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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내 운명 (의과대학 김웅한 교수)

2009.12.30.

[연말특집] 봉사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전문지식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내 운명, 해외 의료봉사로 심장병 어린이 100 여 명 생명 구한 김웅한 교수(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이번 가을 우즈베키스탄으로 스물 여덟 번 째 해외 의료봉사를 나선 김웅한 교수는 어김 없이 ‘누구를 살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의료 서비스가 낙후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1,300 여 명의 환자가 서울대 의료진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중 80 여 명이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였다. 절반 이상은 1회 수술이면 완치될 수 있는 아이들이었지만, 한 번의 방문에서 치료할 수 있는 인원은 10명 이하, 한국까지 데려와 수술할 수 있는 인원은 4명 뿐이었다. 고심 끝에 수술 받을 아이들을 골라내었지만, 다시 올 때까지 몇 명이나 살아 남아 있을지 막막했다. 한국이라면 심장병 어린이의 생존율은 98%다.

“어린이 심장병은 특이한 병입니다. 대부분의 병이 수술 후의 상태를 장담하기 힘든데, 심장병 어린이는 숨이 차서 걷지도 못하는 아이라도 간단한 수술만 하면 정상아이와 똑같아집니다. 수술 후에 건강하게 볼 살이 오른 아이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부모들, 또 이 간단한 수술의 시기를 놓쳐 죽게 된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아 이건 평생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이구나’ 하고 느낍니다.”

김웅한 교수가 중국,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지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무료 수술을 해 준 지는 10년. 1년에 2~3번씩 방문할 때마다 5~10명의 아이들의 심장을 고쳤으니 그가 살린 어린이가 100 명이 넘는 셈이다.

“좋은 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그냥 가서 한번 보기만 하라고 합니다. 링거가 없어 탈수로 죽는 아이들이 부지기숩니다. 그들 얼굴 한번만 보면 결심이 설 겁니다.”

김웅한 교수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을 통한 봉사라고 강조했다.
“50년대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서울대 의사들을 데려가 미국 의료기술을 가르친 것이 우리나라 의료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한 차례씩 가서 환자만 봐 줄 것이 아니라, 현지 의사들을 교육하는 봉사를 수행해야 합니다.” 내년이면 그의 소원대로 중국 흑룡강성의 의사들이 서울대 병원에서 연수를 할 예정이다.

2009. 12. 29
서울대학교 홍보부 조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