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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학을 말하다

2014.12.24.

한국 문학계의 거장인 김화영, 박태순, 오생근, 이인성, 정희성.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대학문학상’이라는 뿌리를 함께한다는 점. 올해로 서울대학교 대학신문이 주관하는 ‘대학문학상’은 56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다른 각자의 배경 속에서도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창조하는 이들에겐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56회 대학문학상을 수상한 올해의 주인공들 최지범 학생(소설 부문 우수, 자유전공학부 10학번), 강민호 학생(소설 부문 가작, 국어국문학과 12학번), 박민규 학생(시 부문 우수, 지구환경과학부 10학번), 이대보 학생(시 부문 가작, 종교학과 10학번)을 만나봤다.

제56회 대학문학상 수상자
제56회 대학문학상 수상자

대학문학상에 도전하게 된 계기

최지범: 글쓰기를 원래부터 좋아했어요. 중학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고등학교 때는 과학책까지 낼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문학을 좋아한 것은 재수 시절 부터였어요. 처음에는 시만 쓰다가 대학 와서 소설도 쓰게 되었어요. 대학문학상 출신 선배님들이 대단하신 분들이 정말 많아요. 저도 만약 상을 타게 되면 그분들을 조금이나마 따라갈 수 있을 거리고 생각했고 그래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강민호: 문학에 관심이 있고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는 연습을 하다 보니 대학문학상에도 응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문학과 창작에 대한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계속되었는데요. 이번에 소설로 상을 받았지만 처음에는 시를 썼어요. 초등학교 때 썼던 동시부터 지금까지 습작했던 수많은 시들이 생각나네요.
박민규: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7년 정도 습작해왔고 지금도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에요. 또 저는 문인으로서 정식으로 등단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꾸준히 대학문학상에 응모했던 것 같아요.
이대보: 평소에 소설이라는 것에 대단히 큰 위로를 받았어요. 저도 이런 작품을 써서 남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얼마나 기쁠지 상상하곤 했죠. 또 나중에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았을 때 글 쓰는 것이 제가 가진 재능들 중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글 쓰는 직업을 염두하고 있다 보니 대학문학상에 자연스레 도전 하게 된 것 같아요.

대학생으로서 문학을 한다는 것

최지범: 요즘 학생들은 너무 문학이나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읽기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글들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대학생으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기성작가들이 고수하는 방식을 쉽고 새롭게 하는 개척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참신한 시각에서 새로운 글들,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해요.
강민호: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학교캠퍼스가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성이나 지식이 축적은 되어 있지만 꽃피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져요. 대학생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특히 문학을 한다는 것은 대학에서 그것들을 꽃피울 수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어요.
박민규: 되게 어려운 질문인데요. 다만 문학을 공부하고 창작을 한다는 것 자체는 삶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언젠가는 삶에 어떤 문제의식을 갖게 되어야 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문학을 한다는 것은 그 하나의 방법인 것 같거든요. 대학생활을 하면서 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런 시도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의 장이라고 생각해요.
이대보: 제가 문학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꿈을 향한 도전이에요. 문학작품을 읽고 저만의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낼 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가슴 뛰는 일을 찾는다는 것이 꿈이라면 제겐 그것이 문학이에요. 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나를 표현하는 것이잖아요. 이 시대는 사람마다의 개성을 표현하는 다양성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문학은 이에 부합하고요.

문학의 매력과 그것이 주는 힘

최지범: 저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은 우울증 치료제보다 더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런 무한한 가능성이 문학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또 이런 문학을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창작에 더 열중할 수 있는 동기를 줍니다.
강민호: 저는 나름대로 꿈은 있지만 문학을 굉장히 개인적이고 사변적으로 하는 사람이에요. 문학은 저를 울리는 힘이 있어요. 저는 항상 울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다른 통로로 울면 굉장히 멋이 없고 초라해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문학으로서 울 때는 보다 의미 있는 울음이 될 수 있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문학은 제 혼자의 눈물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영양가 있는 눈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박민규: 시는 사실 혼자 쓰는 것이에요. 그래서 시 쓰는 작업은 굉장히 고독한 작업이에요. 하지만 시는 함께 읽히게 되거든요. 저는 고독의 결과물인 시를 같이 읽고 함께 하는 그 순간에 굉장한 환희를 느끼게 되요. 문학이 주는 힘이 있다면, 문학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이 있다면 그런 고독의 결과물을 함께 나누는 순간 인 것 같아요.
이대보: 저도 문학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을 때, 제 작품을 사람들이 읽어주었을 때가 가장 기쁜 것 같아요. 문학의 매력이란 무엇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매체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것 아닐까요? 또 제 작품을 발전시켜나가는 색다른 성장의 경험도 문학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천하고 싶은 작품 한 가지

최지범: 저는 문학작품이 아닌 영화 한편을 추천하고 싶은데요. 얼마 전에 개봉해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화 『그래비티』입니다. 과학적인 소재를 가지고 인간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상당부분 일치한다고 느껴서 무척 인상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강민호: 저는 아방가르드 음악을 하는 인디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음악들을 추천하고 싶어요. 노래 가사들이 내뿜는 참신함이 제게는 거의 시에 준하는 영향을 주었어요. 처음 들으면 굉장히 가사가 난해한데, 어느 순간에는 그런 감각들이 복합적으로 다가와 조화를 이룰 때가 있어요. 어떤 문학 작품이 지향해야 할 지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해요.
박민규: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라는 소설을 추천합니다. 요즘 대세인 황정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데요. 이 작품은 비틀어진 관점에서 완곡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순수한 사랑얘기까지 하고 있어요. 한국 문학의 희망과 가능성을 멋지게 보여준 작품이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이대보: 저는 소설 『제노사이드』를 추천합니다. 일단 제가 좋아하는 소설은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들이에요. 이 소설은 확실히 읽는 재미가 있어요. 이 작품은 영상매체의 파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글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작품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앞으로 쓰고 싶은 글과 계획

최지범: 글은 계속 쓸 테지만, 제 본래의 장래희망은 과학자에요. 제가 문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제가 과학을 하기 때문일지 모르겠어요. 그 곳에서 소재를 발견하고 사람들이 놓쳤던 부분을 발견하는 문학의 목표를 과학을 공부하면서 수련할 수 있었으니까요. 과학자로 살아갈지라도, 소설과 시를 쓴다 할지라도 저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것들을 발견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강민호: 지향점이 있다면 도처에 드러나지 않는 삶의 폭력에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 저 자신뿐만 아니라 제 작품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공유하고 폭력들로부터 벗어나려는 욕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문학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점점 저변을 넓혀가서 음악과 같은 다른 예술 장르에도 도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민규: 저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기 보다는 작은 곳에서 출발하고 싶어요. 저는 서정시를 주로 쓰기 때문에, 제 작품을 읽고 잠깐이라도 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작은 떨림 말이죠.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미생’에 보면 오차장이 장그래에게 “하던 대로 해.”라고 이야기 자주 이야기해요. 문인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을 꾸준히 내나갈 계획입니다.
이대보: 저는 전문적인 작가의 삶을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문학뿐만 아니라 전 방위적인 글쓰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소설이나 시는 물론 제가 쓰는 글들은 삶의 진정성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으면 좋겠어요. 거짓과 위선으로부터 벗어나는, 수사들로부터 벗어난 진실을 위한 글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홍보팀 학생기자
방준휘 (전기정보공학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