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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이야기, 이야기 속의 그림’ 제23회 중앙도서관 작은 전시회

2024. 8. 28.

제23회 중앙도서관 작은 전시회 '그림 속의 이야기, 이야기 속의 그림' 홍보포스터
제23회 중앙도서관 작은 전시회 '그림 속의 이야기, 이야기 속의 그림' 홍보포스터

지난 5월 20일부터 중앙도서관 관정관 1층에서는 제23회 중앙도서관 작은 전시회 「Ut Pictura Poema, Ut Poema Pictura(그림 속의 이야기, 이야기 속의 그림)」가 진행되고 있다. 중앙도서관은 2017년부터 작은 전시회를 개최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림책 작가, 웹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전문가 혹은 외부 기관과의 협업 전시뿐만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도 작은 전시회의 주최자가 되어 관정 갤러리를 빛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중앙도서관과 인문대학의 공동주최로, 서울대 인문대학 협동과정 서양고전학전공 주관하에 개최됐다. 전시는 오는 8월 16일(금) 종료 예정이었으나, 관람객들의 호응이 좋아 9월 중순까지 연장 개최하기로 하였다.

에크프라시스,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읽다

전시 전경 사진
전시 전경 사진

이번 전시는 그림 한 점 한 점마다 긴 글을 써두었다. 이는 본 전시가 ‘에크프라시스(ekphrasis)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에크프라시스는 그리스어로 그림을 이용해서 역사와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 기법은 회화를 통해 이야기를 선명하게 전달하고,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억하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다.
본 전시에서는 그리스‧로마 문헌에서 발견된 에크프라시스가 후대 예술가들에게 수용되어 다시금 그림으로 묘사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전시를 통해 고대 그리스‧로마의 원문과 이를 묘사한 명화, 이에 대한 설명까지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사람들이 그림을 통해 역사와 이야기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기존 작품들이 재탄생되고 있다.

보는 것에서 듣고, 듣는 것에서 보는 즐거움

전시 작품 사진 / 시노페의 ‘디오게네스(1860)’
전시 작품 사진 / 시노페의 ‘디오게네스(1860)’

위 작품은 암모니오스(Ammonius)의 저서 ‘철학자 암모니오스의 말에 따른 열 가지 범주들에 관한 서설’을 바탕으로 그려진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ome)의 ‘디오게네스(1860)’이다. 이 작품에서는 견유학파(犬儒學派)의 대표 철학자인 디오게네스(Diogenes)를 개들 곁에서 술통에 들어간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묘사하였다. 작품의 배경과 견유학파에 대해서는 전시 책자에서 신승연(협동과정 서양고전학전공 석사과정)의 추가적인 설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 작품 사진 /  좌로부터 ‘다프네를 쫓는 아폴로(1775-1760)’, ‘쿠피도와 프시케의 결혼 만찬(1518)’, ‘헬리오고발루스의 장미(1888)’
전시 작품 사진 / 좌로부터 ‘다프네를 쫓는 아폴로(1775-1760)’, ‘쿠피도와 프시케의 결혼 만찬(1518)’, ‘헬리오고발루스의 장미(1888)’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Giovanni Battista Tiepolo)의 ‘다프네를 쫓는 아폴로(1775-1760)’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쿠피도의 화살을 맞은 아폴로와 다프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는 티에폴로의 작품에서 다프네에게 닿으려 하는 아폴로와 이미 월계수로 변하고 있는 다프네를 볼 수 있다.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의 ‘쿠피도(Cupido)와 프시케(Psyche)의 결혼 만찬(1518)’은 고전 라틴어로 쓰인 소설 중 원형이 전해지는 유일한 작품인 아풀레이우스(Lucius Apuleius)의 ‘변신’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아풀레이우스의 글과 라파엘로 산치오의 그림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림 속 프시케를 품에 안은 쿠피도를 비롯해 그림에 묘사된 다른 신들이 소설의 묘사와 거의 비슷하게 그려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로렌스 알마 타데마(Lawrence Alma Tadema)의 ‘헬리오고발루스의 장미(1888)’는 람프리디우스의 ‘안토니우스 헬리오고발루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렸다. 해당 작품은 배경이 된 원글에서 제비꽃과 다른 꽃들이 천장에서 떨어져 연회 참석자들을 질식시켰다고 묘사된 것과는 다르게 장미꽃에 의해 연회 참석자들이 질식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이는 로랜스 알마 타데마가 살았던 당시 장미의 꽃말이 ‘음욕과 욕정’인 반면, 제비꽃의 꽃말은 ‘충실함과 겸손함’이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본 기사에서 소개된 작품들을 비롯해 전시장의 다른 작품들 역시 전시 책자에서 추가적인 설명을 살펴볼 수 있다.

그저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기

중앙도서관의 관람 후기 작성 공간
중앙도서관의 관람 후기 작성 공간

전시 관람 이후 관람 후기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총 69건의 후기가 모일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앙도서관 작은 전시회 담당 부서인 도서관홍보서비스의 조진영 담당관(학술정보서비스과)은 ‘앞으로도 교내외 신진 작가, 신선한 아이디어와 작품 세계를 지닌 학내 구성원 혹은 동아리를 발굴하여 작은 전시회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더운 여름, 중앙도서관을 방문하여 그림 속 이야기들을 관람한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회화 속 이야기가 어떤 신화 속 이야기일지 상상해보고 고전 원문이 어떻게 후대 예술가의 회화에 묘사됐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를 준비한 인문대학 협동과정 서양고전학 석박사 전공생들의 설명을 읽으며 그림 속 이야기, 이야기 속 그림을 들여다보는 일은 전시의 재미를 배가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우현지(지리학과)
miah01@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