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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속 발열반응, 실천하는 지혜

2014.02.13.

추위 속 발열반응, 실천하는 지혜
프로네시스 나눔실천단 동계 나눔교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멍 이야기 헐거우다.
숲소고베 두 갈래 질이 이섰댄.
나는 사람이 족게 간 질을 골랐댄.
경허곡 하간 거시 달라졌댄.”

생소한 단어가 보이는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제주말로 바꾼 것이다. 서귀포시 표선고등학교 도서관에 모인 3학년 학생들이 알 듯 모를 듯한 얼굴로 화면 속의 시를 따라 읽었다. 나눔교실 4일차 특강시간. 영문학자 변창구 교육부총장이 ‘가지 않은 길’을 직접 제주말로 바꾸어 ‘많은 것이 달라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프로네시스 나눔실천단의 동계 나눔교실

효과적 학습방법, 자기관리 노하우…학생들과 진로설계
서울대학교 프로네시스 나눔실천단은 지난 2월 3일부터 2월 8일까지 6일간 동계 나눔교실을 열었다. 이번 동계 나눔교실은 3개도 5개 시·군 5개 학교(강원도 고성군 고성고, 강원도 평창군 진부고, 경남 통영시 동원고, 제주시 제주중, 서귀포시 표선고)에서 진행되었다. 100명의 나누미들은 각 학교에 20명씩 파견되어 효과적인 학습방법, 자기관리 노하우 등을 안내하고 학생들과 진로설계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씩씩. Eng如Eng如, LOL(League of life), 직관은 거들뿐, 너의 목소리가 들려, 구거의 서, 우디포터의 스케치북, 이웃집도토론 등 프로그램 이름이 눈에 띄었다. 딱딱함을 없애고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고심한 흔적들이다. 나누미들은 사전에 여러 번의 기획회의를 거쳐 꼼꼼하게 가이드라인을 완성했다. “총 5번의 회의를 하고 옵니다. 아이들을 직접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이드라인을 짜는 건 힘든 일이었어요. 가이드라인을 잘 짰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현장에 와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죠. 하지만 그런 걸 다 떠나서 아이들이 잘 따라주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라고 제주중학교에 파견된 박상우(사회교육 13학번)총무부장이 말했다.
김희영(자유전공 12학번) 홍보부장도 “맨 처음에 봉사활동으로 참여하다보니 얼마만큼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참여해야 하는지 잘 몰랐어요. 임기응변으로 처리할 수 있겠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혹시 준비가 미흡할까봐 걱정이 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에게 애정도 생기고 프로그램을 완성도 있게 만들고 있다는 걸 느낌이 들 때 뿌듯했어요.” 라며 현장에서 느끼는 만족을 표현했다.

제주중학교에서의 과학실험 시간 나누미들은 학생들에게 나만의 학습방법에 대해 노하우를 일러주고, 인생상담도 해 주었다. 국영수 과목 학습방법배우기 시간 외에 과학실험을 해보는 시간도 있었다. <내가 분자요리 요리사> 시간. 실험에 앞서 황현경(전기정보공학부 13학번) 나누미가 칠판 앞에 서서 물질의 상태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액체가 기체가 되는 걸 뭐라고 하죠? 승화일까요, 기화일까요. 아는 사람?”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나누미들이 큰 동작으로 직접 설명해주자 훨씬 이해가 잘 되는 표정이다. 발열반응과 흡열반응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제주중학교 학생들은 주스가 든 컵을 드라이아이스로 둘러싸고 물질의 상태 변화를 살폈다.
점점 얼어가는 주스를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던 제주중학교 2학년 고유현 학생이 “알고 있던 과학적 지식을 실험을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때 한 학생이 “어차피 추운데 굳이 드라이아이스로 감쌀 필요 있나요? 내놓으면 얼겠지.” 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실질적인 도움, 다양한 프로그램

변창구 교육부총장의 강의 귀 기울이는 표선고등학교 학생들 제주도는 따뜻하지 않았다. 입을 열면 실내에서도 김이 나왔다. 다음날 제주중학교 학생들이 모인 탐라교육원에는 한라산에 발효된 대설특보로 소형차량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강추위 속에서도 해맑게 주스 슬러시를 떠먹을 수 있는 중학생들과 달리 고등학생은 아무래도 대학입시 걱정이 컸다. 표선고등학교 학생들은 2014학년도 수시모집을 대비하기 위해 나누미들과 자기소개서를 함께 작성했다. 자소서 첨삭 프로그램은 고등학생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프로그램. 안준모(기계항공 11학번) 나누미가 나눠 준 유인물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쓰는 것, 상투적, 추상적으로 쓰지 않는 것, 논리와 설득력을 갖춰 객관적으로 쓰는 것’을 자기소개서 작성의 핵심이라고 쓰여 있었다.
표선고 3학년 고승보 학생은 “일단 처음에 나눔교실 한다고 들었을 때 조금은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교육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재밌어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체육교육과에 진학하고 싶은데요. 형, 누나들로부터 오늘 지혜를 전수받은 덕분에 대학에 입학해서도 대학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나눔교실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같은 학년 임예빈 학생도 “처음엔 서울대생들이라고 해서 긴장했는데 잘해주셔서 어색한 것도 풀리고 재밌게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진학하고 싶은 과의 언니 오빠들로부터 현재 제가 고등학생으로서 잘 알 수 없었던 다양한 부분을 들을 수 있어서 진로를 탐색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지켜보던 백정미 선생님은 “꼭 공부와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언니, 오빠 같은 선생님들에게 궁금한 것을 스스럼없이 질문하고 배우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습니다. 진행하는 입장에서 흐뭇하고 우리 아이들이 예쁘고 고맙습니다.” 라며 생생한 뿌듯함을 전했다.

다양한 길, 함께 꿈꾸다

변창구 교육부총장 눈길을 헤치고 달려온 변창구 교육부총장은 <세상에는 길이 너무 많아요!>이라는 특강을 통해 학생들에게 시 ‘가지 않은 길’을 소개하며 세상에 많은 길이 있다는 것과 어떤 것을 잘하는지 자신의 재능과 소질을 찾아볼 것을 강조했다. 변창구 교육부총장은 관점에 따라서 Good으로도 읽히고 Evil로도 읽히는 사진, 자기목소리 유무에 따라 대비되는 피카소 작품, 조혜련의 일본 활동 동영상,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도 소개했다. 공통적으로 자기 주관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깜짝퀴즈의 답을 맞힌 학생들은 서울대 로고가 찍힌 머그컵을 선물로 받고 기뻐했다. 변창구 교육부총장은 “비록 컵 하나지만 학생들이 쓰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한 번씩 서울대학교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창구 교육부총장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칠판에 『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A dream you dream together is reality(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문장을 적었다. 오노 요코가 쓰고 존 레논이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문장이다. 프로네시스(Phronesis)는 ‘실천적 지혜’를 의미한다. 동계 나눔교실을 통해 프로네시스 나눔실천단이 실천한 지혜는 세상을 더욱 똑똑하게 만들 것이다.

홍보팀 학생기자
안나(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형융합시스템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