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식물 체내의 수분 함량, 물 흐름속도 등을 확인하여 식물을 최상의 상태로 키우는 첨단기술 ‘리얼 스마트팜’을 개발한 이정훈 교수. 내일의 발전을 뛰어넘어 다음 세대를 향한 고민을 시작한 그를 만났다.
이정훈 교수
식물의 맥박을 진단하는 도시농부를 꿈꾸며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여름 아침, 낙성대 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도시텃밭을 찾았다. 텃밭 입 구에 새롭게 세워진 그린하우스 ‘도시농업 연구소’에 들어서니 작물은 가득한데 흙은 하나도 없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화분마다 플라스틱 관이 꽂혀 있고, 늘어선 화분 옆으로 화면 가득 각종 수치가 떠있는 노트북이 놓여 있다. 신선한 풍경에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는데, 그 사이로 더욱 낯선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제 가까운 미래에는 넥타이를 맨 농부가 휴대폰을 보며 농작물을 관리하고, 실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원격으로 제품 출하를 결정하 는 화이트칼라에 가까운 모습을 할 것입니다.”
농부가 고된 노동 현장에서 해방되는 혁신적인 미래기술, 바로 이정훈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 발한 ‘리얼 스마트팜’이다. 기존의 스마트팜은 온도나 습도, 바람 등 식물 자체가 아닌 외부 환경조건을 측정해 식물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이정훈 교수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바늘을 만 들고 그 위에 마이크로 센서를 통합해 식물에 직접 센서를 꽂았다. 사람의 맥박과 같은 식물 체내의 물관 속도나 흡수된 비료 농도를 실시간, 원격으로 측정해 최적의 식물 성장 조건을 만들어주는 궁극적인 ‘리얼’ 스마트팜을 실현했다. 공학자인 이정훈 교수와 농업생명과학대 학 교수진, 농촌진흥청과 함께 연구한 끝에 융합을 통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화합으로 미래를 변화시키는 개척자
이정훈 교수는 리얼 스마트팜 이전에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체외진단 센서를 개 발하는 등 마이크로·나노 기술의 의학적용을 연구했다. 그는 자신이 식물에 집중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이크로·나노 기술이 가장 많이 응용되는 분야가 의학입니다. 한 방송에서 식물을 ‘녹색동물’로 표현하더군요. 이것은 사람의 건강을 진단하는데 개발된 수많은 첨단기술이 식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리얼 스마트팜 역시 뇌에 바늘을 꽂는 파킨슨병 치료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이러한 성과가 후추를 찾아 떠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처럼, 공학자로서 발견한 흥미로운 문제를 다양한 사람들과 고민하는 과정에서 얻은 선물이라고 말한다. “공학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바로 화합하는 정신입니다. 어느 공학자도 혼자 일할 수는 없습니다. 여럿이 모이고, 다양한 기술이 합쳐져 눈앞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위대한 기술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그는 세계의 지성들과 함께 도시농업, 극한농업을 넘어 우주농업까지 미래를 위한 농업분야 연구와 기술개발을 이루기 위한 꿈을 꾼다. “미래첨단농업 분야의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습니다. 법학을 전공해 IT와는 전혀 무관하던 스티브 잡스는 여러 기술을 모아 IT의 혁명을 일으켜 인류의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저 역시 공학자이지만 수많은 농업생명과학자, 다양한 엔지니어들과 함께 연구하며 농업혁명을 이끌고 싶습니다.” 미국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화성 이주에 첨단농업 기술을 가져가고 싶다며 호탕하게 웃는 이정훈 교수. 그의 오늘은 누구보다 먼저 내일로 달려가고 있다.
리얼 스마트팜의 센서
리얼 스마트팜의 센서
리얼 스마트팜에 적용된 센서에는 반도체 가공을 기초로 한 초미세 가공기술인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첨단기술이 활용되었다. 이를 이용하여 머리카락보다 얇고 날카로운 바늘을 만들고, 그 위에 마이크로 크기의 센서를 통합하였다. 센서를 식물에 찔러 넣으면 식물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식물 체내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정훈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MEMS 첨단기술을 이용해 작물의 생체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리얼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해 전 세계 농업현장의 기대를 모으는 등 가치 있는 연구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