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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제국을 누비는 레이서

2014.01.28.

감각의 제국을 누비는 레이서
임채원 동문(오른쪽)과 김다운 학생(기계항공 13학번)

지난 7월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개최된 F3 9라운드에서 한국인이 최초로 우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주인공은 임채원 동문(기계항공 04, 에밀리오 데 비요타 소속). 임 동문은 2005년 군대에 있을 때 처음 레이싱 드라이버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2009년 레이싱에 입문했다. 2010년 CJ 수퍼레이스로 데뷔, 한국모터스포츠어워즈 신인상 수상, 2011년 일본 수퍼포뮬러(S-FJ) 우승, 2013년에 F3 데뷔해 같은 해 7월 우승. 빛나는 이력 뒤에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점철된 4년간의 혹독한 시간이 있었다.
그가 우승한 유로피언 F3는 유럽각국을 돌며 8라운드(16경기)를 치르는 시리즈이다. 신형바디(F312)를 사용하는 챔피언십 클래스와 구형바디(F308)을 사용하는 코파클래스 두 개로 운영되며 임채원 동문은 코파 클래스에 출전했다. 이 대회에는 10년 경력의 유럽 선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보통 선수들은 F3에서 기량을 갈고 닦아 GP2로 진출하여, 세계에서 단 24명에게만 허락된 F1을 누비는 자신을 꿈꾼다.
서울대 공대 출신 레이서, 화제의 인물, 데뷔 5년 만에 F3 우승 등 화려한 수식어로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법도 한데 그는 의연했다. “스포츠선수 누구나 그렇듯이 저 또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시기를 겪었고 또 이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처럼 또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영광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운전대를 잡고부터 많은 노력 끝에 국내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또 도전 끝에 F3까지 오게 되며 더욱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지만, 그 과정 자체에 스스로가 의미를 느꼈기에 주위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았고 그래서 불편함 또한 전혀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제가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23일 임채원 동문이 치른 포뮬러 르노 3.5 시리즈는 유럽 내 포뮬러 대회 중 최고 레벨로 여겨지는 시리즈로 이벤트 당 평균 관중 수 8만을 상회한다. F1 드라이버인 제바스티안 베텔, 장 에릭 베르뉴, 다니엘 리카르도 등도 이 시리즈 출신이다.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레이서들이 모인 곳에서 활약하는 선배를 보고, 김다운(기계항공13) 학생이 인생과 전공과의 연관성을 물어보았다. “저는 기계항공공학부의 기계전공을 했고 그에 관련된 모든 전공수업을 들었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수업들을 들었습니다. 그로 인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동역학과 정역학, 설계수업등을 집중해서 들었고 또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많은 연관을 직접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연관이 있는 과목들을 들으면서 제 일에 대해 더욱 깊은 이해도를 가질 수 있었고, 또 이를 바탕으로 다른 선수들이 갖고 있지 않은 장점들이 생기면서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허공에 그린 수천 개의 선
임채원 동문은 ‘전공과 하고 싶은 일의 연결 고리를 찾아 공부해볼 것’을 조언했다. 임채원 동문은 이미지 훈련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는다. 그는 레이싱 영상을 보고 노트에 일일이 서킷의 구조를 그림으로 그리고, 구간별 특이점을 상세히 적어둔다. 실제로 서킷에서 자주 연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감각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좋은 드라이버는 차에 오를 때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 목적에 대한 결과물을 반드시 뽑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항상 테스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최선을 다해 테스트에 임해야 합니다.”
임채원 동문은 아버지를 깊이 존경하고 사랑한다. 임 동문의 아버지는 전 재산을 팔아가며 아들의 도전을 헌신적으로 응원했다. 레이싱 입문 전후로 아버지와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평소에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 물었다. “사실 저는 레이싱을 하기 전까지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 축구선수가 꿈이었고 그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 반대를 하셨던 부모님과 사이가 좋을 턱이 없었습니다. 제가 가야할 방향도 잃어버리게 되었고 모든 게 불만인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늦게나마 스포츠선수로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때부터는 아버지와의 벽도 서서히 허물어지고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서 지금은 아버지와 아주 깊고 편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와는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게 되고, 제가 경험한 레이싱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해드립니다. 레이싱을 전혀 모르셨던 아버지셨지만, 지금은 아주 여유 있게 제 경기를 관전하고 계십니다.”

감각을 발견하는 경험
임채원 동문은 한양대에서 서울대로, 다시 건축과에서 기계항공공학부로 전과를 감행하고,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몸을 던져 전력투구 해왔다. 매순간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해 보라고 조언한다. “제가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실패가 최고의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마음껏 여러 가지에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실패에 익숙해지면 용기는 더욱 생기고 정신적으로 강해집니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다양한 감각들을 느껴야 자신에게 맞는 감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평소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남다른 운동신경을 지녔다’, ‘운동신경이라면 자신 있다’ 라며 타고난 운동신경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 왔다. 하지만 임 동문은 타고난 운동신경 못지않게 평소 체력관리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요즘같이 추운 날, 운동을 미루느라 이불속에서 갖가지 창의적인 핑계를 궁리하는 학우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아무래도 추운 날에는 밖에 나가기도 싫고 더 움츠리게 되는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사실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 또 흥미를 갖고 하는 게 중요합니다. 혼자 외롭게 하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 예를 들면 스포츠 클라이밍 등 다양한 실내운동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홍보팀 학생기자
안나(융합과학기술대학원 지능형융합시스템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