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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달라진 대학생들의 고민은?

2022. 1. 24.

대학생활문화원 60주년 기념 심포지엄

우리는 힘든 대입과정을 거치며 “대학만 가면 다 괜찮아진다”는 주변의 위로를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원하는 대학에 입학한다고 해서 자연스레 해결되는 문제들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오히려 학업과 연애, 교우관계, 가족관계 등에서 크고 작은 새로운 고민을 마주한다. 그러한 고민이 생활을 해칠 정도로 심각한 불안으로 번질 때,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대학생활문화원을 찾는다. 1962년 2월 ‘학생지도연구소’란 이름으로 처음 학생들의 고민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 대학생활문화원은 어느덧 개원 60주년을 맞았다. 지난 1월 20일(목), 대학생활문화원의 성과 및 연구 자료를 발표하는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관정도서관 양두석 홀에서 열렸다.

대학생활문화원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맞아 김영오 학생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학생활문화원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맞아 김영오 학생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와 치료 중심에 있는 대학생활문화원

대학생활문화원은 △심리상담부 △위기상담부 △역량개발부로 나눠져 있다. 심리상담부에서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여러 심리 상담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유학생이 많은 학교 특성상 외국인 상담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위기상담부에서는 24시간 위기상담 전화 SNU Call이나 자살예방 캠페인 등을 통해 정신건강 고위험자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역량개발부는 학생들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대인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아왔는데, 일례로 신체이완 치료법이자 학내구성원 모두가 참가할 수 있는 알렉산더 테크닉, 학사경고 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학관밥 대선생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체계화된 학습 훈련을 받고 높은 성적으로 입학해 사고력과 언어 능력 등에서 우수함을 보인다. 그러나 성과에 대한 부담, 내면화된 경쟁의식 등으로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도 높다. 2부 첫 발표를 맡은 교육학과의 김명찬 객원교수(인제대 상담치료학과)는 “학업우수자라는 정체성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고 하며 우리 사회의 학업문화가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놓쳐 왔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그는 자신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입학한 서울대 학생들이 대인관계 능력에서는 다른 대학 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짚었다. 관계적 역량이 중요한 대학생활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생활문화원에서는 교육학과, 사회복지학과, 심리학과 전문가들이 리더로 참여하는 대인관계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적응문제 줄고 우울감 호소 많아져

대학생활문화원의 역사만큼 축적된 방대한 상담 자료는 더 정확하고 체계적인 상담을 위한 자원이기도 하다. 두 번째 발표자인 이혜은 전문위원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대학생활문화원 상담관리시스템에 내담자들이 기재하고 연구 활용에 동의한 총 4,325건의 상담신청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전문위원은 “학적별 상담 접수 추이를 보면 학부생은 5~8학기, 석사과정생은 1학기, 박사과정생은 모든 학기에 고르게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내담자가 호소한 문제유형들을 학적별로 분류하니 모든 학적별로 적응문제의 비율이 가장 컸으며, 학부와 석사에서는 우울문제가, 박사에서는 대인문제와 우울문제가 가장 컸다”고 밝혔다. 코로나 전후를 비교했을 때 학교를 나오지 않아 적응문제에 대한 호소는 줄어들었지만, 우울과 불안, 학업에 대한 고민이 늘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여성의 우울은 코로나 이후 더 심해져 여성의 전체 상담 건수 중 우울에 대한 내용의 비율이 2018년 대비 2020년에 약 2배가량 늘었다. 반면 남성은 학업문제에서 여성의 2배 정도 높은 비율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토론을 맡은 대학생활문화원의 유조안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이번 분석은 대학생활문화원이 가진 풍부한 자료들을 활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자료에 드러난 시대·세대별 고민의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해 대학생활문화원을 찾는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당장 다음 학기부터 시작될 대면수업이 우리에겐 정상화이지만 어떤 학생들에겐 새로운 대학생활일 것”이라며 적응문제에 미리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대학생활문화원의 신윤정(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생활문화원의 심리상담은 ‘모두를 위한 서비스’여야 한다”며, 화상, 이메일,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비대면 심리상담과 외국인 구성원 및 그 가족을 포괄하는 서비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로 학생들의 대학생활도, 대학생활문화원의 서비스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지금 필요한 것은 아쉬움과 우울감을 떨쳐내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학교의 미래는 구성원 모두의 건강한 생활에 달려있다.

서울대 학생기자
강도희(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