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ERNATIVE, 생성형 AI로 상상한 관악구의 3가지의 미래’는 영상작업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2023년 2학기 응용공학설계 수업 연계 전시로, 신수현 연구조교수(공학연구원)의 지도 아래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을 공유하는 데 그 목적을 뒀다. 이번에 전시된 세 작품은 본교와 관계가 깊은 관악구라는 공간적 배경 위에서 AI 기술로 인해 바뀔 미래를 상상했다.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소개팅,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해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 AI로 생성한 부캐*가 인간을 대체하는 현상 등 다채로운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져 관객의 흥미를 이끌었다.
* 부캐: '부 캐릭터‘(副 Character)의 줄임말로, 실존 인물이 연기하는 가상의 새로운 인물
관악구를 무대로 상상한 AI의 미래
이번 전시는 12월 5일(화)부터 12월 8일(금)까지 제1파워플랜트(68동)에서 진행됐다. 우선 미래의 연애를 상상한 ‘Love in Gwanak’이라는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Love in Gwanak’은 ‘2105년의 관악에서 신체와 성격, 기질, 환경 데이터로 완벽 매칭한 운명적 상대를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재밌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미혼율이 점차 증가해 대한민국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 속, 정부가 최첨단 매칭 시스템과 커플 매니저를 전국 각지에 배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주요 줄거리로 다룬다. 이단비, 김도영, 조용수, 주태종, 장진화 학생이 참여한 이 영상은 사랑이라는 매력적인 주제를 통해 인간들의 삶에 AI가 얼마만큼이나 깊게 개입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게 했다. 단순히 직업적인 확장이 아닌, 인간적인 욕망과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영역에까지 인공지능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줘 관객들에게 많은 여운을 줬다.
‘관악: Triathlon’은 ‘스포츠’를 주제로 미래 사회를 상상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이용 중에 사고를 당한 기억이 있는 ‘우딘’은 첨단 기술을 불신한다. 그는 손자 ‘우민’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부터 자신들을 분리하려 한다. 하지만 우민은 AI 신체 활동 대체 기술을 적극 활용해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한다. 영화는 이에 부정적이었던 우딘이 손자를 응원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 작품은 맹자윤, 최지한, 이용수, 김한수, 장호민 학생이 참여했다. 한편, ‘Sense of Tomorrow’는 ‘AI 텔레프레젠스’라는 미래에 있을 법한 기술을 상상했다. 이 기술은 AI를 통해 부캐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성된 부캐가 대신 직장에 출근하는 상황이 일상화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억울하게 회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주인공 ‘하진우’가 자신의 사회성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 AI와의 대화 연습을 수행하면서 결국 원래대로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이 영화의 제작에는 임가람, 박선호, 김경호, 양세열 학생이 참여했다.
공학, 디자인, 인문학적 역량의 융합
‘The Age of AI’라 주제로 진행된 2023-2 응용공학설계 강의는 본교 공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의 1, 2학년 전공 선택 과정이다. 최신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글, 이미지, 영상을 생성 및 제작하는 것이 주된 과제로, 관악구의 미래 사회를 주제로 한 여러 독창적인 작업물이 제작됐다. 신수현 연구조교수는 “이번 수업에는 공학과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섞여 있었는데, 영상 제작 측면에서 이 학생들이 열정적이고 더 잘하려는 욕심이 많아서 놀랐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신 교수는 이어 “수업의 진행을 위해서는 공학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스토리 제작을 위한 인문학적인 역량도 필요하다”라며 “직접 연구해보고 아는 데까지 가르쳐 줬지만 이 부분까지 혼자 지도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교수자로서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다른 학과 연구원, 교수와 협업해 더 풍부한 융합 수업을 운영하고자 한다”라면서 “아마 올해 2학기에도 같은 수업을 할 것 같은데, 공학‧디자인‧인문학‧사회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의 학생들이 수강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 또한 내비쳤다.
문화예술원은 응용공학설계에 참여한 학생들이 미래 사회를 상상하고 이를 시각화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고, 이를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2월 5일(수)에 열린 오프닝 및 시사회에서는 이번 전시의 취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전시의 주제를 확장하는 토론이 이뤄지기도 했다. 수업 참여 인원뿐만 아니라 전시 관람객 또한 토론에 참여해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1파워플랜트 공간의 특성에 맞춰 넓게 펼쳐진 내부에서 전시가 이뤄졌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꼽아 투표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됐다. 관객 참여 이벤트가 병행돼 더욱 전시에 몰입할 수 있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거듭해서 미래를 상상해보곤 한다. 이번 전시는 2105년의 관악구를 상상하는 참신한 생각을 보여줬고, 그로부터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다. 또한, 교내에서 진행된 석사과정 수업에서의 결과물이 문화예술원과의 만남을 통해 관람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 됐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시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문화예술원은 앞으로도 캠퍼스 내에서 다방면의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처럼 ‘Class-Up’ 프로그램을 통해 본교에서의 우수한 수업 결과물을 교내외에 공유하고, 일반 수업 발표보다 규모와 형식 면에서 스케일업(scale-up)한 발표가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1월 31일(수)까지 Class-Up의 새 공모가 진행될 예정으로,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펼쳐나가는 문화예술원의 활보에 더 많은 발걸음이 이어지길 바란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김진영(작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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