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금) 서울대 코로나연구네트워크(SNUCRN)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관한 ‘코로나19 시대, 재난 거버넌스의 형성과 전망: 국제비교연구를 위하여’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 2월 18일에 진행되었던 좌담회와 마찬가지로 보건, 행정,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사회적 충격을 이슈별로 진단하는 토론의 장이 되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논의에 집중했던 저번 간담회와는 달리 이번 학술대회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의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국제비교연구의 자리가 되었다.
학술대회는 이미경 KOICA 이사장과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이미경 이사장은 “최빈국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인데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가 팽배하여 국제적 차원의 협력을 모색하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다른 누군가를 돕는 일은 곧 나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국제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KOICA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인사말을 시작한 박경서 총재는 인도주의를 중심으로 한 KOICA의 공공외교가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코로나19 팬데믹과 한국 경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주병기 교수(경제학부)는 코로나19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안겨준 경제적 타격과 앞으로의 경제 동향을 분석했다. 국가 평균 일인당 GDP 변화가 6.0%였을 정도로 심한 경제적 타격을 일으켰던 스페인독감을 과거 사례로 든 주 교수는 “코로나19 또한 급격한 경제활동 위축과 전례 없는 고용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한국은 방역이 선제적으로 이뤄진 국가이고 주력 산업 부문 또한 반도체, 화학, 전자 산업으로 전망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경제적 충격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며 “밝은 장기적 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경제적 강점은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하여 경제 성장을 이뤄내기를 기대한다”고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전염병 시대의 혐오와 차별’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재형 선임연구원(아시아연구소)은 코로나19로 인해 특정 인종 및 문화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만연하게 된 현실을 지적했다. 과거 한센병의 사례를 든 김 연구원은 “한센병 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강화되어 사회적, 경제적으로 배제된 환자들이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질병 통제에 실패하게 된 사례가 있다”며 “1910년대 조선에 15,000명가량으로 추정되던 환자 수가 1950년대에 이르러서는 5만~7만 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환자 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형 연구원은 “혐오와 낙인, 차별의 확산을 억제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전체 인구를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앞서 준비되어야 할 전염병 환자 인권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국제협력을 통해 대비하다
한편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응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대비에 요구되는 국제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위기와 포스트-코로나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태균 교수(국제대학원)는 구시대적 글로벌 거버넌스의 실패와 코로나19 이후에 있어야 할 시스템적인 변화를 논하였다. 김 교수는 “기존 글로벌 거버넌스와 권위주의가 코로나19의 적절한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한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기존의 체제를 거부하는 집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거버넌스 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재난 프레임워크*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재난 프레임워크의 모범으로 꼽히던 일본의 시스템이 전염병에 대해서는 취약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대구와 제주에서의 경험을 살려서 대구 프레임워크 또는 제주 프레임워크를 주창하고 우리나라의 경험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코멘트를 남겼다.
‘코로나19 팬데믹 현상과 국제개발협력’을 주제로 발표한 송진호 KOICA 이사의 경우 개발 협력 패러다임의 전환과 코로나19에 대한 중장기 대응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다양한 패러다임을 도입함으로써 개발 협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도모하는 KOICA는 자원의 접근성에 공평성을 더하고, 협력대상국 주민의 존엄성과 권리 옹호 환경을 지원하는 동시에 개도국의 재난 대응 거버넌스 모델을 지원하며 시민적 공간 및 사회적 회복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KOICA는 코로나19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을 위해 한국의 경험을 활용하여 감염병 대응 역량과 국제적 대응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개도국 시민사회 애드보커시* 역량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송 이사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철저한 우리나라도 완벽한 대응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우리나라가 가진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른 국가에게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코로나19 또한 중세 사회 변혁의 도화선이 되었던 흑사병과 마찬가지로 여러 경제적인 변화와 사회적인 변화를 야기할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도래할 포스트-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하고자 할 때 인도주의를 바탕에 둔 국제협력과 다양한 학계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만큼, 이번 학술대회가 앞으로 장기적으로 진행될 국제비교연구와 현 상황의 타개를 위한 해결책 모색의 토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글로벌 거버넌스: 합의를 집행하는 권력이 존재하지 않을 때, 일국 혹은 한 지역 이상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초국적 주체의 정치적 상호작용을 뜻함
* 재난 프레임워크: 재난 감소를 위한 각국의 행동 지침을 약속하는 강령. 경제·시설·법·사회·보건·문화 등 재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모든 가용수단을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기존의 위험을 차단하고 새로운 위험에 대한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음
* 애드보커시: 개발 협력 분야에서 시민사회의 올바른 구축을 위하여 권력계층의 정책과 행동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된 의도적인 정책 과정으로 다자간 대화를 통한 합의에 근거하여 작동됨
소통팀 학생기자
임진우(조선해양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