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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또 다른 ‘어썸한’ 내일

2021. 2. 24.

엑스레이는 1세기가 넘도록 영상의학에서 활용되며 많은 인류의 의료 검진을 도왔지만, 우라늄과 같이 지속적으로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어썸레이는 엑스레이의 큰 이점에 주목했고, 결국 스마트 환기장치의 핵심인 차세대 광원(EUV&X-ray)을 개발했다. 공기정화 장치에 쓰인 차세대 광원은 미세먼지는 물론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저감시킨다. 엑스레이로 세상을 이롭게, 더 ‘어썸하게’ 만들고 싶다는 어썸레이의 공동창업자 네 명을 만나 그들이 어떤 태도로 협력하며 일하는지 들었다.

어썸레이(김세훈 동문(재료공학부), 정근수 동문(재료공학부), 권정우 동문(응용화학부), 최홍수 동문(재료공학부))
어썸레이(김세훈 동문(재료공학부), 정근수 동문(재료공학부), 권정우 동문(응용화학부), 최홍수 동문(재료공학부))

안녕하세요. 어썸레이(aweXome Ray)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어썸레이는 어떤 회사인가요?

김세훈: 안녕하세요. 어썸레이는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한 스마트 환기장치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기술회사입니다. 저희는 공기 중의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세균과 바이러스를 모두 없애는 공기살균정화 장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까지 없애는 공기정화가 가능한 이유는 장치의 핵심 부품인 새로운 형태의 차세대 광원(EUV&X-ray)을 개발했고, 그 광원의 핵심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엑스레이(X-ray)를 쓰기 때문에 받는 오해도 많을 것 같습니다.

김세훈: 엑스레이 보다 약한 게 자외선(UV)이고, 그중 가장 강한 게 EUV(Extreme UV)인데요. 저희는 EUV부터, Soft X-ray 그리고 hard X-ray까지 조절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 필요한 전자기파를 사람에게 직접 쏘는 게 아니라 차폐된 기기 내부에서만 사용해 전혀 유해하지 않아요. 방사선안전관리위원회는 저희 제품이 엑스레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는데, 회사 이름도 그렇고 엑스레이 회사로 알려지니까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엑스레이는 병원의 검사장비와 같이 인류를 돕는 방향으로만 쓰였어요. 엑스레이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쓰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만들었고, “We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바이러스까지 없애는 공기정화 장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인류에게 어떤 편의를 가져올 것이라 보시는지요.

정근수: 코로나19처럼 전혀 없던 새로운 위협이 계속 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기술로 새로운 위협에 잘 대처하면 좋겠지만, 이번 코로나19도 그러했듯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분야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기술이 새로운 위협으로부터 저희를 지켜주는 하나의 툴이 되길 바라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최홍수: 저희가 개발하는 공기정화 기술의 관련 경쟁 제품에는 필터가 있는데, 필터는 폐기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요. 저희 제품은 세척 과정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어서 인류가 고민하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썸레이가 환경부에서 선정한 그린뉴딜 유망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잖아요. 어썸레이를 창업한 후로 환경에 대한 생각이 변화한 부분도 있을까요?

김세훈: 사실 환경문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환경문제는 에너지와 연결된 상당히 기술적인 부분인데 기술 베이스가 없는 환경회사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부정적이었는데, 저희 기술이 환경 분야에 기여할 수 있게 되니까 더 잘하고 싶어졌어요. 기술을 기반으로 환경분야에서 긍정적인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어요. 작년에 환경부에서 그린뉴딜 유망기업에 선정된 기업 중에 설립 3년 미만은 저희밖에 없었는데요. 기술기반으로 환경문제를 풀어간다는 점에서 인정을 받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썸레이는 네 분께서 공동 창업으로 만드신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김세훈 대표님께서는 한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은 무조건 공동 창업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세훈: 1년까지는 혼자 해도 돼요. 창업도 혼자하고, 시제품도 혼자 만들 수 있죠. 근데 회사가 정말 잘 됐을 때를 생각하면 혼자 할 수가 없어요. 대기업을 열심히 다니다가 혼자 창업하는 경우를 봤는데, 그 사람이 원래 제일 잘하던 일을 못하더라고요. 각 분야에서 전문가가 필요해요. 조금만 멀리 봐서 회사가 몇 단계 성장할 때만 봐도 공동 창업이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썸레이에서 함께 하신 지 햇수로 3년이 되셨지요. 네 분께 공동창업자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을 여쭙습니다.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권정우: 1인 창업은 외롭죠. 근데 공동 창업은 또 각자의 입장 차이로 부딪히는 문제가 있어요. 개인의 입장은 늘 다르기 때문에 조율하는 시간이 정말 필요해요. 그리고 공동 창업의 대부분이 지인이에요. 공동 창업자의 능력을 다 알 수가 없거든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꼭 계약서를 쓰세요. (웃음) 정근수: 각자 서로의 전문성을 키워왔으니까 의견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상대방의 역량과 판단을 이해할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도 노력 중이에요. 최홍수: 어떤 점에서 결혼 후에 부딪히는 문제의 종류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생각했던 상대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발견할 때 느껴지는 당황스러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핵심인 것 같아요. 이 사람들과 공동창업을 한 건 제 선택이니까 그 선택을 꾸준히 믿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의견 조율 과정이 정말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공동 창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도 궁금합니다. 역시 의견 조율인가요?

