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학기 기준 서울대학교에는 총 7,492개의 교과목이 개설되어있다. 이 중 교양 교과목은 1,369개로, 학생들은 다양한 학과에서 개설된 교양 수업들을 들으며 전공 외 역량을 키우고, 세상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기회를 얻는다. 총 773만 제곱미터의 캠퍼스 부지에 15개 단과대학, 83개의 학과가 존재하는 학교의 큰 규모만큼이나 다양하고 이색적인 수업이 서울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악기를 빌려 직접 연주해볼 수 있는 수업부터 강의실이 아닌 산에서 모여 등산하는 시간을 갖는 수업까지 가지각색의 교양 수업은 학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부담 없이 즐기는 취미 연주, 음악대학 기악과 “색소폰”
매주 수요일 오전 음악대학 대연습실에는 색소폰 소리가 울려퍼진다. 색소폰을 불고 있는 스무 명의 학생 중 음악 전공자는 아무도 없다. 음악대학 기악과에서 개설한 교양연주 색소폰 수업은 악기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다. 막연히 연주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첫인상과 다르게 색소폰은 운지법이 어렵지 않아 배우기 쉽고, 대중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악기이다. 실제로 수업이 절반 정도 지난 10일 수업에서 학생들은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연주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색소폰의 가격은 100만 원 이상이다. 가볍게 입문하기에는 가격부담이 있어 섣불리 다가서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색소폰 수업을 듣기 위해서 악기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음악대학에서 20개의 알토색소폰을 구비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기 초 입이 닿는 부분인 마우스피스, 리드와 개별 목걸이 등 기본 액세서리만 준비하면 된다. 강의실로 들어온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악기 보관실로 향해 색소폰이 담긴 케이스를 가져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관된 색소폰은 매주 세척이 이루어져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교양연주 색소폰은 과거 음악대학의 선택실기 수업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주일에 15분 내외로 개인 레슨을 받는 형태로 진행되었고, 타 단과대 학생들과 음악대학 학생들이 함께 수강하여 실력의 편차가 크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던 중 본교 교수님들과 음악대학의 지원으로 총 20대의 알토색소폰이 마련되었고, 이에 교양연주 색소폰 수업이 개설될 수 있었다. 이번 학기 색소폰 수업을 수강 중인 나연이 학생(조소과·19)은 “평소 악기 연주에 흥미가 있었는데, 직접 악기 연주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라 수강을 신청하게 되었다”라며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색소폰을 학교 수업을 통해 배워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라고 밝혔다.
교양연주 색소폰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영 강사는 “이 수업에서만큼은 학생들이 긴장하지 않고 실력에 상관없이 재미있게 수강하면 좋겠다”라며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음악에 입문하게 하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교양연주 색소폰은 각자 3분 이내의 좋아하는 곡을 연주해보는 방식으로 기말고사가 진행된다. 학기 이수 후에도 취미생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산을 통해 인생을 배우다, 체육교육과 “산과 인생”
체육교육과에서 개설된 산과 인생 수업은 서울대 뒤편에 위치한 관악산 등반을 비롯해서 총 5회의 산행을 떠난다. 이번 학기에는 삼성산, 관악산, 스포츠 클라이밍(농생대 인공암벽장), 도봉산, 조별 자유 산행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도봉산 등반은 캠핑장에서 숙박하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계획됐다. 과목을 담당하는 성제훈 강사(체육교육과)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서울대에서 산과 인생의 의미는 자연에서 인생을 배우는 것”이라며 “자연을 닮은 선한 인재가 되기를 바라는 목적에서 이 강의가 시작되었다”라고 말했다.
산과 인생 수업은 단순히 수업 시간에 산을 가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다. 학생들이 등산을 제대로 알고 즐길 수 있도록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산행 전 강의를 통해서 산행 준비 과정, 안전 수칙, 등산을 위해 필수로 익혀야 할 기술을 알려준다. 체육교육과 교수진뿐만 아니라 산악문화센터와 대학산악연맹도 수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외부 특강 교수진으로 유명 등산 유튜버 백송희 씨가 초빙되어 “산과 청춘”에 대해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수강생들은 매 회차 등반 체험 후 소감문을 제출하게 된다.
실제 등산을 위해 산과 인생 수강생에게는 등산 배낭과 등산 스틱, 응급의료키트가 제공된다. 8개의 조로 나뉜 학생들은 각자 조장, 부조장, 총무, 의료, 기록, 사진, 식량, 오락 중 하나의 역할을 맡아 산에 오르게 된다. 지난 학기 산과 인생 수업을 수강했던 황수빈 학생(아동가족학과·20)은 “힘들 때마다 서로 도와주며 정상에 올라가다 보니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라고 수업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60여 명의 학생이 동시에 움직이기에 교수진은 사전답사를 통해 등반로를 파악하고, 대열 앞뒤에서 무전기로 상시 인원 파악을 진행하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또, 조별로 한 명의 학생이 보건진료소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대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교양교과목을 제공하고자 “학생이 바라는 교양교과목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해당 공모전을 통해 수상작 “웃음의 이해”와 “퀴어문학”이 학생제안강좌로 개설되기도 했다. 이렇듯 서울대에서는 지식 중심의 강의는 물론 다채로운 교양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 학생기자
최낙원(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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