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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원의 기적

2014.04.30.

어느덧 ‘관정도서관’ 신축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도서관을 위한 개인과 단체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뜻있는 행렬에 동참한 기부자 세 명을 만났다.

도서관에 있으면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은 자매
정유진•부산 경혜여고 2학년 , 정예진•부산 명덕초 4학년

정유진•부산 경혜여고 2학년 , 정예진•부산 명덕초 4학년

2013년 11월 9일, 한 자매가 중앙도서관을 찾았다. 설날과 추석에 받은 돈 100만 원을 관정도서관 신축을 위해 기부하기 위해서다. 기특한 자매를 자택에서 만났다. 책이 정말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에 자주 갔어요. 엄마가 글쓰기 공부방을 운영하셨는데, 덕분에 집에서도 늘 책을 읽으시고, 글을 쓰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주변에 항상 있던 책을 가지고 놀면서 이렇게 책과 친해진 것 같아요.” 유진 학생이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밝히자, 옆에 있던 동생 예진 학생은 “저는 그냥 책 읽는 걸 좋아해요. 도서관에 가면 모든 걸 다 가진 거 같아요.”라며 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도서관을 위해 기부할 만큼 책을 사랑하는 자매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김연아의 7분 드라마>를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꿈을 이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아요. <반지의 제왕>도 재미있게 봤고요.” 동생의 답에 이어 유진 학생 역시 <반지의 제왕>이 기억에 남는다며 한 책을 펼쳤다. “이건 영화 ‘호빗’의 아트북이에요. 세트와 소품, 의상 디자인과 스케치가 담겨 있어요. 영화에서 10초 남짓 보이는 열쇠 꾸러미까지 하나하나 신경 써서 만들었대요. 그 과정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재능과 열정을 쏟았는지 알게 되죠.” 똑 부러지는 자매가 밝히는 기부의 이유 역시 책에서 출발했다.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에서 사과나무를 심는 할아버지에게 청년이 물어요.
‘나무가 다 자랄 즈음에는 당신이 세상에 없을 텐데 왜 나무를 심느냐’고요. 할아버지는 ‘내가 아니더라도 다음 사람들이 열매를 따서 덕을 볼 수 있으니까’라고 답해요. 기부도 당장 내가 덕을 보는 건 아니지만, 남을 위해 미리 무엇인가 해두는 거라고 생각해요.”

군복무 휴가 중에도 도서관 찾는 진짜 사나이
천기섭•경제학부 10학번

천기섭•경제학부 10학번

작년 JTBC ‘퀴즈의 신’ 최종 우승자, 천기섭 학생은 획득한 상금 중 일부인 100만 원을 들고 중앙도서관을 찾았다. 신축될 관정도서관을 위해 기부한 것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학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를 통해 학생들에게 피자 100판을 쏘기도 했다. 현재 606 전투경찰대 의경으로 복무중인 그를 만나 기부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꿀 같은 휴가를 보내고 있는 그는 모자를 쓴 채 도라지(도서관라운지)에 앉아 스페인 내전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휴가 기간에도 도서관을 찾는 천기섭 학생은 고교 시절 이미 온라인 서점의 플래티늄 회원이었던 독서광이다. “입대하면서 독서의 새로운 계기를 맞았어요. 제가 속한 부대에서도 틈날 때 마다 책을 읽어요. 요즘은 학교 다닐 때는 잘 안 읽었던 소설을 읽곤 해요.”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했는지 물었다. “중앙도서관에서 고시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제 2열람실을 좋아했어요. 지금은 휴학생이라 10만 원을 예치하고 이용해요.” 도서관을 등록금 냈으니 당연히 이용하는 곳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는 달랐다.

“학교 다니면서 도서관에서 계속 공부했고, 그룹 스터디실도 쓰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100만 원은 사실 많은 돈이 아니에요. 서른 권 정도의 책을 살 수 있는 돈인데, 새 도서관에 기부하는 것인 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인들에게 기부를 추천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기부는 돈의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밥 한 끼 덜 좋은 거 먹으면 할 수 있으니까요. 나중에 사회에 진출해서 월급을 받게 되면 꾸준히 기부하고 싶어요.”라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