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금) 저녁, 관악학생생활관은 축제의 온기로 가득했다. 2010년부터 매년 가을에 진행된 한울제가 올해도 찾아왔기 때문이다. 한울제는 외국인 사생들을 위한 문화행사 및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내‧외국인이 서로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기획됐다. 관악학생생활관 자치운영위원회(이하 자치회)를 주축으로 여러 단체가 참가하고 사생들이 함께 준비하는 행사로, 사생이 아니더라도 학교 구성원 모두가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 행사는 오후 6시에 시작돼 밤 11시까지 이어졌고,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히는 불빛과 왁자지껄한 분위기 덕분에 다소 쌀쌀한 가을 저녁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자만추(自晩秋) 속에서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하기
한울제의 주제와 프로그램은 매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올해 한울제에는 ‘자만추’(自晩秋)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이 부제는 두 가지 뜻을 가진 중의적 표현이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해 ‘늦가을이 찾아왔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줄인 신조어로서의 의미도 있다. 관악학생생활관 자치회 김지우 학생(수의예과·22학번)은 “사생들끼리 자연스럽게 만나고 친해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자 했다는 점을 반영해서 축제의 부제가 정해졌다”라고 말했다. 축제의 취지에 걸맞게 올해 한울제에서는 사생들 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졌다. 작년에 비해 부스의 수가 많아지고 규모도 커졌으며, 작년 축제에서는 포토존이 강조됐던 반면 올해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많이 마련됐다. 관악학생생활관 자치회 최병찬 학생(재료공학부·22학번)은 “실제 푸드 부스나 마켓을 준비하면서 만나 친해진 사생들도 있으며, 축제 당일에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고 친해진 사람들도 있다”라고 전했다.
다양한 먹거리와 이벤트를 함께 즐겨요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띈 공간은 글로벌 푸드 부스였다. 각 부스를 장식한 다양한 국기와 이국적인 메뉴판들이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여느 축제와는 다르게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한울제 푸드 부스의 특별한 점이다. 이는 관악학생생활관에 거주하는 약 80개국의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은 물론, 말레이시아, 네팔, 인도네시아 등 평소 접해보지 못한 나라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취식이 가능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이 곳곳에 조성됐다.
글로벌 푸드 부스 행사 외에도 플리마켓, 셀프 사진 부스, 길거리 공연, 음료 나눔 행사 등의 다양한 즐길 거리가 축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은 자치회의 ‘자만추 부스’였다. ‘자만추’로 줄여 부를 수 있는 네 가지 이벤트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라는 이름의 보물찾기 이벤트, 만 보를 걸으면 추로스를 주는 ‘자신 포함 만 보 걸으면 추로스’ 이벤트,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해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추억 남기기’ 이벤트, 상품을 증정해주는 ‘자치회만나면 추파춥스’ 이벤트가 진행됐다. 네 행사 모두 학생들 간의 만남과 소통을 목표로 준비됐기 때문에, 서로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한데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0년부터 열리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매년 우리를 찾아오고 있는 한울제는 관악학생생활관에서 열리는 연간행사 중 가장 큰 행사이다. 또한, 특정 단과대에서 개최하는 축제가 아니기 때문에 학과를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잔잔하면서도 특별한 소통과 설렘이 함께하며, 열기보다는 온기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축제이다. 이번 축제를 즐긴 천제현 학생(물리천문학부·21학번)은 “한울제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열리는 축제라서 그런지 그리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있었다”라면서 “관악산의 고즈넉한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한울제만의 맛이 있는 것 같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울제가 앞으로도 오랜 시간 자기만의 맛과 특색을 지키며 많은 사람에게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김수민(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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