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수) 오후 2시, 관악캠퍼스 38동 대강당에서 ‘학부생을 위한 의생명과학 최신 트렌드’라는 주제로 융합형 의과학자 학부과정 지원사업 심포지엄이 열렸다. 2022년에 개소한 본교 의과대학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은 보건복지부 등의 지원 아래, 다양한 학과 구성원들에게 의과학 분야의 동향을 알리며 융합 연구를 장려하고 있다. 조성엽 교수(의과대학 생화학교실)는 개회사를 통해 “생명과학은 최근에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연구해야 될 부분이 많다”라며 “(이 자리가) 학생들이 관련 진로를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인체의 수수께끼를 세밀히 탐구하다
많은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의생명과학의 각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먼저 정기훈 교수(의과대학 해부학교실)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골수 세포(myeloid cell)의 분석이 췌장암 등 질병에 대한 치료 전략 수립과 신약 개발에 중요하게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연 교수(화학부)는 인간의 신경-행동 상호작용을 환원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한 최신 연구를 공유했다. 그의 연구팀은 물을 마시면 갈증이 해소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자 실험한 결과, 빠르게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삼킴(swallowing)이 감각 신호에 주요하게 관여함을 밝혀냈다고 한다.
후반부 강연의 최무림 교수(의과대학 의과학과)는 유전적 희귀 질환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연구실에서 돌연변이와 관련된 수많은 경우의 수를 선제적으로 검증하며, 비암호화 변이(noncoding variant)로도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곽지현 교수(뇌인지과학과)는 발표에서 인간의 공간 인지에 특화된 각종 뇌세포를 소개하고, 치매 환자들이 흔하게 겪는 길찾기 장애를 ‘자기중심적 (egocentric) 세계관을 형성하는 신경 회로의 손상’으로 풀이했다. 후속 연구에서는 이를 수학적 모델, 더 나아가 인공지능 모델로 구현할 계획이다.
최신 공학기술과 발맞추어 나아가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의료 현장에 공학기술을 창의적으로 접목한 사례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김진수 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 동결을 억제하기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 2~3kg 정도의 가벼운 수트에 줄을 연결해, 관절과 근육이 정상 수준으로 움직이도록 힘을 전달해주는 원리이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 보행 동결의 원리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환자의 보폭이 점진적으로 줄어든다는 가설과 일치하는 실험 결과를 확인했다”라며 증상의 예방에 유의미하게 기여할 희망을 내비쳤다. 이어서 유담 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바이오칩을 이용한 뇌전증 진단에 대해 발표했는데, 환자 개인별 발작 패턴에 머신러닝을 적용하되 민감도와 특이도를 따로 훈련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마지막 순서로는 도재영 교수(전기·정보공학부)가 의료 특화 대형언어모델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의료진을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진료를 보조하는 역할로서 중요하게 사용될 것이다”라며 의료진의 검사-진단-처방을 종합적으로 학습하는 치료 알고리즘의 발달을 전망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대규모의 비구조화·민감 데이터 처리와, 정확한 의료 정보에 대한 검증 및 업데이트가 요구된다. 의학계와 공학계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의학적 난제들을 해결하고자 활약하는 전문가들의 강연은 학생들에게 풍성한 배움과 영감의 시간이 됐다. 의생명과학 연구의 현장을 엿보았을 뿐 아니라, 학문 간 융합을 통한 의료 혁신의 넓은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의 활동과 지원은 의과대학 안팎의 학생들이 함께 의료 연구의 미래를 그려가는 여정에 뜻깊은 격려가 될 것이다.
*환원주의: 복잡한 개념을 더 기본적인 하위 요소들로 세분화해서 설명하려는 철학적 사고를 말한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최하영(언어학과)
haronge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