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에서 학교로, 우리는 장거리 통학생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라는 노래 구절에 절절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하루 24시간 중 일정 시간을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이동하는 데에 쓴다. 순간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좋겠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 통학에 왕복 3-4시간이 걸리는 학생들을 만나 장거리 통학의 장단점과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을 들어보았다.
왕복 4시간 장거리통학의 현황
Q: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이동경로와 통학소요시간(편도)을 말씀해 주세요.
이범진(사범대학 역사교육과, 4학년) : 저는 경기도 오산시에서 통학하고 편도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에서 2시간 10분정도입니다. 광역버스를 타고 오산에서 강남역까지 오고, 강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낙성대역까지 온 후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로 옵니다.
전용근(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4학년) : 저는 인천광역시 부평구에서 통학하고 편도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50분 정도입니다. 일단 버스로 부평역까지 와서 부평역에서 1호선 급행열차를 탑니다.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한 후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서 셔틀을 타고 학교에 옵니다.
이효주(사범대학 교육학과, 2학년) : 저는 서울특별시 노원구에서 통학하고, 편도 소요시간은 1시간 50분 정도입니다. 일단 버스로 4호선 수유역 까지 이동하고 4호선을 타서 사당역까지 와요. 2호선으로 환승해서 낙성대역까지 온 후,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 까지 들어옵니다.
박주현(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2학년) : 저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통학하고, 편도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50분 사이예요. 집근처에서 잠실까지 오는 버스를 탄 후, 잠실역에서 2호선을 타고 낙성대역까지 와요. 다음 02번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들어옵니다.
장거리 통학생이 들려주는 에피소드
Q: 하루 6분의 1이라는 시간을 탈 것 안에서 보내는데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범진 : 한번은 달리는 광역버스 안에서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버스 가운데 통로에 서더니 동료로 보이는 여성분에게 공개고백을 하시더라고요. 둘 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잘 되지 않았을까요?
박주현 : 매일 아침 첫 차를 타는데, 모두가 졸려서 옆 사람 어깨에 기대가면서 졸 때가 많아요. 다들 서로 그러려니 하고 기대어 자면서 간다는 것이 재미있더라고요. 항상 같은 정류장에서 첫차를 타니, 지난번 옆에서 같이 잤던 사람을 또 마주치는 일도 많아요.
통학, 기숙사•자취와의 비교
Q: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자취나 기숙사 입사 등 학교 가까이에 살 수도 있는데 통학을 고수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박주현 : 통학을 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저는 밤 10시, 11시쯤에 자서 새벽 6시 첫차를 타고 편하게 학교로 출발하거든요. 그리고 통학을 하면 매일 가족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기숙사에 살 때는 안 좋은 점이 더 많았어요. 저는 방을 항상 깨끗하게 치우는 성격인데, 빨래나 청소 문제에서 룸메이트와 부딪힌 적이 있어서요.
전용근 : 계속 기숙사 신청을 했는데, 7번이나 떨어져서 현재 통학을 하고 있어요. 자취를 한 적도 있는데 돈도 많이 들고, 또 생활리듬이 망가지기도 쉬워서 건강이 나빠지더라고요. 그에 비해 통학은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고 돈도 많이 아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역시 시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차가 끊기기 전에 들어가야 해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나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공부해야 할 때가 특히 그렇죠. 그래도 제게는 통학이 더 맞는 것 같아서, 군대를 다녀온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통학을 하고 있어요.
장거리통학생이 말하는 기숙사 선발, 애매한 사각지대
Q: 기숙사의 경우 행정구역 단위로 배정되기 때문에 애매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데요. 기준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요?
이효주 : 같은 서울이라도 서울대는 남쪽 끝에 치우쳐 위치하고 있는데, 서울 전체를 기숙사 신청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행정구역 단위로 나누기 보다는 거리나 통학시간을 기준으로 기숙사 입사 기준을 변경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 같아요.
이범진 : 저는 신청하는 족족 떨어졌기 때문에, 항상 기숙사 선발 기준에 대해 궁금했어요. 제 주변에는 제주도와 같이 절대로 통학할 수 없는 곳에 살면서 4년 내내 한 번도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학점 기준이나, 거리기준, 통학시간기준 같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입사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