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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사회의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공간을 조명하다, 문화예술원 연구 포럼

2023. 11. 10.

‘대만 사회 다양성의 거점, 고랑: 공간 중심으로 조명하는 타이베이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 공식 포스터
‘대만 사회 다양성의 거점, 고랑: 공간 중심으로 조명하는 타이베이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 공식 포스터

지난 10월 26일(목) 저녁 6시부터 9시 30분까지 문화예술원 주관 ‘대만 사회 다양성의 거점, 고랑: 공간 중심으로 조명하는 타이베이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 연구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제1 파워플랜트(68동)에서 진행됐으며, 지난 8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연구자 송민진(미술대학 조소과) 학생과 이하령(자유전공학부) 학생이 직접 관찰한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의 공간 중심 자생적 다양성과 창의성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 포럼에서는 과거에서부터 현재, 미래에 이르기까지 대만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의 다종다양한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문화 생산물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도시사회학에서 사용하는 개념 ‘주름’을 끌고 와, 꼭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서점, 카페, 레코드 가게 등 타이베이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을 구성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사건을 배양할 수 있음을 설명하며 ‘고랑’의 개념을 제안했다. 포럼에서는 대만 언더그라운드 문화 연구자 Miaoju Jian 교수(대만 국립중정대학 커뮤니케이션학부)와 양효실 비평가(인문대학 미학과 강사)의 강연도 진행됐다. 강연 이후에는 국내 인디 밴드 쾅프로그램의 공연과 대만의 신예 펑크 밴드 Toxic Bald의 한국 초연이 이어졌다.

타이베이와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펑크’를 관찰하며

‘대만 사회 다양성의 거점, 고랑: 공간 중심으로 조명하는 타이베이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 포럼 현장
‘대만 사회 다양성의 거점, 고랑: 공간 중심으로 조명하는 타이베이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 포럼 현장

송민진, 이하령 학생의 발표는 ‘공간 중심으로 조명하는 타이베이 언더그라운드’라는 제목에서부터 출발한다. 문화예술원 공식 홍보자료에 따르면, 본 연구는 “1987년 계엄령 해제 이후 최근까지 여러 변화를 겪어온 타이베이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의 현재에 대한 기록 가능한 관점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발표를 통해서 대만에서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의 진zine, 음반 등 물질 문화가 공유 및 유통되는 구조, 밴드를 포함한 언더그라운드 씬 구성원이 물리적 거점을 확보하는 방식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 공공장소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비정기 야외 게릴라 공연이 소개됐고 현지 조사에 기반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 지원이나 보조금에 기대지 않고 DIT(Do It Together)의 방식으로 자생력을 향상하려는 타이베이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의 오늘을 공간 중심으로 스케치하며 발표가 마무리됐다.

Jian Miaoju 교수의 강연인 ‘대만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의 계보, 그리고 지금’에서는 과거에 비해 더욱 번성하고 있는 오늘날의 인디 씬이 어떻게 처음 탄생했는가에 대한 설명과 그 역사적 성찰이 이어졌다.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그리고 2017년부터 현재까지로 시대를 구분하여 대만 음악 씬을 대표하는 밴드 문화와 라이브 하우스에 대한 소개가 이뤄졌다. 양효실 비평가는 ‘서울 홍대 펑크 씬을 묘사할 수 있을까? 이렇게라도!’를 제목으로 홍대 펑크 씬에 대해 논의했다. 양 비평가는 노동 계급과 남성 문화가 결합된 방식으로 제시되는 인디 씬, 유튜브 시대의 소탈한 취향 또는 대학 동아리를 중심 음악으로 자기 정체성을 구축한 학생들과 펑크 밴드의 자조를 발표의 핵심 주제로 삼았다.

음악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음악 ‘씬’을 이해하다

이번 포럼은 강연과 공연이 만난 독특한 구성을 취했다. 먼저 우리나라의 인디 밴드 쾅프로그램의 공연이 진행됐다. 쾅프로그램은 최태현(보컬 및 기타), 서경수(드럼)의 두 멤버로 구성된 포스트 펑크 기반의 락밴드로 2013년 8월 데뷔 이래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컴퓨터와 이펙터 등 전자음악의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록을 기반으로 하며 장르 간의 횡단을 실험하는 쾅프로그램의 공연에서는 밴드 음악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Toxic Bald의 무대가 이어졌다. Toxic Bald는 대만의 하드코어 펑크 밴드로 Chang ChinHao(보컬), Tsao Weilun(드럼), Tsai Menghsuan(베이스), Chen Yi(기타)의 네 멤버로 구성됐다. 펑크의 다양한 하위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신예 밴드 Toxic Bald의 무대는 찢어지는 보컬과 빠르게 쪼개지는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가 큰 특징이다. 이날 Toxic Bald는 관객의 앵콜을 이끌어내며 한국에서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포럼 이후에는 한국의 펑크 밴드 ‘쾅프로그램’의 공연이 이뤄졌다.
포럼 이후에는 한국의 펑크 밴드 ‘쾅프로그램’의 공연이 이뤄졌다.

이번 포럼에서 이뤄진 다양한 시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데에는 행사에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한 관객들의 역할이 크다. 이번 연구 포럼의 행정 및 총괄 프로듀서를 역임한 박소현 씨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대중의 접근성이 비교적 한정적이고 취향을 타는 음악인 한편 사회적인 운동이기도 하다”라면서 “그 음악이 흘러나오는 특정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아티스트들의 철학과 그 씬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언급했다. 박소현 씨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 주저하지 않고 춤을 추며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는 관객분들의 모습에 놀랐다”라며 “생각보다 이번 문화 행사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아 더욱이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라며 언더그라운드 씬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모습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또, 연구 포럼의 기획자 송민진 학생은 “한국과 대만의 연구자, 뮤지션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어떤 화학작용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이날 포럼에서 느낀 에너지를 통해 견고하고도 느슨할 양국 씬의 연결감을 상상하게 되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포럼은 인디 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그 인디 씬 안으로 뛰어드는 경험을 해보도록 만들었다. 그 경험을 통해 참여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가능케 하는 공연장이라는 공간의 힘이다. 그리고 이때의 ‘공간감’이라 함은 결국 아티스트와 청중의 교감을 의미한다. 포럼에 이은 공연을 통해 청중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완성되는 음악은 결국 한 공간에서 공유되는 씬을 통해 설명된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문화예술원에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포럼과 문화 행사를 진행해 문화를 통한 다양한 소통을 시도할 예정이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김진영(작곡과)
young716@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