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 학생 식당은 사람으로 붐빈다. 피크 타임인 평일 오후 1시와 6시에는 메뉴를 결제하고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때문에 많은 학생이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급하게 학식을 먹거나 편의점으로 향한다.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학생도 다수다. 개강 후 북적이는 교내 식당의 대안으로 ‘출출박스’가 등장했다. 지난 9월 19일(월)부터 학생회관 지하 1층에서 무인 간편식 코너가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서울대입구역 9번 출구, 출출박스로 변신하다
출출박스가 입점하며 2년 반 동안 비어있던 학생회관 지하 공간이 다시 이용되기 시작했다. 과거 ‘서울대입구역 9번 출구’라고 불리던 이곳에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이 운영하는 학생회관 식당이 있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학교를 오가는 인원이 줄자 식당은 2020년 3월에 영업을 중지했다. 감염병 확산세가 가라앉고 수업이 대면으로 다시 바뀌자 지난 3월 생협 이사회에서 휴점했던 식당들을 개편해 운영하자는 논의가 나왔고, 학생회관 지하에서는 식품 기업 풀무원이 제공하는 무인 식품 판매대가 들어서게 됐다.
지난 9월 19일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출출박스는 냉동고 한 대, 냉장고 두 대, 라면 조리기, 커피 머신, 전자레인지로 구성됐다. 냉동식품으로는 전자레인지로 조리해 섭취하는 도시락, 만두, 빵류를 판매하고, 냉장식품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라면과 샌드위치, 김밥, 생과일 주스, 삶은 계란 등이 있다. 생협 관계자는 “라면류도 튀기지 않은 건면 위주로 구성했다”면서 입점할 업체와 메뉴를 선정할 때 편의점 음식보다 더 다양하고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려 했다고 밝혔다.
상품 구입은 냉동, 냉장 식품 진열대마다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이뤄진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출출박스’에서 재고를 확인하고 상품을 미리 주문할 수도 있다. 선주문은 수령일로부터 이틀 전 오후 2시까지 가능하다. 1주 혹은 2주 동안 매일 이용할 도시락이나 샐러드를 할인가로 구독할 수도 있다. 애플리케이션 가입을 통해 제공되는 할인 이벤트와 포인트 혜택은 덤이다.
출출박스에서 여유롭게 건강한 한 끼 즐겨요
개시 둘째 날부터 스무 명이 넘는 학생들이 출출박스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라면 기계 다섯 개와 전자레인지 앞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기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샐러드의 재고를 미리 확인하고 출출박스를 찾았다. 알레르기 성분이나 칼로리와 같은 영양 정보 역시 애플리케이션에 안내돼 있었다. 냉장 고 겸 자판기인 진열대에서 샐러드를 할인가로 결제하고 포인트를 적립했다.
코너 안쪽에는 64명까지 수용 가능한 공간이 있다. 같은 날 출출박스를 찾은 홍태희 학생(수학교육과⋅석사과정)은 출출박스에서 냉동 도시락을 구매했다. 그는 “에브리타임 홍보 글을 보고 찾아왔다. 식단 관리용 도시락까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학생회관 주변을 자주 오가는데 앞으로 종종 이곳에서 여유롭게 한 끼를 해결할 생각”이라고 했다. 무인 판매대 사용 방법이 자세히 안내되고 잔반 처리통이 깔끔하게 관리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가격 부담과 긴 대기시간 때문에 학생 식당보다 편의점을 주로 이용했다는 임서윤 학생(의예과⋅22)은 이날 출출박스에서 행사가 천원으로 라면을 구매했다. 임서윤 학생은 넉넉한 식사 공간에 만족하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기도 좋겠다”며 출출박스를 다시 찾겠다고 했다.
출출박스에서 지상으로 나가는 길에는 의견 개진란이 있다. 생협은 이용자 피드백을 토대로 메뉴를 변경, 추가하고 영업시간을 조정할 예정이다. 생협 관계자는 “야간에도 코너를 운영한다면 학생회관 근처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이 허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출박스는 간편하지만 영양가 있는 학식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다.
서울대 학생기자
이규림(언론정보학과)
gyu212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