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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토론이 되지 않도록”, 정치외교학부 손석희 전 JTBC 사장 초청강연

2024. 1. 9.

지난 12월 5일(화) 오후 3시, 서울대학교미술관 오디토리엄은 ‘마지막 토론: 공론장의 출발’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에 참석하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명사 초청 강연은 정치외교학부 10-1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손석희 전 JTBC 사장이 연사로 참여해 풍부한 논의를 이끌었다. 박종희 교수(정치외교학부)가 사회를 맡았고, 1부 강연과 2부 대담의 형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손석희 전 JTBC 사장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손석희 전 JTBC 사장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무너지는 공론장 복원하기

손석희 전 JTBC 사장은 대한민국의 언론인으로서 영향력 있는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MBC 프로그램인 ‘100분토론’,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JTBC 뉴스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토론형 인터뷰 프로그램을 시도함으로써 주요한 사회적 의제를 조명하고 토론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데에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박종희 교수는 “정치외교학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론 민주주의를 아주 실험적으로 시도해오신 분이라는 점에서 오늘 연사님을 모시게 됐다”라고 소개했다.

1부 강연의 주제는 ‘토론’이었다. 손석희 강연자는 ‘마지막 토론’이라는 강연의 제목에 대해서 “사실은 제목의 맨 뒤에 물음표가 붙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강연에 “마지막 토론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토론이 필요한 주제가 주변에 무수히 많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토론이 사라져가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토론이 계속될 수 있도록 무엇을 토론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거나 겁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서, 손석희 연사는 토론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개인이 파편화되고 확증편향을 갖게 되는 점을 지적하며, 무너지는 토론을 복구하는 방안 중 하나로 ‘끊임없는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주장이 필요하고, 주장은 분명한 사실 위에서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연사는 언론인으로서 “방송토론을 살릴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팩트체크”라고 이야기하며, JTBC의 2017 대선후보자토론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팩트체크 팀이 실시간으로 후보자 발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사회자에게 곧바로 결과를 전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던 경험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더불어 “미디어의 많은 조직과 인력이 토론의 팩트체크 분야에 헌신해야 한다”라고 당부함과 동시에 팩트체크를 평상시의 토론에도 적용해 토론이 갖는 권위가 살 수 있도록 할 것을 권했다. 손 연사는 “공론장을 살려내는 방법으로 ‘팩트체크’라는 하나의 예시를 들었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제가 떠나고 난 후 여러분이 고민하고 토론해야 할 문제”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중요한 것은 의제를 ‘세팅하는 것’이 아닌 ‘키핑하는 것’

행사 2부는 사전에 수합한 질문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청중들의 즉석 질문에 대해 손석희 연사가 직접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담 과정에서 손 연사는 “학생 때부터 토론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학내 토론 수업이나 토론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편, 강연에서 토론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언급된 ‘어젠다 키핑’의 개념을 자세하게 알고 싶다는 질문이 즉석에서 던져지기도 했다. 손 연사는 “뉴스는 매일 생산되면서 내일의 뉴스가 오늘의 뉴스를 대체해버리지만, 분명히 놓쳐서는 안 되는 어젠다가 분명히 있다”라며 어젠다 키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의제를 설정하는 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의제에 대한 고민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답변이었다. 손 연사는 실제로 방송국에서 앵커로 있을 당시 중요한 어젠다는 관련한 추가 소식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보도하고자 했던 일을 술회하기도 했다.

청중과의 대담을 진행하는 모습
청중과의 대담을 진행하는 모습

이날 강연에 참석한 용화랑 학생(서양사학과·20)은 “정답을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됐다”라며 “공론장의 출발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만을 찾아 교류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접하는 것이 가능해진 만큼 그 이외의 것은 외면해버리기 쉬운 시대에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됐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곳곳에 공론장을 마련하고, 정확한 사실 위에서 자신의 주장을 정립하고, 타인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는 노력이 행해져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사라져가는 토론을 되살리기 위한, 바로 이 토론이 마지막 토론이 마지막 토론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김수민(국어국문학과)
47sumi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