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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통학생들

2013.10.11.

박주현, 이효주, 이범진(왼쪽부터)

동서남북에서 학교로, 우리는 장거리 통학생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라는 노래 구절에 절절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하루 24시간 중 일정 시간을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이동하는 데에 쓴다. 순간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좋겠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 통학에 왕복 3-4시간이 걸리는 학생들을 만나 장거리 통학의 장단점과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을 들어보았다.

왕복 4시간 장거리통학의 현황

Q: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이동경로와 통학소요시간(편도)을 말씀해 주세요.
이범진 이범진(사범대학 역사교육과, 4학년) : 저는 경기도 오산시에서 통학하고 편도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에서 2시간 10분정도입니다. 광역버스를 타고 오산에서 강남역까지 오고, 강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낙성대역까지 온 후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로 옵니다.

전용근(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4학년) : 저는 인천광역시 부평구에서 통학하고 편도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50분 정도입니다. 일단 버스로 부평역까지 와서 부평역에서 1호선 급행열차를 탑니다.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한 후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서 셔틀을 타고 학교에 옵니다.

이효주(사범대학 교육학과, 2학년) : 저는 서울특별시 노원구에서 통학하고, 편도 소요시간은 1시간 50분 정도입니다. 일단 버스로 4호선 수유역 까지 이동하고 4호선을 타서 사당역까지 와요. 2호선으로 환승해서 낙성대역까지 온 후,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 까지 들어옵니다.

박주현(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2학년) : 저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통학하고, 편도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50분 사이예요. 집근처에서 잠실까지 오는 버스를 탄 후, 잠실역에서 2호선을 타고 낙성대역까지 와요. 다음 02번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들어옵니다.

장거리 통학생이 들려주는 에피소드 박주현

Q: 하루 6분의 1이라는 시간을 탈 것 안에서 보내는데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범진 : 한번은 달리는 광역버스 안에서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버스 가운데 통로에 서더니 동료로 보이는 여성분에게 공개고백을 하시더라고요. 둘 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잘 되지 않았을까요?

박주현 : 매일 아침 첫 차를 타는데, 모두가 졸려서 옆 사람 어깨에 기대가면서 졸 때가 많아요. 다들 서로 그러려니 하고 기대어 자면서 간다는 것이 재미있더라고요. 항상 같은 정류장에서 첫차를 타니, 지난번 옆에서 같이 잤던 사람을 또 마주치는 일도 많아요.

통학, 기숙사•자취와의 비교

전용근 Q: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자취나 기숙사 입사 등 학교 가까이에 살 수도 있는데 통학을 고수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박주현 : 통학을 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저는 밤 10시, 11시쯤에 자서 새벽 6시 첫차를 타고 편하게 학교로 출발하거든요. 그리고 통학을 하면 매일 가족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기숙사에 살 때는 안 좋은 점이 더 많았어요. 저는 방을 항상 깨끗하게 치우는 성격인데, 빨래나 청소 문제에서 룸메이트와 부딪힌 적이 있어서요.

전용근 : 계속 기숙사 신청을 했는데, 7번이나 떨어져서 현재 통학을 하고 있어요. 자취를 한 적도 있는데 돈도 많이 들고, 또 생활리듬이 망가지기도 쉬워서 건강이 나빠지더라고요. 그에 비해 통학은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고 돈도 많이 아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역시 시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차가 끊기기 전에 들어가야 해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나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공부해야 할 때가 특히 그렇죠. 그래도 제게는 통학이 더 맞는 것 같아서, 군대를 다녀온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통학을 하고 있어요.

장거리통학생이 말하는 기숙사 선발, 애매한 사각지대

이효주 Q: 기숙사의 경우 행정구역 단위로 배정되기 때문에 애매한 사각지대가 발생하는데요. 기준이 어떻게 바뀌면 좋을까요?
이효주 : 같은 서울이라도 서울대는 남쪽 끝에 치우쳐 위치하고 있는데, 서울 전체를 기숙사 신청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행정구역 단위로 나누기 보다는 거리나 통학시간을 기준으로 기숙사 입사 기준을 변경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 같아요.

이범진 : 저는 신청하는 족족 떨어졌기 때문에, 항상 기숙사 선발 기준에 대해 궁금했어요. 제 주변에는 제주도와 같이 절대로 통학할 수 없는 곳에 살면서 4년 내내 한 번도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학점 기준이나, 거리기준, 통학시간기준 같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입사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