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나라가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에서는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학술지 〈국제지역연구〉의 특별호 겸 연구총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지난 6월 10일(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회의실에서는 본 총서에 수록될 논문의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인 “한중수교 30주년: 회고와 전망”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행사 당일 한중관계분야에서 저명한 열네 명의 전문가가 모여 한국과 중국의 외교, 군사, 북한, 경제, 사회문화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본 대담은 대면과 비대면 줌(Zoom)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현장에는 50여 명의 청중이 함께했다.
정치, 경제, 사회 부문 전문가들의 열띤 발표와 토론
심포지엄의 첫 순서로 국제학연구소장 박철희 교수(국제대학원)는 연구 총서 발간 사업과 본 심포지엄의 의미를 다지는 축사를 전했다. 그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현시점에 한국인의 반중 감정이 최고치에 달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한중관계 문제는 우리 정부가 외교 분야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오후 1시 반부터 4시간 넘게 이어진 심포지엄은 정치, 경제, 사회 부문으로 나뉘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물 발표와 지정 토론을 진행하고, 참여자 전원이 한중 관계의 역사, 현황, 전망에 대해 종합적으로 토론하는 순서로 이뤄졌다.
이번 대담에서는 한중 관계의 시기를 구분하는 데 있어 연구자들의 서로 다른 시각이 두드러졌다. 한국과 중국의 정치 관계를 주제로 한 1부에서 김한권 교수(국립외교원)는 수교 10주년, 20주년, 25주년을 기준으로 한중 관계를 발전기, 조정기, 갈등기로 나누었다. 이동률 교수(동덕여대)는 이러한 시각이 참신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같은 시기로 분류된 여러 사건들이 상이한 성격을 띤다는 점을 고려해 양국의 외교관계를 더욱 정교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중 경제 관계를 다룬 2부에서 정환우 연구위원(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은 한중 경제통상 관계가 형성기, 확대 및 전환기, 모색기를 거쳐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만수 연구위원(금융연구원)은 투자, 무역, 경제협력 교류가 각각 가장 활발했던 2007년, 2013년, 2015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시기 구분을 다듬을 것을 제안했다. 사회 분야에 초점을 맞춘 3부에서 윤태희 교수(국제학연구소)는 인적 자원, 문화 콘텐츠, 담론 측면에서 한중의 국가 간 사회문화 교류에 대해 정종호 교수(국제대학원)와 함께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토론자로 나선 조문영 교수(연세대)는 이에 더해 민중 차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식적인 교류뿐 아니라 양국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서로의 사회문화를 향유하는 양상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연사자로 나선 조영남 교수(국제대학원)는 여러 분야를 아울러 한중 관계 30년을 평가하면서 핵심 사건, 교류 현황 지표, 국민 인식을 근거로 수교 양상이 세 단계로 구분된다고 바라봤다.
오는 8월 24일 출간될 한중관계 30주년 특집 연구 총서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 정종호 교수는 현장의 연구진에게 한중 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규정하는 구조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중국 간 국력의 비대칭적 변화, 양국 국민의 세대교체와 더불어 미⋅중 갈등이 한중 관계를 달라지게 하는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이러한 요인을 고려해 한중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한국이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자체적으로 대중 외교의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당장의 이익이 아닌 원칙에 따른 외교가 이뤄질 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한중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본 심포지엄은 한중관계 3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연구소의 연구 총서 발간 사업의 일환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북한 문제, 군사 등 다양한 시각에서 한중 수교의 역사를 평가하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국제학연구소에서는 이번 특집호를 발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여러 분야에 걸친 전문가를 필진으로 모집했다. 지난 4월 15일에는 국제학연구소 내부에서 연구물에 대한 중간 발표가 있었으며 연구진은 당시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논문을 수정, 보완해 이번 심포지엄에서 최종적으로 발표했다. 연구소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시작한 지 30년이 되는 8월 24일에 총서를 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의 성과에 대해 “지난 30년간의 한중 관계를 돌아보는 학문적 작업은 양국의 외교 역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현재를 정확히 진단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최근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무관심이나 반중 정서가 심해진 건 사실이지만 중국이 강력한 국력을 지닌 이웃 나라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중국과의 외교를 다루는 국내 전문가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에서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 관계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울대 학생기자
이규림(언론정보학과)
gyu212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