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실내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야외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여가 활동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혼자서도 충분히 자연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등산과 산림욕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학술림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숲의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자 코로나19 이후 더 중요해진 자연의 가치 견지와 생태계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의 역사와 함께 자라온 학술림
서울대 학술림은 1913년 수원연습림 설립 이후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산림과학 발전에 필수적인 산림생태, 수문학, 조림, 산림공학 분야 등의 시험 사업과 중장기 연구지로 활용되어 왔다. 서울대 학술림장 박필선 교수(산림과학부)와 김유미 조교는 “임업적 관점에서 산림자원의 경제적 활용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서 숲을 인식하고 교육과 연구, 생태계 보전을 목적으로 산림을 관리하고 있다”며 서울대 학술림의 의미를 밝혔다.
서울대 학술림은 남부학술림, 태화산학술림, 칠보산학술림으로 이루어진 3개의 지방학술림과 캠퍼스 조경 및 학술림 업무를 총괄하는 본부학술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오래된 전라남도 광양시의 남부학술림은 지리산과 백운산의 아고산 지역부터 남해안 인근까지, 다양한 고도와 기후대를 포함하고 있으며 수리 및 산사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본교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도 광주시의 태화산학술림은 실습을 위한 방문이 용이하다. 낙엽송이나 잣나무 등을 기르는 산림 내 완경사지인 계곡지역의 인공조림지와 참나무류, 물푸레나무 등이 자라는 고지대의 천연림이 조화를 이루는 숲이다. 또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칠보산학술림은 환경녹화나 도시조경을 위한 묘목을 양묘 및 생산하여 서울대학교 3개 캠퍼스의 조경용 수목으로 공급하거나 도시 환경녹화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주요 양묘수종은 느티나무, 때죽나무, 복자기 등이며 이밖에 시험·연구용으로 100여종의 조경 수종을 관리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숲
학술림은 서울대 구성원 및 일반인의 교육 및 연구 목적으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산림과학부의 산림환경학 전공교과를 포함한 자연과학대학, 사범대학, 약학대학 등 다양한 단과대의 실습들이 학술림에서 이루어진다. 대표적으로 ‘산림생태학’ 수업의 실습에서 학생들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반야봉을 오른 뒤 임걸령, 피아골을 거쳐 직전마을까지 하산하면서 고도에 따른 식생 변화를 관찰한다. 지난 2020년 1학기, 이 과목을 수강했던 한 졸업생(산림과학부·14)은 “전공 특성상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해보지 않고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어 식재상에 묘목을 어떻게 심는지, 밤나무의 가지는 어떻게 접목하는지 등을 학술림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추상적이던 이론이 살아 움직이는 지식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실습에 참여했던 소감을 전해주었다.
학술림의 모든 시설물은 전공생 및 연구자 뿐 아니라 교내 구성원 및 외부인에게 개방되어 있는데, 학술림 홈페이지(uf.snu.ac.kr)를 통해 태화산과 지리산, 백운산에 위치한 숙소와 세미나실 등을 견학 및 연구 목적으로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학술림은 코로나 방역수칙을 적용해 학술림이 위치한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이용 인원을 제한하고 있으며, 방문객들이 퇴실한 이후 자체적인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숲 체험 교육, 임업전문가교육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등 변화하는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여 산림의 다양한 가치를 발굴하고 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는 박필선 교수와 김유미 조교의 말처럼, 숲의 무한한 잠재력을 연구하는 학술림은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공간이다.
서울대 학생기자
허서인(동양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