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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9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자 인터뷰] 교육부문 - 이동환 교수(화학부)

2020. 3. 24.

열정을 쏟는 강의로 학술연구교육상 교육부문을 수상한 이동환 교수님(화학부)
열정을 쏟는 강의로 학술연구교육상 교육부문을 수상한 이동환 교수님(화학부)

혹한의 날씨를 살짝 빗겨 간 따스한 어느 겨울날, 2019 학술연구교육상의 교육부문 수상자 이동환 교수(화학부)를 만났다. 직접 기르고 있는 식물들의 초록빛 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인터뷰 내내 학생들과 수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그가 교육상 수상의 적임자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이동환 교수는 화학 중에서도 합성을 전공한 학자다. 그는 화학이라는 학문을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문제를 만들어내고 화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생각을 검증하고 정교화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화학은 가설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확장하는 데에 목표가 있다. 더불어 분자구조라는 미시세계 분석과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실제 세계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자 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화학은 물리학과 생물학과 다르게 “생각을 분자로 만들어 자기의 생각을 구현해볼 수 있는 놀라운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동환 교수가 화학 중에서도 합성을 전공으로 택한 이유는 합성이 화학의 지평을 넓힌다고 믿기 때문이다. 화학합성이란 작고 간단하고 흔한 물질을 이용해서 크고 복잡하고 좀 더 쓸모가 있는 물질을 만드는 작업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화학자의 모습 역시 실험실에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과학자이다. 이 교수는 “합성은 실용적 요구에 대한 공학적 해결법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 결과보다 더 의미가 있을 때도 많다”며 “이미 만들어진 길을 더 탄탄하게 정비하는 과정도 필요하겠지만 그 길 자체의 저변을 확장시키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시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동환 교수가 학생 때 들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미국에서 대학원 1학년 때 조교를 하면서 들었던 <무기화학> 수업이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이 교수의 수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교수는 “학부 때는 큰 그림은 보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문제만 실수 없이 푸는 훈련에 익숙했다”며 “미국 대학원 조교를 하면서 같은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보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당시 수업을 맡았던 은사님께서 강의록을 직접 제작하는 것은 물론 수업 내용을 모두 체화해 본인만의 해석과 형식으로 풀어내 학생들에게 선보인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술회했다. 이 교수는 “그때 느꼈던 감동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교수자가 된 이후에 자연스럽게 그 수업을 롤모델 삼아 수업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자기 경험을 되돌아봤다.

이동환 교수는 맡고 있는 여러 수업들 중에 실험 수업만큼은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본인이 미국에서 1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여러 학교 화학과의 실험 커리큘럼을 비교해서 ‘무기화학실험’이라는 자체 교재를 제작했고, 4년 동안 교재의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교재를 “학생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지칭하며 “이 교재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험 수업에서의 매뉴얼 체계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서 “실험 과목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라 말하며 “매뉴얼과 체계, 프로토콜이 정립되어 있어야만 제대로 된 훈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동환 교수는 화학 실험을 통해 학생들이 최대한 생생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학생이 직접 만든 분자의 구조를 실험을 통해 직접 규명할 수 있도록 실험조교가 학생들과 함께 공동기기원을 방문하여 X-선 분석으로 3차원 구조를 확인하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실험 수업이 이뤄지는 3주 정도의 기간에 이렇게 많은 내용을 배우는 무기화학실험 수업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그러한 수업의 교수자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동환 교수는 “학생들에게 있어 모든 강의 각각은 평생에 단 한 번 듣는 수업”이라며 “그 한 번 듣는 수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 수업에 열정을 쏟는다”고 말했다. 매 수업 전에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낀다는 그는 수업이 매끄럽게 잘 안 풀리면 속상하고,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잘 소화하여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면 짜릿함을 느낀다. 이 교수의 발언에서 학생과 수업에 대한 애정 어린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수상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동환 교수는 “상은 감사하지만 이런 상을 받을 만큼 큰 일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이제 교육자로서 남은 인생을 이번 수상을 바탕으로 높이 솟은 기준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교육상이 큰 부담으로 느껴진다”고도 답했다. 명예로운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교육 일선에 정진하겠다는 이 교수의 결의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는 기자의 말에 이 교수는 “점과 점을 빨리빨리 잇는 삶에 익숙한 우리들이지만 쓸데없는 데도 가고 시간 낭비를 하는 경험도 지나고 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조금 에둘러 가는 삶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꺼냈다. 학생들이 조금 더 여유롭게 학생으로서의 시간을 즐겼으면 하는 애정이 담긴 조언이었다.

홍보팀 학생기자
안소연(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