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금) 오후 2시, 관악캠퍼스 체육관(71동)에서 제77회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행사 당일엔 지하철 서울대입구역부터 졸업생을 축하하려 모인 인파가 가득했다. 정문에는 학위복을 입은 졸업생들과 학위수여식의 추억을 남겨주는 사진사, 꽃다발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즐비했다. 체육관과 가까운 경영대 앞에는 핫도그와 떡볶이 등을 파는 간이 푸드코트도 생겨 흥겨운 분위기를 냈다.
모두가 마주 보며 함께한 학위수여식
제77회 전기 학위수여식은 ▲학사보고 ▲총장 식사 ▲총동창회장 축사 ▲졸업생 대표인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본부장의 축사 ▲축가 ▲학위 및 상장 수여 순으로 진행됐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2,154명, 석사 1,708명, 박사 775명 등 총 4,637명이 학위를 받았다. 학위수여식 현장은 유튜브 서울대학교 공식 계정을 통해 생중계됐다.
클라리넷과 바순, 트럼펫 등으로 구성된 SNU 윈드 앙상블의 축하 공연이 학위수여식을 열었다. 성재창 교수(기악과)를 필두로 한 악단은 제임스 반스(James Barnes)의 알바마 서곡(Alvamar Overture) 등을 30분간 연주해 식전 분위기를 한층 띄웠다. 이후 본격적인 행사는 지난 2월 1일 취임한 유홍림 총장의 식사로 시작됐다. 유 총장은 성찰이 인생의 도약에 큰 역할을 한다며 “주도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삶의 개척자가 돼라”고 전했다. 유 총장은 졸업생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최근 공개된 챗봇 인공지능 ChatGPT에게 물었을 때 ‘서울대에서 갈고닦은 지식을 남을 돕는 데에 사용하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삶은 혼자만의 레이스가 아닌 공동 달리기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축사를 맡은 김종섭 총동창회장(사회사업학과·66) 역시 서울대에서 얻은 교육·문화적 경험이라는 복은 혼자서 차지할 수 있는 행운이 아님을 짚었다. 김 회장은 서울대에서 수학하며 높은 수준의 교육 환경을 누린 만큼 졸업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사회에 공헌하길 당부했다. 화제가 된 것은 지난해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연구를 성공적으로 주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고정환 본부장(항공공학과·85)의 축사였다. 고 본부장은 기술개발 과정의 시행착오와 외부의 압박 등에도 연구원들의 협심으로 성공한 누리호 개발 경험을 회상했다. 그는 “함께하는 사람이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동료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일을 대비하라”며 당황스러운 순간을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할 것을 추천했다. “목표가 꼿꼿해야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다.” 그는 어떠한 외부 방해에도 본인의 꿈을 지켜나가라고 조언했다.
행사 중간에는 딱딱한 졸업식 분위기를 풀어줄 축하 공연도 있었다. 4명으로 구성된 음대 혼성 중창단은 조수미의 ‘챔피언스(Champions)’를 불러 학생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 없는 행사였던 만큼 음악과 학위수여식을 즐기는 이들의 미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졸업생 대표인사는 학부생연구지원사업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학기 내내 봉사·기부 등 지역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장태준 학생(컴퓨터공학부·17)이 맡았다. 장태준 학생은 서울대의 표어인 ‘진리는 나의 빛’ 속 진리의 의미를 대학생활 동안 사랑의 관점에서 풀어나갔다. 그는 논문 발표와 창업과 같은 개인적 성취가 모두 혼자서는 불가능했음을 떠올리며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동시에 자신을 향한 믿음과 사랑이 성취의 바탕이 됐다며 교문을 나서는 동문들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전했다.
축사와 축가 후에는 학위 수여와 상장 수여가 있었다. 유홍림 총장은 지난 제76회 전기 학위수여식부터 신설한 학생리더십상을 ▲김언정(경영학과·17) ▲김하은(독어독문학과·18) ▲김도영(간호학과·18) ▲김종훈(자유전공학부·18) ▲장주은(지리학과·19) ▲김지원(화학생물공학부·18) ▲조한결(종교학과·16) 총 7명의 학생에게 수여했다. 학생리더십상은 교내외 학술 부문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학교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 이들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7명의 학생은 창업 활동·봉사활동·동아리를 통한 학내외 환경 개선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대면으로 진행해 더욱 뜻깊었던 학위수여식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교내는 학위수여식의 추억을 남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학사모를 쓴 학생들은 지난 7월 보행자 통로로 전환된 ‘샤’ 정문광장과 중앙도서관뿐 아니라 사범대학·경영대학 등 단과대별 포토존에서 지인들과 사진을 남겼다. 체육관 앞에는 서울대학교 로고가 담긴 특별한 템플릿의 즉석 사진을 자유롭게 인화할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기도 했다.
서울대 학생기자
남나리(수학교육과)
narista00@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