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는 민무늬 토기, 주먹도끼와 같은 다양한 유물들과 학내의 연구 성과를 담아낸 각종 전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서울대학교 박물관’이다. 학내에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이 생소할 수도 있지만, 박물관은 서울대가 자랑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서울대 박물관은 국내외 주요 발굴에 참여한 연구 기관이며 전시 기획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기구이기도 하다. 또한, 서울대 구성원과 지역 주민이 공유하는 대표적인 문화 공간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지식의 수집과 박물관’展
생물 표본으로 둘러보는 학술적 발자취
서울대 박물관은 기획전 및 특별전 개최를 통해 서울대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의 가치를 소개하고 다양한 역사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써왔다. 이번에 새롭게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은 ‘지식의 수집과 박물관-서울대학교의 생물 표본’전이다. 작년 10월 28일(수)에 시작된 전시는 올해 3월 31일(수)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대는 개교 이래 여러 분야의 학술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학술활동에 필요한 표본들을 수집 및 제작해 왔다. 서울대는 100만 점이 넘는 표본을 소장하고 있고 그 종류 역시 동물, 식물, 곤충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번 전시의 기획을 담당한 서울대 박물관의 선일 학예연구관은 “서울대가 소장하고 있는 표본들은 해당 분야 연구에 매우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학술 자료”라고 말했다. 덧붙여 “표본들이 해당 연구자들에게만 공개가 되어왔기 때문에 학내 구성원들은 그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박물관에서는 이번 기회에 소중한 생물 표본들을 정리해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이번 전시의 의도를 전했다. 또한, 그는 전시를 기획하게 된 또 다른 이유로 “대학 내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서 대학 소속 박물관으로 서울대의 학술적 활동과 성과를 정리하고 좀 더 대중적으로 알리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있었다”며 “이러한 의도에서 그 첫걸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자연과학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 수의과대학, 약학대학의 후원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해당 단과대학들이 소장하고 있는 생물 표본들로 구성되었다.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먼저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야생동물 표본실에서 온 동물 표본들이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로드킬이나 유리창 충돌 등으로 인해 죽은 포유류, 조류의 사체를 수집해 제작된 박제 표본들이다. 이러한 표본들은 강의 교보재 및 연구를 위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큰 부리 까마귀, 두루미와 같이 익숙한 조류들뿐만 아니라 백색증에 걸린 꿩, 남극 세종기지에서 온 펭귄과 같은 희귀한 표본들도 만나 볼 수 있다.
수의과대학이 소장한 표본들도 만나볼 수 있다. 수의과대학의 소장품은 주로 가축 및 야생동물의 골격 표본과 내부기관의 액침 표본이다. 액침 표본이란 조직의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 약액(藥液)에 담가서 보존하는 표본을 말한다. 본 전시에서는 1945년에 서울 동물원의 전신인 창경궁 내 동물원에서 미국의 공습에 대비해 살처분된 코끼리 아래턱뼈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자연과학 대학 소장의 식물 표본과 약학대학 소장의 생약* 표본들을 관람할 수 있다.
더욱 알차고 안전한 박물관 관람을 위하여
새로운 기획전을 준비하고 박물관이 재개관하기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박물관도 여러 고충을 겪었다. 그 예로 1995년부터 개설되어 지금까지 계속되던 수요교양강좌가 최초로 상반기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수요교양강좌는 서울대 박물관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어렵지 않으면서도 수준 높은 강연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하반기 수요교양강좌는 강좌 개설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형태를 바꾸어 진행되었다. 선일 학예연구관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앞으로도 비대면 문화 확산에 대비한 온라인 강좌 및 온라인 전시 활성화 등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며 서울대 박물관이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게 해주었다.
현재 박물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후 예약 관람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사전 예약을 통해 동시 관람 인원을 20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편 학기 중에는 전문업체와 계약을 통해 매주 관내 소독을 진행하였고, 방학 중에도 2주에 한 번 소독을 계속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는 별도로 난간, 문고리, 손잡이 등 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시설에 대해서는 매일 수시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박물관은 이러한 방역조치를 통해 관람 중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상황의 악화로 무기한 휴관에 들어섰던 박물관은 재정비를 마친 후 지난 10월에 재개관을 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박물관은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며 역사적 소임을 다하고 있다. 서울대 박물관은 1946년 개교와 동시에 개관해 지금까지 서울대의 변화를 지켜본 역사의 산증인으로, 앞으로도 대학 박물관의 대표로서 서울대 박물관만이 진행할 수 있는 특색있는 연구 및 전시를 진행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과거를 통해 새로운 통찰을 전해주는 박물관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두기를 바란다.
* 생약: 자연물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가공해서 의약품으로 사용하거나 의약품의 원료로 삼는 것
서울대 학생기자
허서인(동양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