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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회를 꿈꾸는 푸른 숲

2013.07.25.

푸른 사회를 꿈꾸는 푸른 숲
서울대 수목원 숲 체험학습

나무 이름을 알아가는 숲 체험 교실

수목원 숲 체험학습

“자, 보세요. 여기 시커먼 나무는 ‘때죽나무’ 라고 해요. 왜 이 나무 이름이 때죽나무가 되었을까요?”

잔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수목원. 평상시 같으면 교실에 앉아 있었을 아이들이 우산 쓰는 것도 잊고 숲 체험학습에 집중하고 있다. 숲 해설 선생님의 질문에 한 아이가 ‘목욕을 안 해서 때가 많이 꼈기 때문에’라고 답하자 옆에 있던 아이가 웃으며 덧붙인다. “그럼 오늘은 나무가 목욕하는 날이네.”

지역아동센터와 연계된 서울대 수목원의 숲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본격화된 것은 올해 4월부터. 작년 가을 시범 운영되던 것이 높은 참여율을 보이자 저소득층을 위한 숲 해설 교육을 무료로 대폭 확대했다. 아이들을 인솔해 온 사회복지사 강춘금 씨는 “편부모 가정 및 저소득계층 자녀들은 가정관리가 취약해서 체험학습 기회가 많지 않다”며 “아이들이 숲 속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저절로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연구를 넘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수목원

사실 지금까지 서울대 농과대학 부속수목원은 일반인들의 접근이 다소 제한된 곳이었다. 이곳은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으로 설립된 이래 관악산에 위치한 관악수목원(1,501ha)과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수원수목원(21ha) 두 곳으로 이원화되어 주로 식물 수집, 연구 및 학술 목적으로 활용되어왔다. 이 중 관악수목원은 수목보존집중관리지역으로서 1,700여종 130,000여본에 달하는 국내외 다양한 식물과 함께 노간주나무와 회양목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수원수목원은 관악수목원의 홍수피해로 인한 수종 손실을 보완하는 한편 온대 북반구의 자작나무과, 장미과 등 725여종 6,414여본을 보유 중이다.

아이들이 숲 속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저절로 힐링이 된다 서울대만의 거대한 삼림 연구실에 가까웠던 이곳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사람은 바로 현 수목원 원장 박필선 교수(산림과학부). “서울대 수목원은 국내 유일의 대학 수목원이에요. 그만큼 수목에 대한 전시, 연구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도시화 속에서도 숲을 통해 자연의 고마움을 느끼며 다양한 체험 속에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수목원의 진정한 가치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대 수목원이 우선적으로 배려하려는 것은 사회적 취약계층. 일반 친목 모임의 견학이 배제되는 대신, 매주 평일마다 월 단위로 예약된 공공단체들이 10-20여 명의 인원을 이루어 수목원을 방문한다. 수목원의 박철규 소장은 “옛날과 달리 요즘 도시 사람들에겐 숲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조차 불평등하게 주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수목원만큼은 복지적 측면에서 저소득계층, 다문화가정, 신체장애우 등 약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집중 강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숲이 있어야 미래가 있다

서울대 수목원의 숲 체험학습 프로그램 현장에서 아이들과 직접 소통하는 김찬숙 씨(수목원 소속 숲 해설 코디네이터)는 이러한 수목원의 변화를 반갑게 여긴다. “오늘 2시간 숲에서 놀다간 아이들이 앞으로 어른이 되어 20년, 30년을 빌딩 숲 속에서 살아가야할지 몰라요. 가까운 미래에 언제고 다시 그리워하게 될 시간이라는 거죠. 그만큼 특별한 경험을 사회적으로 폭넓게 공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 역시 숲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다양성을 배운다. 신승민 학생(11)은 “책 속에서만 보던 사슴벌레를 직접 봐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연지 학생(10)은 “나무 모양이 제각기 다르다는 점이 재미있다”며 “나무에게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고맙다’는 편지를 쓰고 싶다”고 전했다.

나무에게 편지쓰기, 푹신푹신한 꽃무더기를 맨발로 걸어보기, 다양한 나뭇잎과 들풀 이름 외워 채집하기, 그리고 꽃삽으로 나무를 함부로 긁으면 안 된다는 작지만 중요한 가르침까지. 모두가 자연과 사회를 배워나가는 작은 걸음의 시작이다. 서울대 수목원은 대학 부속 연구공간을 넘어 이색 체험의 열린 교실이자 사회 공헌의 푸른 통로로 거듭나고 있다.

홍보팀 학생기자
문선경 (법학전문대학원 12학번)