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국문학 + AI>
한글 고문서의 집필 연도를 알아맞히는 AI 연구자
‘셀프 출판’ 강국이었던 조선시대에는 개인이 책을 출간하거나 두고두고 보고 싶은 문헌의 필사본을 제작해 보유하는 일이 많았다. ‘훈민정음해례본’ 같은 국보급 문서가 왕실 도서관에서 사라졌다가 일개 가정에서 발견되는 것이 이런 문화를 반영한다. 학자들에 따르면 요즘에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훈민정음 고문헌이 발견된다고 한다. 하지만, 출간 연도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국어국문학과 박진호 교수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백 년 세월 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 달라져 온 한글 문자의 빅데이터를 AI에게 학습시키는 것이다. 한글 문자 변천사 데이터 딥러닝을 마친 AI에게 주어진 문헌의 출간 연도를 물으면 AI는 자료를 비교하여 불과 10년 이내의 오차범위로 연도를 추정해 낸다. 박 교수는 AI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하는 AI 집담회를 통해 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AI를 이용해 국문학 연구의 지평을 넓혀갈 뜻을 밝혔다.
<음악 + AI>
곡의 의미를 해석해 감성을 담아내는 AI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박종화 교수가 같은 곡을 다섯 가지 느낌으로 연주한다. 같은 악보지만 미묘한 차이를 지닌 연주를 통해 청취자가 받는 음악적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AI도 비슷한 곡을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연주할 수 있을까? 음악대학 기악과 피아노 전공의 박종화 교수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음악오디오연구실'을 운영하는 이교구 교수는 예술적 감성을 이해하는 AI를 만들기 위해 음악 '데이터'를 축적하는 중이다. ‘감성 AI’ 연구에 지원한 20여 명의 음악대학 피아니스트 학생들이 같은 방식으로 연주하여 만든 1100여 편의 음악 데이터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과 카이스트의 실험실에서 AI의 딥러닝 자료로 쓰인다. 인간의 예술적 표현에서 규칙성을 발견한 AI가 그 감성을 재현하는 것이 목표다. 박종화 교수는 “AI가 예술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의 영역이 더 넓어진 것처럼, AI를 활용하면 음악교육과 창작, 연주산업 등 모든 음악 분야에서 더 큰 예술적 풍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학 + AI>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의사에게 전송하는 AI 의료진
병원에 가면 기본 검사를 위해 몸에 이런저런 기기를 부착하고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의 생체 신호를 측정하게 된다. 의사들은 각각의 기계가 알려주는 수치를 보고 해당 지표가 의미하는 바를 해석해 진단과 치료를 수행한다. 이때 환자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의료 빅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는 AI가 의사를 돕는다면 어떨까? 기초적인 검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여 환자는 질 높은 의료를 받고, 의사는 더 중요한 임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마취통증의학과 이형철・정철우 교수팀은 환자의 생체 신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인 ‘바이탈 DB(VitalDB)’를 만들어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환자의 생체 신호를 사물 인터넷 장비인 ‘바이탈 리코더’가 기록해 바이탈 DB 서버로 전송하면 분석된 결과가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나타난다. 2016년에 구축한 바이탈 DB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체신호 DB를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500여 명의 의료진이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