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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편집장과 함께한 영화비평 이야기

2024.06.11.

기초교육원(61동) 강의실이 특강을 듣기 위해 온 학생들로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날 열린 강연은 기초교육원 글쓰기센터에서 주관한 예술계 글쓰기 특강 중 세 번째 강연으로, 영화비평을 주제로 이뤄졌다. 기초교육원 글쓰기센터의 비교과 프로그램인 ‘2024학년도 1학기 예술계 글쓰기 특강’은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5월 8일(수)부터 5월 10일(금)까지 총 세 차례 진행됐다. 첫 번째 강연에서는 홍예지 미술평론가가 미술 비평을 다뤘으며, 두 번째 강연에서는 이민희 음악평론가가 음악 비평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2024학년도 1학기 예술계 글쓰기 특강 - 영화비평 강연 포스터
2024학년도 1학기 예술계 글쓰기 특강 - 영화비평 강연 포스터

■ 영화비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 설정

‘영화의 별자리: 읽고 쓰고 말하는 영화, 영화비평’이라는 제목으로 5월 10일(금)에 진행된 영화비평 강연에는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석해 강연장이 가득 메워졌다. 강연을 맡은 송경원 영화 평론가는 국내 영화 주간지인 ‘씨네21’의 기자로, 현재는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송 평론가는 글쓰기 중에서도 특히 영화에 관한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송 평론가는 영화에 대한 글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영화에 관한 주관적 감상만을 풀어낸 글은 일기에 가까운 글이라고 할 수 있고, 영화의 정보, 줄거리, 감독이나 배우에 대한 설명, 좋은 점과 아쉬운 점 등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는 글은 영화 리뷰의 성격을 띠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리뷰와는 달리, 영화의 구체적인 부분들을 해체하고 분석하는 비평은 “일종의 2차 창작이자 놀이”를 하는 글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영화에서 주어진 것만을 비평하는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가면 ‘나’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글이 있다고 덧붙였다. 송 평론가의 설명에 의하면,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글은 “영화를 재료로 나의 가치관과 철학을 보여주는 글”이기에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반영”돼 있다.

이렇게 영화에 대한 글을 분류한 뒤, 송 평론가는 영화 평론가와 영화 기자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는 영화 평론가와 영화 기자가 근본적으로 영화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글을 쓰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같아 보이지만, 영화 기자가 쓰는 글은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영화 리뷰’의 형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송 평론가의 설명에 따르면, 기자가 질문하는 대상은 영화를 만든 사람이기 때문에 촘촘한 질문을 통해 인터뷰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내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반면, 평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 가깝기 때문에 자신의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며, 독자에게 체계적인 근거를 들어 자신의 견해를 설득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이렇게 같은 영화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어떤 목표를 잡느냐에 따라 글의 방향성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송 평론가는 “결국, 영화에 대한 글을 쓸 때 필수적이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영화에 대해서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한 후에 글을 쓰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는 거의 모든 글쓰기에 통용될 것”이라고 목표 설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영화의 개념사를 설명하는 송경원 평론가(좌)와 강의를 경청하는 학생들의 모습(우)
영화의 개념사를 설명하는 송경원 평론가(좌)와 강의를 경청하는 학생들의 모습(우)

■ 영화 글쓰기: 별자리 속에서 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

이날 특강에서는 강연의 제목에 관한 설명도 중요하게 이뤄졌다. 송 평론가는 강연 제목을 ‘영화의 별자리’로 붙인 것을 두고 “영화는 ‘나’라는 우주를 이루는 별자리라고 생각한다”라며, “영화를 보고 글쓰기를 하는 것은 별자리의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나의 방향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텍스트 자체는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자신이 인생에서 어떤 시기에 해당 영화를 봤느냐에 따라 감상과 반응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인생의 방향을 잘 잡지 못할 때, 예전에 봤던 영화들, 즉 별자리처럼 그 자리에 떠 있는 영화들을 보면 내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어디로 얼마만큼 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송 평론가는 영화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각자의 영화사’를 한번 써볼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면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는지, 못 보는 영화가 있다면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등을 서술하면서, 영화를 통해 ‘현재의 나’라는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아 나가는 글쓰기를 해 보는 것이다. “만약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내가 극장에서 본 첫 번째 영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연결해나갈 것”을 권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관람한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나한테 영향을 미친 영화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선명하게 보이게 될 것”이라며 송 평론가는 경험에 기반한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송경원 평론가가 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송경원 평론가가 영화 〈봄날은 간다〉의 한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강연이 끝난 후, 학생들은 저마다 영화나 영화 글쓰기에 대해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했다. ‘독자가 있는 매체인 잡지에 실리는 글을 쓸 때, 어떻게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는 소재를 찾아서 글을 쓰는지’를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송 평론가는 “글을 쓸 때 대상 독자 설정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하는 편”이라고 답변하며, “독자를 실체화할 수 있는 한 명의 사람으로 굳혀서 두 사람 간의 대화라고 생각하면서 쓴다”라며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을 공유하였다. 나아가, 글쓰기에 관한 질문뿐만 아니라 특정 영화에 갖고 있었던 개인적인 의문 등 광범위한 내용을 포괄하는 질의응답이 이뤄져, 정해진 강의 시간을 훌쩍 넘긴 뒤로도 학생들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이하빈 학생(조선해양공학과·20)은 “‘평론은 자기 고백을 설득하는 글’이라는 관점으로 영화 평론을 설명한 것이 흥미로웠다”라며, “예술 비평문은 평소에 쓰던 레포트 등의 글과 매우 다른 성격의 글인데, 오늘 강연을 통해 영화 비평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게 돼 기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특강은 단순히 예술 글쓰기의 방법론적인 측면을 배우는 것을 넘어, 영화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꺼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문학이나 예술 계열의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던 학생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를 접하고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다음 예술계 특강은 ‘작가노트 쓰는 법’을 주제로 오는 6월 21일에 열릴 예정이며, 여름방학에는 머니투데이의 남형도 기자를 초청한 글쓰기 특강 또한 준비돼 있다. 글쓰기센터 주관 특강 외에도 기초교육원에서는 학생자율교육프로그램, 〈창의와 도전〉 강좌 등의 교과 프로그램과, 특강, 공모전, 경진대회, 고전 읽기 프로그램 등의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학생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기초교육원 홈페이지(https://liberaledu.snu.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김수민(국어국문학과)
47sumi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