산기로 분류하고 두 국가의 여성 노동과 출산, 가족 관련 문화를 ‘자율성과 공공성’의 틀로 정리했다. 발표에 이어 장수지 교수(이화여자대학교)는 “사회 전체적으로 여러 영향 관계를 훌륭하게 서술했다”라며 “기관 양육이나 가정 양육 이외의 대안적인 활동에도 주목해보면 향후 변화를 내다보는 데에 좋은 단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란 박사(좌) , 유승우 석사의 발표 (우)
김란 박사(좌) , 유승우 석사의 발표 (우)

마지막으로 유승우 석사(인류학과)가 ‘남성 이주노동자의 소비와 여가를 통해 본 초국적 삶의 재생산: 경기도 A 공단의 필리핀 이고로트(Igorot)족을 중심으로’(2022) 연구에서의 발견들을 공유했다. 그는 약 1년간 발리우(필리핀인 주거지)에서 수많은 이주노동자와 교류하고, 그 중 16명과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남성 이주노동자들이 어려운 정치경제적 토대에 위치하고 있지만, 일터 바깥에서 나름의 행복한 삶을 구성하면서 한국과 필리핀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국적 일상을 살고 있음을 관찰했다. 토론에서는 조하영 학생(사회학과 박사수료)이 “이고로트족의 민족성과 남성성을 ‘정체성의 정치’로 개념화하면 새로운 학문적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연구자가 파악한 지역적 네트워크는 한국 사회 내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위치를 해석하는 데에도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후속 연구를 제안했다.

논문연구의 여정과 고민은 현재진행형

이후 순서에서는 논문 작성 과정과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게 오갔다. 인류학 분야 현장 연구는 변수가 많은 특성상 순탄하지 않은 측면들이 있었다. 정해영 박사는 “국가가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연구 과정에서 방해도 받았지만, 다양한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통해 도움을 많이 얻었다”라며 “한편으로는 사회 기층에 있는 보통 사람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유승우 석사는 “현장에 가서 소수 종족을 만났고 거기에 성소수자도 있었기에,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종족과 젠더 정체성이 크게 부각됐다”라며 “주제를 바꿔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타협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한 “당시에는 코로나 상황으로 국내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필리핀에 직접 가볼 계획을 하고 있다”라며 더 폭넓은 조사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들어볼 수 있었다.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데 두 나라를 비교하는 이유를 타당화하는 것이 어렵다”라는 질의자에게 김란 박사는 “중국 안에서도 여성에 관한 주장들이 굉장히 복잡하고 모순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실제로 많이 받았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에서 오래 생활한 연구자의 위치성을 바탕으로 가치 있는 성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답하며 “자신감 있게 진행하되, 후속 연구를 통해 끊임없이 독자를 설득하겠다는 포부를 가져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논문을 작성할 때 연구 주제에 맞는 이론적 배경을 잘 찾아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라고 질문한 학생에게는 “주제에 대해 검색해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주요 학자들이 있는데, 이들의 시각이나 성과를 참고하면 좋은 지름길이 될 것이다”라는 팁을 남겼다.

경청과 토론의 포럼 현장
경청과 토론의 포럼 현장

행사를 마치며 서정경 연구원(아시아연구소)은 “여성의 출산과 양육, 도시화의 아픔, 이주민의 생활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세계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소개된 연구들의 넓은 의의를 강조하고, 수상자에게는 축하를, 다른 참석자들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아시아연구소 인재개발부에서는 신진 연구자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학위논문상 이외에도 박사학위 논문작성 지원사업, 대학원생 현지조사 지원사업, 연구연수생 아시아지역전문가과정 등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남은영 연구원(아시아연구소)은 “연구연수생 프로그램의 경우 학부 3~4학년의 참여가 많은데,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역량 있는 지역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 후속세대 양성에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또한 “변화하는 미래의 아시아 시대를 이끌어갈 많은 인재들이 학문적 고민과 꿈을 아시아연구소와 함께 펼쳐나가길 기대한다”라며 많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격려했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최하영(언어학과)
haronge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