권정우: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분리가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엔 아는 사람에게 쌓여있던 믿음과 일이 더해지면서 굉장한 시너지가 나죠. 근데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때 개인적으로 섭섭한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지금도 완벽하게 체득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이 훈련된 것 같아요. 정근수: 사실은 다 어렵습니다. (웃음) 특히 공동 창업 이후에 선택의 무게감이 달라졌어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전체 조직의 안위를 위협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부담이 크죠. 부담감을 이기는 방법은 제 선택을 믿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김세훈: 회사가 커지니까 네 명이 해도 괜찮던 일이 벅차기 시작해요. 그럼 또 다른 사람을 채용하게 되고 조직이 커지면서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스러워지죠. 그때 시니어에게 자문해요. 그렇게 얻은 간접경험을 회사에 전하고요.

어썸레이처럼 스타트업에서 시니어를 채용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어썸레이에서 시니어와 협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세훈: 분석 기계를 만드는 제조업에서 이론만 있는 사람과 기술전문가의 명확한 차이를 경험했어요. 예를 들어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기술전문가가 없으면 6년 만에 제품이 나와요. 근데 그건 직접 하려고 해서 늦어진 거예요. 기술전문가가 했다면 1~2년이면 제품이 나왔을 거예요. 특히 제조업에서는 나이가 많은 시니어 기술전문가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은 조직에서 시니어 기술전문가와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죠. 권정우: 결국 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어썸레이는 10대부터 60대까지 인력이 고루 구성돼 있어요. 10대와 60대가 소통할 때 각자의 어려움이 있겠죠. 저희는 개인 간의 의사소통 문제에 회사 차원에서 관심이 있고, 힘든 점은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실제로 회사에서 관심이 있다는 걸 알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어요.

그 밖에도 어썸레이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협력할 수 있게 특별히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권정우: 지금은 못하고 있는데, 대표님이 일주일에 한 번씩 ‘밋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어썸레이의 직원 30명이 모여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자리예요. 그리고 정말 민감한 정보가 아니라면 각 팀에서 일어나는 업무 결과를 모든 직원이 열람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회사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만들고 싶다는 게 어썸레이의 뜻이죠. 정근수: 저희 팀은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회사의 경험치가 거의 없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어서 회사 안의 생활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체화하도록 신경 쓰고 있어요. 최홍수: 시니어분들은 저희 팀에 많이 계세요. 협력도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시니어들이 말해주시는 게 이해가 안 될 때가 있거든요. 근데 그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보면, 오히려 정확하게 판단을 내린 효율적인 해결 수단이었을 때가 더 많았어요. 10대와 60대를 두고 알아서 잘하기를 기대하기보다 먼저 두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두 세대의 생각을 이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게 어썸레이가 지닌 협력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어썸레이의 인력 규모가 초기 8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났다고 들었어요. 앞으로는 규모가 더 커질 것 같은데요. 어썸레이에서 원하는 인재상도 궁금합니다.

김세훈: 처음에 면접 보는데 “어썸레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하면 정말 안 끌려요. 오히려 “여기서 많이 배워서 나가고 싶다”는 답변이 맞다고 보죠. 페이팔(PayPal)에서 테슬라 같은 엄청난 회사가 많이 나왔잖아요. 어썸레이 출신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마인드셋이 된 사람이라고 인정받으면 좋겠어요. 어썸레이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자신의 아이템으로 창업한다고 했을 때 저희가 초기 투자를 해줄 수 있는 그림을 만들고 싶어요.

대표님께서는 서울대에서 기술사업화 강의도 하고 계시지요. 기술 창업을 꿈꾸는 서울대 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김세훈: 사업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기술을 개발해서 사업화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예요. 결국은 아이디어를 아이템으로 만들고 그걸 비즈니스 모델로 끌어올리는 각 단계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하는데요.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하겠다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아이디어가 실제로 사업화될 수 있는지를 고려해보면 훨씬 시야가 넓어지고 방향성이 생기죠. 보통 공대 출신들이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소프트웨어든 하드웨어든 기능이 하나씩 붙어서 결국에는 모든 기능이 들어가 있어요. 사실 그 상태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사업화인데 저도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기술사업화 강의를 꾸준히 하는 이유도 그런 지점이에요. 근데 제가 언제까지 강의를 할 수 있을지 모르니 기술사업화 강의가 정식 과목으로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네 분께서 꿈꾸는 어썸레이의 미래를 대표로 소개해주세요.

김세훈: 기술특례 상장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데요. 현실적인 바람으로는 엑스레이가 세상에 도움이 되면 좋겠고, 학교와 연구실에 있는 기술이 사업화되고 성공하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어썸레이가 성공적인 기술사업화의 사례가 되면 좋겠습니다. 또, 어썸레이와 같은 시도를 하는 회사가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