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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가상’을 말하다, 제8회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

2022. 11. 29.

11월 2일(수) 서울대학교 25-1동 103호 국제회의실에서 제8회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 상영회와 시상식이 진행됐다.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은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주관하여 학생들이 당해 주제에 대한 3분 내외의 동영상(UCC)을 제작하고 공유하는 장이다. 이번 제8회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은 “가상”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57명의 학생이 참여해 총 19개의 작품을 출품했다. 상영회 및 시상식에서는 결선 진출작 8편의 작품을 상영한 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이어졌다. 이후 청중평가상 선정을 위한 현장 투표를 실시했고, 비평가와 운영위원, 학생평가단 결과를 종합하여 결정된 최종 수상작에 대해 시상식을 진행했다. 특히, 공감 부문은 100% 학생들의 평가로 수상작이 결정되는데, 기초교육원은 앞서 10월 20일(목)부터 10월 25일(화)까지 모집을 통해 21명의 학생평가단을 선정한 바 있다.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 포스터와 시상식 단체사진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 포스터와 시상식 단체사진

나를 객관화하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발현할 수 있는 공간

조동준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 운영위원회 위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은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의 기획 의도를 세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했다. 가장 먼저, 그는 “삶을 영상 속에 넣으면 나를 객관화, 타자화시킬 수 있다”며 영상을 통해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다음으로, 영상 제작 기술을 기르고 사회적 활용을 고민하는 교육적 측면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측면을 이야기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은 2015년부터 ‘접촉’, ‘색’, ‘느끼다’, ‘관계’, ‘나’ 등의 주제로 공모전을 개최해왔다. 수상작 심사는 독창성, 주제 적합성, 표현의 완성도, 길이와 표절 유무의 기준으로 진행됐다.

대상은 앨리스라는 인물이 가상 세계에서 현실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 “서브웨이, 애니웨이(Subway, Anyway)”(Pado)와 가상의 존재 ‘매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싸우지만 결국 굴복하게 되는 모습을 담아낸 “매이”(예더다)가 공동 수상했다. 최우수상은 가상 현실 기술을 통해서 돌아가신 엄마를 만나는 “가상 속에서라도,”(새벽), 바다를 떠다니는 거문고의 모습과 국악을 담아낸 “거문바다”(winoff), 대학생의 모습을 통해서 가상과 현실의 구분을 다룬 “VIRTUAL SANITY”가 수상했다. 우수상은 자작곡과 뮤직비디오로 영상을 구성한 “그림자”(저녁잠), 소수자 인식 및 다양성 교육을 위한 역할 놀이 체험 플랫폼 DiVRsity를 다룬 “DiVRsity”(HCI+d Lab), AI 연구실의 가상 세계 체험 기술을 통해 가상 인간을 만나는 내용의 “가상의 세계”(목원아생일축하한드악)가 수상했다. 행사 당일, 관객들이 직접 투표하는 청중평가상은 “서브웨이, 애니웨이(Subway, Anyway)”(Pado)가 수상했다.

서브웨이, 애니웨이(Subway, Anyway)
(Pado)
매이
(예더다)

대상 수상자들, “가상, 이제는 현실과 떨어져 있지 않아”

대상을 공동 수상한 Pado팀의 박수연(동양화과·20) 학생과 예더다팀의 권예서(조소과·21)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에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는가?

박수연 : 학기 중 미리 찍어놓았던 영상이 있었는데, 전반적인 내용과 톤이 가상이라는 주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참여하게 됐다.

권예서 : 평소 영상 창작물에 관심이 많아 홀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해보곤 했다. 작업물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같이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하여 참여하게 됐다.

Q. 수상작의 제작 의도와 수상자들이 생각하는 “가상”이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박수연 : "Subway Anyway"는 지하철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경험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지방에서 살았었기에 서울의 지하철은 낯설면서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굴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이고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상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가상은 끊임없이 사실성을 추구하지만 결코 사실이 될 수 없다는 점이 지하철이 내게 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작품 속 주인공은 이런 가상환경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는 가상에서 오히려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비일상적인 체험이 일상을 다시 볼 수 있는 눈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권예서 : 현실에 깊게 스며든 ‘가상’의 존재로 인해 혼란을 겪는 우리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존재와 이별하기 위해 사투하는 한 인물을 통해 극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작품의 주인공이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가상의 존재 매이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시도는 계속해서 실패한다. 영상을 제작하면서 가상을 더 이상 인간과 떨어질 수 없는 공간이고 사물이자 생명이라고 생각했다. 미래에는 가상의 힘이 더 강해져 지금보다 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나아가 그 구분을 부정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이러한 상황이 심화할수록 나라는 존재를 더 굳건하게 지켜내고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작품에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 상영회와 대상을 수상한 Pado팀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 상영회와 대상을 수상한 Pado팀

Q.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박수연 : 가장 어려웠던 점은 코로나 상황 때문에 지하철 공간을 섭외하는 단계였다.

권예서 : 아무래도 연출, 촬영, 연기를 모두 혼자 했기 때문에 무엇이든 내 맘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큰 장점이었지만, 혹여나 객관성을 읽고 작업에 대한 애정이 지나칠까봐 스스로를 계속해서 의심해야 했다.

두 수상자 모두 “수상을 예상치 못했다”고 하며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이라는 기회의 장을 제공한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 감사를 전했다.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은 기초교양 교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휴먼튜브 영상 공모전과 함께 다양한 학생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1월 19일 “현재 세대는 미래 세대를 고려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제8회 SNU 토론한마당 본선을 개최했고, 10월 31일까지 야외 공공미술 및 공공설치 작품을 공모하는 제3회 SNU '도서관 옆'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를 진행하여 심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 학생기자
최낙원(정치외교학부)
paradis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