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나 있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전시실(이하 규장각 전시실)이 지난 10월 18일 다시 문을 열었다. 일반 관람객의 전시실 관람이 가능해진 것은 작년 2월 이후 1년 8개월만이다. 규장각 소장 자료를 통해 정조의 일생을 조명하는 상설전시 ‘정조와 규장각,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로 돌아온 규장각 전시실을 찾아가 봤다.
1년 8개월만의 반가운 재개관
규장각은 8종의 국보, 26종의 보물, 5종의 세계기록유산, 30만 점에 달하는 고도서‧고문서를 소장하고 있는 국내 최대 고문헌 소장처이다.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동의보감』 등의 원본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요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꾸준히 일반 관람객 대상 전시실을 운영해왔다. 지난 2019년 열렸던 상설전 ‘규장각, 살아있는 기록유산’에서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 중요 기록유산이 다수 공개되었으며, 특별전 ‘인간정조, 군주정조’는 정조의 지휘 하에 편찬된 서적인 어정서·명찬서를 통해 정조의 삶과 업적을 소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각해지며 전시실 운영이 중단되었고, 긴 휴식기를 가진 뒤 이번 10월 1년 8개월 만에 다시 전시실을 개방했다. 이번 재개관에 관해 김소라 학예연구사(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 “1년 이상 지속되는 팬데믹 속에서 더 이상은 전시실 개방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년도에 전시를 준비했던 상설전의 주제를 그대로 이어가되, 전시 대상 자료를 교체하고 구성을 새롭게 하며 다시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탕평’을 추구한 ‘군사’로서의 삶
이번에 비로소 공개된 ‘정조와 규장각, 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전시는 정조가 펴낸 서적을 통해 그의 인간적 면모와 학자군주로서의 업적을 조명한다. 전시 전반부에서는 붕당 간 균형을 이루는 정치 질서로서 ‘탕평(蕩平)’을 추구하고 신하들과 백성에게 스승과 같은 존재인 ‘군사(君師)’가 되고자 한 정조의 행적을 서적 『황극편』, 『만천명월주인옹자서』 등의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시 후반부에서는 「대동여지도」, 「서북피아양계만리일람지도」 등 각종 고지도와, 서양의 지식을 담은 서적인 『구수략』과 『안과지몽』, 1641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에서 일본에 보낸 통신사에 관한 기록인 『통신사등록』 등 규장각 자료의 다채로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도 선보인다.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자유관람 역시 관람 희망일 최소 1일 전에 규장각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시 관람 예약 페이지에서 관람 날짜를 선택한 뒤, 자유관람을 원한다면 ‘자유관람 예약’을, 도슨트 전시 해설을 원한다면 ‘안내예약’을 하면 된다. 도슨트 전시 해설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 중 선택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약 20분 정도 길이의 규장각 안내영상 시청도 예약할 수 있다.
규장각은 매년 상설전과 특별전을 번갈아 개최하고 있는데, 규장각 대표 자료를 주로 진열하는 상설전과 달리 특별전은 그간 대중에게 소개될 기회가 부족했던 자료들을 특정한 테마에 맞추어 선보이는 자리다. 내년 1월 특별전에서는 규장각 소장 고지도 중 서울 지역을 묘사한 자료들이 다수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진행 중인 상설전과 개최 예정인 특별전 모두 학내 구성원들의 많은 관심을 바라며, 규장각 전시가 정조와 규장각을 더욱 깊이 있게 알아나가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홈페이지 : https://kyu.snu.ac.kr/
서울대 학생기자
강유진(동양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