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 않은 학점을 받고도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심하게 자책하거나, 학업에 있어서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이렇게 학업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학생이라면 지금 소개할 프로그램을 주목해볼 만하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학습센터에서는 매 학기가 끝난 후 ‘나의 학업 자신감 키우기’ 워크숍을 열고 있다. 이 워크숍은 공부가 어렵게 느껴지는 학생들, 학업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신감을 잃은 학생들이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자리이다. 새 학기를 앞둔 지난 2월 18일(목) 오후 2시에도 학습클리닉 워크숍이 열렸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교육상담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광운대 상담복지정책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권경인 교수를 Zoom 온라인 강연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권 교수의 이번 강연은 여러 학업 관련 변인 중에서도 정서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지능으로 대표되는 인지적 요인이나 학습 방법 및 전략 등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 학생들이 학업과 관련해서 경험하는 불안과 우울 등 내적인 역동을 분석하기 위한 강연이었다. 권 교수는 서울대 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차례대로 분석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공부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우선 권경인 교수는 공부가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인 경우, 달리 말해 공부가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에 학생들이 불안과 우울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인정받고 사랑받는 경험을 한 학생들은 성적으로 자기 존재감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고, 이런 경우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심한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학생들이 경험하는 또 다른 중요한 내적 역동으로 타인의 피드백에서 자신을 찾는 경우를 지목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여전히 자율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며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학생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권 교수는 이를 “타자의 욕망으로 사는 삶”이라 지칭하며, 이러한 유형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결정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으로 권경인 교수는 실패에 대한 혐오가 심한 경우에도 학업에서의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특히 서울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답변하는 걸 어려워한다”며 “실패하지 않으려고 너무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실패를 싫어하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실패를 혐오해서 어떤 일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건강한 반응이 아니라는 것이 권 교수의 설명이다. 권 교수는 또한 지나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획일화된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무언가를 실패로 규정하는 혹독한 규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권 교수는 매번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우거나 ‘이상적 자기’와 ‘현실적 자기’ 사이의 차이가 큰 학생들에게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며 행동 지향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길
권경인 교수는 이어서 학업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전략으로서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권 교수는 우선 어떤 관계에서든 자기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공부가 자신의 삶에서 자신을 증명하는 데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다음으로 권 교수는 “완벽하지 않다는 평가를 견뎌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상태를 항상 유지하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완벽하지 않은 상태를 수용해야 심리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또한 “학업에 문제가 생기면 혼자 복구하려고 하지 말고 문제를 드러내어 도움을 받아야 한다”며 지지체계의 유용성을 이야기했다. 기초교육원 교수학습센터나 대학생활문화원 등 학생들이 학업 문제와 관련하여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열려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약 두 시간의 강연이 끝나고 나서도 학생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강연의 내용에 크게 공감하며 자신이 겪고 있는 학업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하였다.
많은 학생이 좋은 성적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설명하려 애썼던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이 있는 학생들에게 권 교수의 이번 강연은 자기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위로를 전하고 심리적 역동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초교육원 교수학습센터에서 주최하는 ‘나의 학업 자신감 키우기’ 워크숍은 매년 2월과 8월에 열린다. 서울대 학부생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기에 학습클리닉 워크숍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기초교육원 교수학습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업에 불안과 우울을 느끼는 학생에게 기초교육원 교수학습센터 학습클리닉 워크숍은 든든한 지지체계가 되어줄 것이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학습센터 홈페이지 : https://ctl.snu.ac.kr/
서울대 학생기자
남은결(불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