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77주년 기념 야외 설치전 ‘진리의 빛, 예술로 환히 밝히다’가 지난 10월 11일(수)부터 서울대학교미술관 야외광장에서 시작됐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의 개교 기념전과는 달리 예술의 보편성과 다양한 학제와의 공존에 초점을 맞춘 전시라는 점이 눈에 띈다. 오진이 학예사는 “과거 개교기념 전시는 미술대학의 교수진과 졸업생의 작품을 통해 학교의 역사를 소개하는 기획들이 많았는데 이번 전시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번 달 26일(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교 기념전에서는 르네상스 시대 3대 거장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 재현됐다. 기원전부터 16세기 초반까지의 위대한 철학자, 수학자 등의 학자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그림이다. 개교 기념전을 맡은 선우항 작가는 “위대한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라파엘로의 그림이 서울대학교 개교 77주년을 맞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알맞을 것 같아 선정하게 됐다”라고 ‘아테네 학당’을 재현한 이유를 밝혔다. 서울대학교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심상용 미술관장은 “거장의 벽화가 전통적인 프레스코 벽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응용해 작업하는 선우항 작가에 의해 이곳 관악캠퍼스에 재현됐다”라며 “그 웅장함이, 그 교류와 융합의 정신이, 사랑의 지혜가, 상서로운 기운이 이 지식의 전당에 널리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라는 말을 전했다.
전시의 제목인 ‘진리의 빛, 예술로 환히 밝히다’에도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오 학예사는 “서울대학교의 공식 슬로건에서 따온 ‘진리의 빛’과 ‘예술로 환히 밝히다’를 연결한 제목”이라며 “각각의 ‘빛’을 모으는 것, 학문과 함께 밝게 빛나는 것에 예술의 역할이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미술관의 내부가 아닌 야외에서 진행되는 전시로 기획된 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오 학예사는 “야외의 열린 광장에서 전시를 보여주는 것에는 우리 대학의 학문 탐구와 사회 공헌의 의지를 함께 되새겨보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개교 기념전은 개방된 공간에서 열려 누구나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라파엘로의 벽화가 재현된 웅장한 작품을 감상하고 그림 속 학자들의 치열한 고투를 느끼면서 앞으로 서울대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전시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사색해 볼 수 있다. 오진이 학예사는 “학생들이 기획전의 의미를 생각하고 많이 관람했으면 좋겠다”라며 학생들이 전시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기를 기대했다.
서울대학교 학생기자
한규빈(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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