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목)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 밤을 넘는 아이들〉 전시가 시작됐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아동 폭력 문제와 가족 개념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10명의 작가가 각자의 관점과 고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폭력에 대한 고민 담아
〈 밤을 넘는 아이들〉 전시는 가정의 개념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그 답을 찾는 작업을 전개해온 열 명의 작가들, 고경호, 권순영, 김수정, 나광호, 노경화, 민진영, 성희진, 신희수, 왕선정, 정문경 작가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의 작품은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폭력을 증언하고, 가족과 집에 대한 고정관념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외되고 상처 입은 어린이들의 회복과 환대를 모색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주연 학예연구사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금, ‘가족’의 개념을 확장하고 사회적 차원의 돌봄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전시 배경을 설명했다.
집 안팎에서 환대받지 못하는 아이들
전시 관람을 위해 미술관 2층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권순영 작가의 〈 가족〉이다. 까만 밤을 배경으로 한 동화적 분위기 속에서 기다란 막대에 몸을 차례로 꿰뚫린 채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는 새하얀 형상들은 눈사람, 인체,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혼합되어 있다. 작품이 주는 시각적 충격이 가정에서 아동이 겪는 혼란과 아픔에 관한 전시 주제를 강렬히 상기시킨다. 마찬가지로 아동의 고통과 상처를 시각적으로 담아낸 권 작가의 〈 고아들의 성탄〉 연작과 〈 슬픈 모유〉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가면, 9명의 다른 작가들이 각자의 언어로 꺼내놓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 신희수 작가는 〈 네버랜드_경계의 아이들〉 연작에서 집을 떠나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가출 청소년의 고난한 생활을 전하는 이 연작 중 〈 아이들의 짐〉에서는 종이 쇼핑백 하나가 사진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다. 구겨진 종이 쇼핑백에 쑤셔 넣은 겨울 니트 한 벌이 아이가 집에서 챙겨 나온 짐의 전부임을 보여준다. 고경호 작가는 아이들이 가족으로부터 받는 기대와 압력에 짓눌린 모습을 거친 붓터치와 강렬한 색감을 통해 그려낸다. 그림 속에서 아이는 멋진 태권도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내면에는 좌절된 욕망이 있고(〈 미술학원에 가고 싶었지만 역시 태권도〉), 기뻐해야 할 졸업식이지만 표정은 밝지 못하다(〈 우리 아들〉). 이 외에도 그림, 영상, 사진, 구조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화를 건네 오는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 밤을 넘는 아이들〉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 연계 행사도 진행된다. 1월 20일(목)에는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의 강연 〈 일그러진 가족, 신음하는 아이들〉이 진행되었으며, 오는 27일(목)에는 서울대학교 공익법률센터 부센터장인 소라미 교수의 〈 아동의 목소리, 잘 들리시나요?〉가 서울대학교 미술관 오디토리엄에서 진행된다. 2월 19일(토)에는 참여자들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즉흥극으로 풀어내는 연극 〈 어느 별, 어떤 아이〉가 전시실3에서 상연될 예정이다. 사전 참가 신청은 서울대학교 미술관 홈페이지(http://www.snumoa.org/)에서 가능하다.
이번 전시는 3월 13일(일)까지 진행된다. 이주연 학예연구사는 “전시가 참담한 현실에 대한 증언을 어떤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전해야 할 것인가, 또 그러한 현실을 바꾸는 데 미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와 같은 고민이 있었다. 미술관을 방문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이 같은 질문 너머의 가능성을 찾아 나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가 어두운 시야를 밝혀 ‘밤을 넘는 아이들’과 마주하는 교감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울대 학생기자
강유진(동양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