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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를 디자인하다

2013.10.17.

사운드를 디자인하다
지성욱 동문 (작곡과 96학번)

락→심포니→심포니 락.

음악 매니아들이 말하는 갤럭시 S시리즈 기본 벨소리의 진화이다. 이 벨소리 ‘Over the horizon’은 기본형 벨소리는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인터넷에서 음악 파일만 업로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지성욱 동문이다.

김용재 학생(작곡과 10학번), 지성욱동문(우)
김용재 학생(작곡과 10학번), 지성욱동문(우)

핸드폰 벨소리를 넘어선 벨소리, Over the horizon

갤럭시 S2에 처음으로 음원으로 내장되어 제공된 ‘Over the horizon’은 음악으로 들어도 아름다운 완성도가 높은 곡. 매해 신상품의 지향점에 따라 사운드화 시켜 ‘Over the horizon'을 편곡하고 새로운 시리즈에 음원을 내장시키고 벨소리로 사용한다. 시리즈에 따라 휴대전화와 음악이 함께 진화하는 것이다. 진화하는 음악이지만 메인 멜로디는 변하지 않는다. 그는 ‘Over the horizon’을 작곡하며 음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았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메시지 도착 알림 중의 하나인 ‘Whistle' 역시 지성욱 동문의 작품. 실제 그의 휘파람 소리가 녹음을 거쳐 문자 메시지 도착 알림으로 쓰이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또한 Over the horizon의 변주라는 사실.

그가 하는 작업은 이렇게 사운드를 브랜드화시켜 짧은 멜로디만으로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다르게 들리는 알림음 들이지만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러한 알림음들에 자주 노출되며 자동적으로 브랜드와 소리를 결합시킨다. “보기 싫으면 눈을 감으면 되지만 듣기 싫다고 귀를 완전히 닫을 수는 없잖아요. 소리가 가지는 힘은 생각보다 큽니다.”

예술과 광고음악 사이에서의 갈등

그가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딛은 곳은 광고음악계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 했던 그는 좋은 기회로 광고 음악계로 진출하여 업계에서 4년간 광고 음악과 유명 브랜드를 알리는 멜로디인 징글(Jingle)을 작업하였다.

그 중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곡은 2004년에 광고된 열대과일 음료의 CM송인 ‘구아바송’이다. ‘구아바 구아바 망고를 유혹하네.’로 시작되는 이 곡은 광고에서 가수 김C가 불러 크게 인기를 끌었다. 재미있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대중들은 노래를 흥얼거렸고 매체에서는 개사와 패러디를 계속했다. 2004년 광고의 최고의 히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아바송’이 광고된 이후 해당 제품의 매출이 2003년 대비 20% 증가했다.

“편의점 안에서 어떤 학생이 구아바 송을 흥얼거리며 그 음료를 사가는 것을 직접 보고 엄청난 희열이 느껴졌습니다.” 광고음악을 하며 많은 이들이 그가 만든 곡을 듣고 그것이 실제로 매출로 이어지는 현장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다.

보다 넓은 곳에서 가치 있는 삶을 찾아

김용재 학생(작곡과 10학번), 지성욱동문(우) 지성욱 동문은 광고음악을 하며 더 큰 꿈을 꾸게 된다. 광고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가 만든 곡을 들었지만 우리나라 안에서만 방송되는 광고 특성 때문에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줄 수 없었던 것. 그래서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 단말기에 들어가는 소리를 만드는 사운드 디자인을 하게 된다.

그가 몸담은 UX팀은 사용자의 경험을 분석하여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모습을 설정, 그 사용자에 최적화된 컨텐츠를 제작,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리 설정한 사용자에게 알맞으면서도 사용자가 다양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작년 아프리카 출장을 통해 영감을 받은 그는 또 다른 꿈을 꾼다. 하나의 핸드폰으로 온 마을사람들이 돌려쓰고 전기가 없어서 2시간을 걸어 핸드폰을 충전해오는 휴대폰은 생계 수단인 현장에서 전화를 받지 못하면 일거리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이익의 불평등한 면을 발견했다고 그는 말한다. 기존에 개발된 단말과 컨텐츠는 어느 정도 생활수준이 보장된 사람들을 위주로 개발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기존에 소외받아왔던 시장에서도 무선 단말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것.

“'Over the horizon'이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러한 시장에서는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전화를 놓치면 생계가 걱정이 되는 상황에서는 귀에 잘 들리는 벨소리가 최우선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핸드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핸드폰으로 하려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죠.” 영화나 광고에서 항상 음악은 조연 역할인 것이 아쉬웠다는 그, 이제 또 다른 주연 음악을 기대해본다.

홍보팀 학생기자
박순옥(소비자아동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