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박물관이 지난 9월 1일(수) 〈우리가 그려온 미래: 한국 현대건축 100년〉 전을 개최했다. 내년 2월 26일(토)까지 열릴 예정인 이번 전시회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및 스마트건축글로벌리더양성교육단(BK사업단)이 공동 주최한 것으로, 한국 현대건축의 역사적 성과를 되돌아보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또한 동시대 한국건축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작업들도 살펴볼 수 있다.
식민지의 고초를 딛고 발전한 한국 현대건축
이번 전시회는 식민지기에 조선인 건축사무소를 개설하고, 건축 잡지 『조선 건축』을 창간해 건축가들의 교류를 활성화한 박길룡 등 선구자적 인물들이 경성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1919년을 한국 현대건축의 출발점으로 보고, 그 100년을 기념하고자 기획됐다. 박물관장 전봉희 교수(건축학과)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실무 경험을 지닌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고초를 겪던 한국 현대건축이 76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조형을 구사하게 된 것이 놀라운 성과”이며, “이러한 성취의 배경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전문적인 건축 교육을 수강한 박길룡과 동료들, 그리고 이들이 양성한 후학의 노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풍부한 자료를 통해 한국 현대건축을 들여다보다
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한국 도시건축의 역사적 흐름과 주된 건축적 성과를 마주할 수 있다. 전시장 중심부의 벽에는 주제에 따라 구분된 각 시기의 대표적인 건축물들과 함께 도록과 영상자료 등 다양한 전시물이 이목을 끈다. 시인 이상(1910-1937, 본명 김해경)의 시와 그림은 관객의 관심을 끄는 작품 중 하나이다.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이상은 조선건축회 기관지 『조선과 건축』을 통해 그의 시와 그림(표지 도안)을 최초로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이상의 작품에 담긴 다양한 공간에 대한 묘사는 그가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건축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음을 시사한다. 전시장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학교 건물의 모형도 있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은 *루버의 반복적인 배치를 기반으로 강한 시각적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조형 측면에서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또 전시장 양쪽 벽에는 1919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한국의 주요 도시들이 발전해 온 과정이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한편 박물관 1층 로비에서는 건축설계, 건축이론, 환경공학 등 각 학계의 이론과 최신 기술을 접목한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작업물을 탐색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학교 건축구조시스템연구실의 박홍근 교수(건축학과) 외 3인은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대형 건축물을 안전하게 설계하고 그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를 공유했다. 이들은 기존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된 지역 인근에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정밀한 평가가 요구되었고, 이에 따라 발전된 내진 성능 평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일환으로 지반 특성 분석, 고속가력 실험, 진동대 실험 등이 소개되고 있다. 그밖에도 목조건축 조립키트 개발이나, 건물 내부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 등 다양한 건축 기술과 디자인을 1층 로비에서 경험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이번 전시회가 ‘인물’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건축사를 되돌아보는 국내 최초의 시도라 강조하며 관람객들이 한국 건축 성장의 경과를 살펴보면서 도시 건축뿐 아니라 학문, 산업, 예술 등 사회의 전 분야의 성취를 함께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설명한다. 한국 사회와 함께 눈부신 성장을 거둔 우리의 현대건축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고, 새롭게 주목받는 최첨단 건축 기술을 탐구하고 싶다면 관람해볼 것을 권한다.
*루버: 목재나 금속 등의 얇고 긴 평판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평행하게 늘어놓은 것
서울대 학생기자
성민곤(언론정보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