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작가와 관객이 연결되는 공간으로,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고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찾게 된다. ‘삶에서 건진 아름다움의 지분’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10일(일)까지 진행된다. 서울대학교미술관은 2006년 서울대학교 박물관 현대미술부로부터 300여 점의 작품을 이전받아 개관한 이래, 꾸준히 소장품들을 확충하여 2024년 1월 기준으로 991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최근 기증 작품과 구입 작품 및 대표 소장품으로 꾸려진 소장품전으로, 미술관의 역할과 미술품의 가치에 대한 세심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소장품으로 전하는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
이번 전시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제시하고, 관객들에게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인식과 경험을 선사하려는 취지로 기획됐다. 전시의 제목인 ‘삶에서 건진 아름다움의 지분’은 모두의 삶에서 각자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전시의 주된 목적은 예술을 통해 삶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촉진하고, 미술관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게 함에 있었다. 특히 강조된 것은 차곡차곡 쌓아온 소장품을 통해 서울대학교미술관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전시 초입은 2021년도부터 2024년도까지로 기증 연도를 구별해 구성됐다. 기증작 섹션에서는 故이건희 회장 유족, 故서세옥 미술가 유족 등 다양한 기증자들의 작품 목록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미술가 본인 기증작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배찬효 작가가 직접 기증한 본인의 작품 ‘서양화에 뛰어들기’는 역사화에 콜라주 하듯 작가 자신의 얼굴을 합쳐 넣어 독특한 인상을 남긴다. 정치‧문화사적으로 번영과 부흥의 시기였던 르네상스 시대풍의 그림에 뛰어 들어간 듯한 작가는 서구 사상 체계에 도전하고, 자신을 타자화하는 서구의 문화를 오히려 타자화한다. 단순한 패러디가 아닌 권위의 전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한편, 구나영 작가의 본인 기증작 ‘삶의 노래’ 또한 관람객들의 인상을 끌었다. 한지에 먹과 아크릴을 활용해 채색한 얼핏 단순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작품이 담아내고자 한 의미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렁이는 흰색 점과 선들은 인생의 굴곡을 표현하는 작가의 손짓을 은유하는 동시에 관객의 눈을 따라 역동하는 희로애락을 의미한다. 쉽지 않은 여정으로 흘러가는 삶을 여운 있게 연출한 작가의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또한 류노아 작가의 작품 ‘교만’은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환상적 이미지들이 역동적이고 복잡하게 조형돼 있다. 많은 이미지가 혼재돼 있어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없기에 관람객들은 작품을 천천히 톺아보게 된다. 류 작가만의 방식으로 재조합된 혼돈은 물질의 세계가 차마 다 담아내지 못하는 개개인의 탐욕과 열망을 그려내고 있다.
인간의 삶과 절제된 현실에 대한 표현, 그 속의 아름다움을 만나다
미술관의 3층에서는 ‘절제와 새로움’, ‘삶과 인물’을 부제로 전시가 진행됐다. ‘절제와 새로움’ 섹션은 전위적이고 선구적인 작업으로 구성돼 관람객들이 예술과 아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게끔 이끌었다. ‘삶과 인물’ 섹션은 개별 인간의 내면과 삶의 복잡성, 삶을 살아가면서 가지게 되는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을 주제로 한다.
그중 ‘삶과 인물’ 섹션에서 소개된 황재형 작가의 작품 ‘광부’는 수그리고 앉은 한 명의 광부의 모습을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황 작가가 실제로 그린 것은 광부 한 명의 모습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광부의 체념, 고뇌, 땀, 한숨이 모두 담겨있다. 그림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한 명의 사람이지만, 그는 누군가의 아들이자 한 가정의 가장일 것이다. 관객은 작품 속의 한 인물에서부터 다양한 삶의 군상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고, 이로써 자신의 삶까지 성찰해보기에 이른다.
오진이 학예연구사는 “미술관의 가치를 대변하는 소장품 각각의 가치를 잘 드러내도록 하는 것을 제일 중점으로 하여 작품 설치에 임했다”라며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미술관 소장품전은 주제기획전보다 관람객들의 기대가 낮은 경향이 있었다”라면서도 “이제는 소장품전을 챙겨보는 관람객도 다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기쁘고 그만큼 책임감도 더 느끼게 됐다”라는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오 학예연구사의 말처럼, 소장품전은 미술관의 지향점과 정체성을 알아보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대학교미술관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일에 더해서, 일상과 예술의 가치를 연결해보는 재미가 있게끔 기획됐다. 자기 삶의 아름다움을 건져올리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이번 전시가 좋은 기회가 돼줄 것이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김진영(작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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