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이 하루에도 수백 명, 수천 명씩 드나드는 서울대 도서관에 조금은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바로 지난달 19일(월)부터 중앙도서관 본관 2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훼손 도서 전시 “도서의 아픔을 읽다 展”이다. 이번 전시는 학내 도서관 장서를 소중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올바른 도서 이용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많은 책이 서울대 중앙도서관 장서로 등록되어 서울대 구성원에게 이용되고 사랑받다가, 시간이 흐른 후 역사적 기록 유산으로 보존된다. 그러나 이 중 일부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상처를 가지고 도서관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중앙도서관 측은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올해만 해도 무려 362권의 책이 훼손으로 인해 제적 처리가 되었다고 한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아픔
이번 전시에서는 상처를 가진 책들, 즉 낙서로 가득하거나 찢어지고 얼룩지는 등 다양한 유형의 훼손 도서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중앙도서관 본관 2층 로비로 들어서자 수십 권의 책이 각자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전시되어 있었다. 찢어진 책, 포스트잇과 낙서 범벅이 된 책, 책등이 뜯어져 너덜거리는 책, 뭔지 모를 갈색 얼룩에 더럽혀진 책 등 그 모양새도 다양했다. 각각의 책 옆에는 서울대 구성원들이 직접 작성한 캐치프레이즈 문구가 놓여있었다. ‘죽은 책들의 사회’, ‘이 책은 커피를 마셨나 봐요’, ‘밑줄 칠 권리까지 빌려드리진 않습니다’ 등 재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문구들이었다.
이외에도 설치되어있는 태블릿에서는 올바른 도서 이용법과 훼손된 책의 수리과정에 관한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영상을 통해 티핑 인(Tipping-in) 기법과 싱글 립(Single leaf) 기법 등으로 떨어진 페이지를 보수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 옆에는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장서임을 나타내주는 장서인이 전시되어 있었다. 책을 자주 빌려보는 학생이라면 첫 번째 페이지에서 매번 마주쳤을 그 빨간 도장이 바로 장서인이다. 서울대의 장서인은 1954년 3월 이후 ‘서울大學校圖書’라는 이름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장서인은 자료의 소장처를 나타내는 중요한 표시로서, 책의 내력과 가치를 판정할 수 있는 표지로 활용된다고 한다.
조금만 더 아끼고 사랑해주세요
이번 전시의 진행을 담당한 중앙도서관의 표혜리 사서는 “분명 많은 이용자들이 도서관 책을 소중히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도서 훼손의 여러 형태를 보여주고 올바른 도서 이용 방법을 알리고자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훼손 도서 전시회는 중앙도서관 본관 자료실 개관 시간인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언제라도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회 관람 후기를 쓰는 참여자에게는 미니 소독젤 등 기념품을 제공하고 있다. 오는 13일 금요일이 전시회의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서울대인이라면 한 번쯤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소통팀 학생기자
남은결(불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