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를 잠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소외되고 배제되는 이들을 돌아보고 그 고민의 결과를 나누고자, 지난 10일(금)과 11일 양일에 걸쳐 ‘코로나19와 인권’을 주제로 온라인 공동학술대회가 열렸다. 서울대 인권센터와 한국인권학회, 인권법학회,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의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800명을 상회하는 인원이 참가 신청을 하는 등 높은 관심 속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위기의 상황에 인권기반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시작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법률·보건·정치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판데믹과 건강권’, ‘보건위기 대응과 인권’, ‘판데믹과 차별, 사회적 낙인, 배제, 혐오’ 등 다양한 쟁점을 두고 열띤 발제를 이어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인사말을 포함한 모든 세션에 수어 통역이 제공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했다. 공동주최단위인 인권법학회 회장 김병주 변호사는 인사말에서 “각종 혐오와 차별이 노골화되고, 효율적 방역이라는 말에 마땅히 보호·증진되어야 할 인권이 뒷전으로 밀렸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한국인권학회 회장 서창록 교수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위기의 순간들에 어떻게 인권적으로 대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번 학술대회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고용복지법센터의 이다혜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불평등과 사회권’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이 연구위원은 원래 심각했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시화되었음을 지적하며 안전한 노동은 없음을 강조했다. 콜센터 근로자 감염 등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특정 일터에서는 생명과 건강을 위협받기도 하며, 불안정 노동자의 경우 무급휴직이나 권고사직 등으로 인해 심각한 소득의 감소를 겪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 사회보장 법률과 제도의 한계를 이야기하며 “시장주의적 접근을 지양하고 인권기반적 접근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세션에서 ‘코로나19와 취약집단’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주윤정 선임연구원은 취약집단의 경우 재난 시에 기존의 사회적 지지망이 붕괴하여 부담이 가중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취약집단을 대상으로 한 돌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혐오와 차별은 더 낮은 곳으로 향한다
코로나19 방역이라는 명목하에 무분별하게 가해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또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비판적으로 검토되었다. 이와 관련해 홍성수 교수(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가 ‘코로나 시대의 혐오와 차별’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홍 교수는 기존에 존재하는 편견과 혐오가 코로나19라는 재난을 계기로 폭발했음을 지적하며, 특히 취약한 계층과 집단에 집중되는 낙인과 혐오, 폭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사회적 조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서울대 인권센터의 이주영 전문위원 또한 ‘판데믹 시대 인권 개념의 재검토’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감염병 피해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의 불균등 현상을 지적했다. 사회적 불평등이 계층에 따른 코로나19 사망률·감염률의 격차를 야기하고, 긴급 재난 지원의 사각지대와 돌봄의 사각지대 또한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 발생하는 등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인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 이 전문위원의 설명이다. 이 전문위원은 구조적 부정의의 해소와 인권 실현을 위해 미래지향적 책임, 초국경적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우리 사회에 불평등하게 적용되었음은 명백하다. 모든 종류의 재난이 그렇듯이,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 이들에게는 코로나19가 더 큰 위협, 더욱 거대한 ‘사회적 재난’으로 다가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삼아 배제 없는 삶을 위한 근본적 성찰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완화하기 위해, 인권기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사회적·제도적 노력이 수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소통팀 학생기자
남은결(불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