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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다, 융합과학기술대학원

2020. 7. 27.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서울대의 구성원들이 이끌어나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이 장소로서의 서울대는 ‘관악’, 즉 관악 캠퍼스로 대표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관악 캠퍼스가 서울대의 대표 캠퍼스로서 학교의 많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관악 캠퍼스 이외에도 다른 캠퍼스들이 서울대의 캠퍼스로서 각자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중이다. 의과대학이 위치한 연건 캠퍼스를 시작으로, 기초과학육성과 융복합 연구를 위해 수립된 시흥 스마트캠퍼스 등 다양한 캠퍼스가 서울대를 구성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광교 캠퍼스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광교 캠퍼스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위치한 경기도 수원의 광교캠퍼스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위치한 경기도 수원의 광교캠퍼스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어떤 곳일까?

2008년 설립 승인을 받은 이듬해 첫 신입생을 받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이름 그대로 ‘융합’에 방점을 찍고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이다. 연구와 교육에 있어서 창의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며, 영역적 한계가 없는 가능성의 확장과 생각의 틀을 깨는 융합적인 사고방식이 중요시된다. 때문에, 연관성이 낮다고 생각했던 다양한 학문이 학문 간의 경계 없이 하나의 연구 주제로서 동시에 연구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대학원 입학생의 출신 학과 또한 매우 다양하다. 공학 계열을 전공한 학생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디자인학·음악학·경영학·인문학·사회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과의 전공생들이 모여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세부 분과 또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동원되어야 연구될 수 있는 주제들을 탐색한다. 세부 분과로는 나노융합전공·디지털정보융합전공·방사선융합의생명전공·지능형융합시스템전공의 4개 전공으로 구성된 학부인 융합과학부,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학과, 그리고 수리정보과학과가 있는데, 그중에서 수리정보과학과는 검찰청을 비롯한 협약기관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포렌식* 분야의 석사과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과정이 컴퓨터·통신·정보보호·수학·통계 등의 수리적 지식뿐만 아니라 법률 지식 등 다양한 전공 지식을 요구하는 전공 과정인 까닭에 다양한 학문의 융복합을 추구하는 연구기관인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융·복합적 주제의 연구에 대한 수요와 인력의 공급은 나날이 증가하는 중이다. 처음 신입생을 받은 2009년에 비해 재학생의 수가 2015년 기준 4.3배로 증가하였고, 교수진은 2.25배, 연구비는 57% 증가하였다. 실적 상으로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발간된 논문이 총 1105편, 등록된 특허는 총 124건으로 우수한 편이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에 힘입어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이른바 ‘랩실 인턴’을 하고자 하는 학부생의 수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다.

방학 동안 운영되는 ‘랩실 인턴’, 융합연구프로그램

한편 학기 중에 인턴 학생들이 광교 캠퍼스를 왕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고려하여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는 융합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융합연구 프로그램은 학부생과 졸업생들이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연구실에서 근무하며 포괄적인 융합연구의 기회와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일 년에 두 번, 방학 중에 운영된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학 중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학기 중에 광교로 출근하는 데 부담을 느껴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랩 인턴 프로그램에 쉽게 지원하지 못했던 학부생과 졸업생들이 융합연구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연구 환경을 체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통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서울대 관악 캠퍼스와 광교 캠퍼스를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프로그램에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다.

융합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2019년 동계 융합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컴퓨터지능 및 패턴인식 연구실(곽노준 교수)에서 공부한 김낙일 학생(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은 “겨울 방학이 시작될 무렵 네이버 인턴 또한 합격하여 네이버를 갈지 동계 융합연구 프로그램을 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연구실 생활을 선택한 것은 정말 대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본인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명확하고 자율적으로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에게 더욱 추천하고 싶다”고 후기를 남겼다. 또 음악오디오 연구실(이교구 교수)에서 공부한 채필재 학생(자유전공학부)은 “평상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배님들과 교수님께 많은 조언과 도움을 얻을 수 있었는데, 덕분에 제가 진행한 연구에서 어느 정도 결과를 낼 수 있었고, 또한 새롭게 해보고 싶은 연구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덧붙여, “고민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겁먹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기를 권유한다”며 “음악오디오 연구실의 모든 분께 무한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전병곤 교수(컴퓨터공학부)가 말했듯이 지구 온난화, 식수 분배 문제, 인공지능 윤리 문제와 같이 현재 사회에서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문제는 한 분야의 지식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필요한 지식을 융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 가운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서울대 광교 캠퍼스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해나가는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를 기대하며, 융합연구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해당 대학원에 관한 관심을 표출하는 학생들이 지금처럼 꾸준히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 포렌식: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일반적으로 수용된 절차와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디지털 증거를 수집·보존·분석하고 그 결과를 법정에 제출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디지털 증거가 법률적인 효력을 갖도록 하는 방법 및 절차

소통팀 학생기자
임진우(조선해양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